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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10, 18일차 카멜리아 힐의 동백꽃에 빠지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10.

12/10 18일차 / ICUN 기념공원 / 동광메밀쩜뽕 / 카멜리아 힐 

아침은 약간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이후 날씨는 맑았지만 약간 미세가 먼지 낀듯하다.

 

어제까지 추자도를 걷는 올레18-1코스를 제외한 모든 코스를 완주했다. 막상 완주하니 올레 여권을 사용하지 않은 점이 후회된다. 오늘은 잠깐 쉬는 일정으로 주변을 관광할 생각이다. 숙소 앞에 있는 기념 숲을 둘러보고 그동안 먹고 싶었던 동광메밀짬뽕을 먹은 뒤 카멜리아 힐을 본 뒤 환상 숲 곶자왈을 걸을까 궁리 중이다..

 

숙소 앞에 있는 ICUN 기념 숲을 찾았다. 바람은 상쾌하게 불지만 다소 쌀쌀하다. 주차장엔 버스와 화물차 한 대가 각각 서 있다. 화장실 문은 망가져 열려있다. 한눈에 봐도 찾아올 사람이 없는 듯한 공원이다. 오늘 한 블로거가 찾아갔던 느낌을 읽었다.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WCC)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자연보전연맹(ICUN) 숲을 조성했는데 이름은 거창하지만, 규모나 내용 면에서 동네 소공원만도 못하다는 악평이다.

 

하반기 한달살이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예산을 낭비해가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행정현장이었다. 한 카페 주인과 수다를 떨면서 제주에는 비닐과 쓰레기, 예산 낭비 현장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고 했었다. 어쨌든 기념 숲도 도로건설 후 자투리 섬처럼 생긴 부분에 조성을 했다지만, 단지 기념총회를 개최했다는 성격 외에는 숲으로서 가치나 평가를 받기에는 빈약한 수준이다. 누군가의 공적은 후대에 남겨져야 하니까. 30여 분을 돌고 동광메밀짬뽕집으로 향했다.

 

열한 시가 조금 넘었지만 서너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열심히 짬뽕을 맛있다며 소리를 내면서 먹고 있었다굴 메밀 짬뽕을 주문했다. 얼큰한 짬뽕에 굴이 가득한 줄 알았는데 칼국수를 닮았다. 테이블에 있는 고춧가루를 뿌리고 국물을 한술 뜨니 맛도 식감도 다르다. 짬뽕을 먹으면 국물은 대부분 남기는데 들이키니 괜찮다. 고객 평가도 제법 나오는 맛집이다. 앞 좌석에 앉은 여성들은 크게 소리 내며 맛있게 먹는다. 식당 안이 시끄러울 정도다. 그 손님이 나가니 식당 안은 조용하다. 주인장도 조용해졌다고 한마디 한다. 손님들은 계속 오고 처음으로 지역 화폐인 탐나는 전카드로 결제했다.

 

12시경카멜리아 힐에 도착했다. 주차장마다 차량이 가득했다. 사실 한 시간 정도면 모두 구경하고 사진도 찍을 만큼 찍고 나올 줄 알았다. 표를 구하고 막상 입장할 때부터 줄을 선다. 지정된 번호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걷는데 처음부터 동백꽃이 시야를 어지럽게 하며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물론 사진을 찍으려는 나의 자세도 다양하고 그만큼 걸음도 느려졌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관광객은 물론, 연인, 단체관광객 등 정말 많다. 찍는 시간은 길어지고 발걸음은 느려졌다. 관광객들도 아름답다고 멋지다며 환호성이다.

 

일부 공사하는 구간이 있었고, 여름꽃이 진 탐방로는 통제했다. 대신 다양한 형태와 색깔을 자랑하는 동백꽃을 위주로 탐방로를 구성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8코스밖에 관람하지를 못했다. 젊은이들의 사진을 찍는 장소는 정해졌고, 모델이 없어 슬쩍 셔터 누르고 앞으로 이동하거나 접사로 동백꽃을 담았다.

 

 

중간중간 화장실을 들리기를 몇 차례, 온실을 들어가니 카페가 있다. 차 한잔 마시려고 계산하는데 계산기가 말을 듣지 않는다. 종업원이 나와 도와줬다.  온실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는데 지난번 연두를 데리고 오지 않은 점이 후회가 된다.

사실 그때는 그럴 여유도 없었지만 어쨌든 휴애리 동백꽃 축제장보다는 가격이나 규모나 분위기가 천양지차다. 가을의 정원도 재미있게 연출을 해놨다. 대형 거울을 설치해 사진을 찍거나 서서 구경하는 재미도 흥미롭다.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명화가 생각난다. 멋지고 정성스럽게 꾸며놓은 정원이니 늦은 시간에도 관광객은 계속 들어온다. 관람하는 중에 경사리 사시는 고모부께서 두 차례나 전화벨이 한 번씩 울리고 끊긴다. 전화를 드렸다. 고모부 봉열이라고 반가워하신다. 요즘 종종 전화하신다. 사촌 동생 딸 결혼할 때도 그렇고 무슨 일이 일어났나 걱정이 됐었다. 하시는 말씀은 애들 잘 있고 집사람 건강하냐고 걱정이시다. 나도 걱정하신다. 잘 있고 지금 어디와 있다고 말씀드렸다.

 

 

중간에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에 도착했다. 동백꽃 굿즈가 최고다. 동백을 담은 스카프, 메모지, 배지, 자석 등을 샀다. 또 가을 정원이 나타났다. 억새, 철이 지난 핑크 뮬리, 동백꽃도 정원을 장식한다. 관람객 역시 탄성을 자아낸다. 네 시 반 경 출구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도 단체 손님은 계속 입장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은 찬밥에 두루치기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김치 볶음을 하려다가 남은 돼지고기를 모두 넣고 볶기 시작했다. 다진 마늘도 잔뜩 넣고 집에서 가져온 고춧가루도 더 뿌렸다. 그리고 MSG도 조금 첨가했다. 나중에 맥주와 함께 두루치기를 먹는데 신창 두루치기맛집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맛이 좋다.

 

 

여기에 부추만 더 넣는다면 최고의 맛이겠다. 연두에게 보여주고 집에 가면 미친 듯이 만들어 주겠다고 장담을 했지만, 장난이 됐다. 오늘도 만 보 정도를 걷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내일은 예약한 거문오름오를 계획이다.

 

< 동광메밀짬뽕 >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