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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성탄절 미사를 마치고 마시는 커피 한 잔

by 이류음주가무 2011. 12. 25.

성탄절 아침 미사를 드리고 혼자 왔다.
해설을 본 집 사람은 더 볼 일이 있으니 당신 먼저 가란다.

집안 거실은 햇빛이 소리없이 가득 점령했다.
벽걸이 시계만이 고장나지 않았다며 짹각짹각 돈다.

성탄전야 미사가 늦어져 편히 잠을 못 잔 탓에 앉자마자 졸렵다.
커피 한 잔 해야겠다.

조용하고 따듯한 거실 탁자에 어제 사온 귤이 있고,
읽을 책이 있으니 내 할 일이 생겼다. 

 

방금 탄 커피, 그 잔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창 밖의 햇빛은 맑다.
베란다를 여니 공기는 차갑고 명쾌하다.
성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