옹심이가 돌아왔다.
몇 년 전 이천시청 기획실 근무하던 때 였다.
어떤 메뉴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할까 하는 고민을 즐겼던 시절이다. 나를 위해 온전히 소화되고 산화하는 음식 한 끼는 내 몸처럼 늘 소중했다. 성의 없는 음식, 맛없는 음식으로 한 끼를 한다는 의미는 나의 자존감을 무시하고 나를 위해 불성실한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한 끼의 선택은 '아무거나 먹지'가 아니라 언제나 결전을 앞둔 장수(?)처럼 신중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 먹던 옹심이도 그런 음식 중 하나였다.
먹을 때마다 페이스북에 올리고, 개인 블로그(봉려리의하루)에 포스팅하다 보니 어느새 직원 식당으로 변했다. 직원은 또 다른 직원을 불렀고, 직원은 가족을 동반했다. 지금은 갈산동으로 건물을 신축해 이전했고 점심 때마다 여전히 줄서서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천옹심이메밀칼국수 / 031-633-1328 / 이천시 향교로 242 / 토요일 휴무)
비슷한 맛과 메뉴를 갖춘 맛 집이 부발읍 신하리에 개점했다.
신하초등학교와 효양중학교 중간 지점에 문을 연 '메밀촌'이다. 주변에 사무실이나 기업이 입지해있지도 않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있지만 학생들이 좋아할 음식은 아닌듯 하다. 오늘도 주문한 메뉴는 옹심이메밀칼국수다. 다른 메뉴도 있지만 나의 선택은 일편단심 늘 동일하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 소량의 보리밥이 먼저 나온다.
양이 적어 좀 아쉽기는 하다. 통통한 보리밥은 들기름과 생채나물을 넣고 비벼야 찰떡궁합이다. 들기름처럼 생채나물도 고소하다. 아내보고 이렇게 만들 수 있느냐며 넌즈시 말을 건넸지만 가부를 떠나 대답 대신 비수같이 예리한 눈총이 빠르게 되돌아왔다.
드디어 옹심이메밀칼국수가 나왔다.
단박에 양이 다소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물은 진했다. 고운 체에도 걸러지 지 않을 정도로 걸죽했다. 그만큼 양념과 으깬 생감자가 많다는 증거다. 옹심이는 입안에서 식감을 느낄 정도로 적당하다. 씹고 넘길 때 느끼는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말이다. 소화도 잘 되겠다는 믿음이 온몸을 자유롭게 만든다. 무채색 맛 같은 메밀칼국수도 부드럽다.
메밀하면 우선 건강이란 키워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면발이 젓가락으로 먹기 불편하게 토막토막 끊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그릇 다 비웠다. 약간 적게 먹는 아내는 양이 많다고 남겼다. 그 안에 옹심이나 칼국수가 남아 있다면 내 차지다.
배는 부르고 얼굴은 붉어졌다. 속이 따듯했고, 땀도 진하게 흘렀다.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은 마치 사이다같다.
옹심이가 내게 돌아왔다.
이천시 부발읍 대산로 511 (부발읍 신하리 359-11)
연락처 031-632-3767
* 상기 업소는 현재 '일품 양평해장국'으로 변경,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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