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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기억을 담아

아내와 떠난 서유럽 여행, 런던을 가다(1).

by 이류음주가무 2013. 5. 30.

공직 근무기간 30년에서 1개월이 모자란다. 결국 전액 자비를 들여 아내와 여행을 떠나게 됐다. 결혼한지도 24년이 막 지났으니 비용을 걱정하는 아내 설득도 그만큼 쉬웠다. 3년 전부터 여행경비를 적금형식으로 이체한 것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론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군복무중 다쳐 병원에 입원중인 아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 등등......


지난 2007년에는 동유럽을 일주했지만 이번은 서유럽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부부동반이다. 집사람들도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갖는 관계이니 불편할 것도 없고 더 재미있는 여행이다 싶어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여행지는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 서유럽 6개국으로 4월 23일부터 5월 4일까지 10박 12일 일정이었다. 아내의 메모를 기초로, 아내의 글 일부를 토대로 나의 생각을 담아 서유럽 여행기를 여행지별로 포스팅하고자 한다. 

사실 이번 여행에 내가 담당한 일은 사진촬영이었다. 류작가 소릴 들으면서 말이다. 크롭바디 캐논60D에 50mm단렌즈, 그리고 광각렌즈를 들고 떠났다. 가이드의 설명은 전적으로 아내가 메모했다.    

 

 

첫날 4월 23일 아침 9시30분 이천시청 앞에 집결했다. 여행사에서 제공해준 버스가 대기했지만 이천에 있는 여행사에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속으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가, 2년 뒤에도 갈 텐데 그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얼굴엔 설렘이 가득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우리 일행과 함께 할 박성* 가이드(이하 박팀장)분을 만나 여행에 필요한 물품과 안내를 받고 출국절차를 밟았다. 박팀장의 착각이었는지, 접수당시에 명단 순서가 뒤바뀌었는지, 항공권 좌석이 우리부부와 김인* 부부의 짝이 뒤바뀌어 있었다. 미간이 약간 좁혀졌지만 그래도 해외여행이니 즐겁지 아니한가.

 

출국심사 후 탑승대기 시간을 이용,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 지구 반대편 런던을 향해 우리는 날기 시작했다. 좌석은 뒤편에 옆 한 좌석이 비어 있어서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은 뒤틀리고 배는 불러오고 일어났다 앉았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하며 창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여행 에세이를 보면 파란 하늘에 비행기 날개가 걸려있는 모습이 정말 황홀해 꼭 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출발 시 비가 와서 그런 가 창문이 깨끗하지만 않다. 그러나 그게 고도에서 얼어서 그런지 나름 멋지게 잡혔다. 끝없는 사막도 지나가고 구름세상을 꿈꾸듯 지나가다 보니 어느덧 영국 해안이다.  

 

 

영국 땅이 아름답게 창밖에 그려져 있었다. 맑지는 않았지만 런던이 하늘에서 선명히 보일 정도로 눈에 들어왔다. 착륙과정에서 몇 차례 상공을 돌았지만 이도 추억의 하나 아닌가. 

 

 

 

 

12시간 비행예정이라 하더니 길 긴하다. 현지시각 오후 6시38분, 한국은 새벽 2시38분, 런던 히드로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영국 땅을 밟았다. 조금만 젊었으면 펄쩍펄쩍 뛰면서 사진을 찍었을 텐데 말이다. 시차는 섬머타임제(3월말-10월말) 실시로 8시간이다. 

히드로(넓다는 뜻)공항은 인천국제공항에 비하면 아주 소박하지만 유럽공항들의 허브역할을 하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단다. 지어진지 60년이 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하다. 그때 그 시절에 이런 규모의 국제공항을 설계했다면, 금방금방 뜯어 고치는 우리 현실을 고려하면 선진국들은 확실히 다르다.

 

공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Jurys Inn Heathrow'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박팀장이 준비해 준 도시락을 호텔에서 먹었다. 피곤하지만 그냥 첫 날을 보낼 수 없어 1층 바에 모여 흑맥주 한잔씩을 마셨다. 영국에서 첫날 마시는 흑맥주, 진하긴 하다. 맛에서 거친 느낌이 들지만 이게 원액의 질감아닌가. 참 맛있다. 여행의 즐거움이지 싶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 덧 탓에 나나 아내나 결국 꼴딱 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