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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설봉공원 곰방대가마 그래피티

by 이류음주가무 2011. 2. 11.

몇 년 전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인천공항에서 13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독일 뮌헨 공항에 도착하기 까지 좁은 기내의 불편함 때문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기내에서 수십 번 맹세를 했지만 지금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가고 싶은 곳입니다.

전통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서 그런지 도시마다 여행객은 넘치고 사소한 곳에도 의미를 부여해 관광객을 맞는 지혜가 부럽더군요.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가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인데요.


다른 나라보다 발전하거나 깨끗해서가 아니고 건물이나 담장에 낙서(?)가 많아서였는데요. 알고 보니 그래피티(graffiti)로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을 말하는데요. 우리 눈에는 조잡(?)한 낙서정도로 보였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에 문화로 자라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피티 관련 단체도 물론 있고, 타인의 건물에 그림을 그릴지라도 건물주인 마음대로 지울 수 없답니다. 없애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정부도 ‘지금의 그림이 100년 뒤에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는답니다.

장황하게 그래피티를 설명하는 이유는 2009년부터로 알고 있는데요. 설봉공원 곰방대 가마 외벽에도 이런 그림이 그려져 있더라고요. 아! 이게 유럽에서 봤던 그래피티가 여기도 있구나 생각했죠.


우리의 정서와 맞는 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은 해봤는데요. 그림 내용과 글씨를 보면서, 또 세계도자비엔날레가 격년으로 열리는 곳이다 보니 잘 어울리는 듯도 하고요.


곰방대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물레성형도구로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매병의 긴 목을 성형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기구인데요. 곰방대 가마는 한국 고유의 전통 가마인 오름세 가마에 곰방대 형태를 합성해 제작한 조형작품의 고유한 이름이고요.


특히 이곳에는 ‘세계도자기엑스포 2001’을 개최하면서 도자타임캡슐을 설치했죠. 이 시대의 도자예술과 도자재료, 그리고 도자를 향한 열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천년이 지난 3001년에 개봉할 예정인데요.


곰방대 가마의 그래피티도 천년이 지나, 아니 백년 후라도 어떤 평가를 받을 지 궁금해집니다. 요즘 곰방대 가마를 지날 때 백년 뒤, 그 먼 후세는 이 곰방대 가마를, 그래피티를 어떻게 평가할 지 생각해 보는데요.


여러분도 이제 그냥 지나치지 말고 백년 뒤를 그려보면서 감상하는 게 어떨까 하고요. 그러면 나만의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요.


참고로 그래피티를 보면 그림 이외에 그린 사람의 사인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Tag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