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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아침 산책, 목련꽃은 또 지고

by 이류음주가무 2022. 4. 21.

오랜만에 아내랑 아침 산책을 했다. 

 

보통 나는 오후에 산책하고, 아내는 주로 오전에 걷는다. 그날은 아침 7시에 걸었다. 평소 8시에 기상하는데 이날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우리 부부가 걷는 길은 늘 비슷하다. 산촌리 마을을 지나 논길, 죽당천 둑길을 돌아 왕복 8㎞ 정도를 걷는다.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아침 공기가 신선하지만 아직은 서늘하다. 그렇지만 걸을수록 걸음걸이도 빨라지면서 체온은 점점 상승하기 시작한다. 

산에는 그 흔한 진달래부터 개나리, 산수유, 목련, 매화 등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땅에는 노란 꽃다지를 시작으로 개불알꽃, 냉이, 바이올렛 등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들도 나를 봐 달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그렇게 조용하고 빠르게 걷다 보니 한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 꽃을, 이 노래를, 이 아우성을 내년에도 후년에도, 아내랑 보고 또 들을 수 있을까?. 요즘 주변에서 서글픈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한편으로 나를 옥죄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한 순간임을 일깨워준다. 그게 누군가의 아픔일 수도 있다. 물론 나라고 예외일 순 없지만 말이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하는 말은 사실은 삶에 대한 말'이라고. 그리고 '오늘은 살아온 삶에서 가장 오래되고 늙은 시간이지만 살아갈 미래의 삶에서는 가장 젊은 시간'이라고. 꽃이 피고 또 지니 생각은 깊어만간다. 

오늘도 참 잘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