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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8일차 / 우도, 종달리를 걷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 6.

[재주한달살이] 18일차 / 2021.3.13.(토)

 

- 우도, 밤수지맨드라미 책방, 종달리와 술도가, 덴드리 카페

오랜만에 날씨가 맑다. 오늘은 바람도 잔잔하다. 섬 중의 섬, 우도 가는 날이다. 나와 연두는 올레 제1-2코스를, 다연이는 섬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하기로 했지만 일정 모두를 함께 소화했다.

아침을 거르고, 8시에 성산일출봉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8시 반 배편을 타려면 시간이 간당간당하다. 주차 후 승선신고서를 작성하고, 서둘러 표를 구했다. 관계자가 충분히 탈 수 있으니 뛰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하늘에 구름은 가득했지만 바람은 잔잔했다. 간간이 쏟아지는 빛 내림이 신비롭다. 바다 한가운데에 하얗게 비춰진 공간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20여 분만에 도착한 우도는 오토바이 등 전동차대여업 종사자들의 호객행위로 시끌벅적하다. 전동차도 그렇고 색상 또한 화려하다. 

우리는 지정된 코스로 걸었고, 열 시쯤에 다연이 친구가 소개한 맛집에 도착했다.

 

코스를 약간 벗어나 있었다. 보말뿔소라칼국수로 우도에서 반드시 먹어보려 했다. 어제는 '해녀의 부엌'에서 뿔소라를 소개받아서 그런지 쫀득하니 식감이 느껴진다. 해조류가 들어가서 푸른 면발은 마치 청보리 줄기처럼 싱그럽다. 제주에 와서 네 번째 맛보는 칼국수치고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마도 우도 땅콩 막걸리가 한 잔 들어가 그럴수도 있겠다.


우도는 몸살을 앓고 있다. 빈집이나 상가가 한편에 있고, 다른 곳에서는 여기저기 공사로 섬이 파헤쳐져 있다. 바다가 아름다운 특정한 구역만 관광객이 모이기 때문이리라. 바닷가는 옥색으로 빛나고, 모래는 크램색으로 반짝이지만 여기 해변도 해초나, 어구 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걷는 사람보다는 전동차 등이 우선이고 지역 차량은 과속 질주가 다반사다. 한편으로는 옛 모습을 간직한 담장과 돌담, 유채꽃과 청보리,  각양각색의 지붕 색상이 카메라 셧터를 가만두지 않는다.

 

우도에도 책방이 있었다. 어느 마을을 여행하든 책방이 있으면 나는 문을 열었다. 우도의 ‘밤수지맨드라미’ 북 스토어의 젊은 주인장은 책방을 예쁘게 꾸몄고, 운영도 잘한다. 책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주로 내부를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는다. 나는 들어가면 그냥 나오지 않는다. 일종의 책방 투어 예절이라고 생각했고 실천하고 있다. 한 권 이상을 반드시 산다. 물론 ‘멜랑코리아(치유하는 예술)’란 책에 스탬프를 찍어달라 했다. 그 책을 펼쳐보면 우도가 생각나고 ‘밤수지맨드라미’ 책방을 떠올린다. 

 


책방을 나와 다시 지정된 코스로 걷고 또 걸었다. 사람은 많았고, 전동차는 더 많았다. 해변은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공사 현장은 곳곳을 파헤쳐 어지럽다. 이곳에 오면 또 먹어볼 먹을거리가 있다. 바로 땅콩 아이스크림이다. 우도 레저 선착장 부근에서 쉬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우도 등대 공원으로 거칠게 숨을 쉬며 올랐다. 능선에서 바라본 우도의 풍경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시원했고,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곳곳의 시설물은 시야를 불편하게도 했다. 우도 등대는 아름다웠고, 바다는 더욱 빛났다. 우도 천진항에서 2시 반쯤 배를 타고 육지 아닌 큰 섬으로 나왔다.

 


다음 방문한 장소는 오래된 귤 창고를 빈티지 소품 판매점으로 꾸민 곳인데 내게는 마음이 가는 소품은  없다. 젊은 친구들은 낡은 공간을 계속 찾아다니며 구경하고, 사고, 사진을 찍는다. 종달리 마을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이다. 대표적인 올레 코스가 통과하는 마을이다. 

이어 찾아 건 지역은 알고 보니 처음 올레길을 걸었을 때, 궁금했던 지점이었다. 문구 등 디자인 숍이 있어서 들어갔다. 예쁜 주간계획서가 있어서 하나를 사 연두에게 선물로 주었다. 도자기 공방은 패스했다. 도자기는 사실 이천이나 여주가 가장 예술적이고 실용적이고 아름답다고 자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니다 보면 또 대부분 사실이다. 간혹 정말 멋진 디자인의 도자기를 만나는 경우도 간혹 있긴 하다. 

 


‘술도가’에 들어갔다. 술 한잔 맛보는 체험이 있지만, 단품으로 술을 판매하기도 한다. 시음하는데 연두와 다연이는 한 잔씩 맛을 보는데 나는 운전해야 한다며 마시는 체험을 두 여자가 강력히 반대한다. 대신에 제주바탕 생탁주 중 1만원 하는 ‘한마당’과 2만 원짜리 ‘맑은마당’ 두 병을 샀다. 저녁에 숙소로 와 마시고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갔다. 다음 날 일어났는데, 숙취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을 정도의 깨끗하고 맑은 술이었다. 사실 알코올 농도가 탁주는 12%, 약주가 15% 정도로 가볍지 않은 술이었다. 


저녁 시간이 다가와 종달리 해변에 있는 맛집으로 향했다. 브레이크 타임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다만 해안 길에서 바라본 우도의 풍경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고, 또 푸르렀고, 시원했고, 아름다웠다. 

 


결국, 다시 검색해 문어 볶음을 잘하는 곳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올레제2코스 혼인지 인근으로 이름도 정감이 가는 ‘순덕이네’다. 작은 사이즈 하나를 주문했다. 맛 역시 좋았다. 장소나 건물형태는 그럭저럭 이지만, 맛은 인정했다. 

 


저녁까지 맛있게 먹으니 다음 코스는 물론 카페다. 귤밭에 있는 ‘덴드리 카페’로 향했다. 나는 이미 다연이가 한번 가보라 해서 며칠 전 다녀왔다. 다연이와 연두에게도 카페를 구경시켜주고 싶었다. 두 여자는 카페가 매우 흡족한 표정이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색상이 환상적이다. 마시며 사진을 찍고 하다 보니 해는 저물어간다. 


그대로 숙소로 가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다. 녹산로유채꽃길로 차를 몰았다. 드라이브 코스로 대한민국 최고의 아름다운 도로로 손꼽힌다. 유채꽃은 활짝 피어 있지만, 벚꽃은 꽃망울만 조금씩 터트리고 있었다. 다연이와 연두가 환성을 지르기는 했지만, 내려서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곧바로 인근에 있는 숙소로 귀가했다. 숙소에서 세면과 정리를 마쳤다. 숙소 앞에 있는 ‘표선수산마트’로 향했다. 종달리에서 사 온 탁주와 약주의 안주를 사기 위해서다. 광어회 500그람을 주문했다. 두 병을 셋이서 다 마셨다. 회는 쫀득했고, 양은 두 병 마시기에 적당했다. 나는 결국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