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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는 이렇게 담다

[꽃양귀비] 너만 보면 좋더라

by 이류음주가무 2020. 6. 2.

최근에 오래된 턴테이블을 황학동에서 수리했다.

 

90년대 신혼 초에 구입한 인켈 전축 일부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 들면 아날로그 소리가 분명 그리울 터, 틈틈이 구입한 수십 개의 LP 판과 같이 이사 때마다 포장하고 옮기는 일은 애지중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요즘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래서 값지고 소중한 기기다.

 

젊은 시절, 좋아했던 가수는 '김정호'였고, '신중현'이었다. 그들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늘 가슴이 설렌다. 마치 해를 등지고 노을 속에 황홀한 자태로 피어있는 저 꽃양귀비을 보는 순간처럼.

 


<너만 보면 > 신중현 작사작곡

나는 너만 보면 좋더라
나는 너만 보면 좋더라
내 마음 달랠 길 없을 때 널 보면 그렇게 좋더라
아름다운 그 모습이 나는 보고파(중략)

 

그때 신중현의 노래들은 특히 혁명 같았다. 발표되는 곡마다 젊은이는 열광했고, 금지곡은 다반사였다. 그래서 화가 났고, 권력자를 뒷 욕해서 좋았던 시절이었다.

 

원래 양귀비는 일반 재배를 금지했다. 하지만 시골집 뒤편에 관상용이나 민간치료 약제로 한 두송이를 몰래 심은 경우도 있었다. 우리 집 뒤란에서 한 두 송이를 본 경험이 있었다. 지금의 꽃양귀비보다 꽃은 크지 않았지만, 꽃은 더 붉었다. 줄기가 부러지거나 잎을 따면 하얀 수액이 흘렀고, 끈적거렸다.

 

어머니께서 배 아플 때 약제로 사용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지금 생각하면 꽃 재배는 불법이지만, 어머니는 사랑의 꽃을 심으신 거다. 신중현이 불렀던 노래 '너만 보면 좋더라'라고 흥얼거리면 또 들리면 그냥 그 꽃이 생각나 좋다. 마구 설렌다. 또 그 시절이 그립다.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