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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14, 22일차 올레18-1코스 드디어 추자도를 걸었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15.

12/14 22일차 / 추자도 18-1코스, 황경한 묘, 눈물의 십자가, 서귀포 앞바다 지진 나다

이번 제주한달살이 중 반드시 다녀올 장소는 추자도였다. 추자도는 올레 18-1코스가 있는 제주시 추자면에 있는 섬을 통칭한다. 제주 시내에서 45㎞, 해남에서는 35㎞ 정도 떨어져 있어 오히려 전라남도에 가깝다. 분위기도 닮았다.
 
추자도 올레18-1코스는 난이도에서 몇 안 되는 상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 평가받는다. 난이도가 상이라고 평가됐던 올레3-A, 9코스보다 훨씬 힘들고 시간도 더 걸린다. 배편을 예약했고,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섬이라 아침 일찍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여덟 시가 조금 넘게 도착했다. 주차 후 매표소로 들어가니 한가하다. 예약된 번호를 보여주고, 다음날 돌아오는 표는 추자도에서 계산하기로 했다. 당일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있어 상황 봐서 오후 4시 반 배편을 다시 이용할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편의점에서 멀미약의 판매는 약사법 위반이란다. 한 시간 반 정도는 참아보자며 약을 먹지 않았다. 승선시간이 다가오자 여행객이 몰려온다. 걷는 사람보다 낚시꾼 무리가 두드러졌다. 추자도는 낚시꾼에게는 천국이란 소문이 있었다.

아홉 시 개찰을 시작했다. 울릉도를 가는 배와 비슷했다. 때마침 하늘에서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한다. 배와 비행기를 한 구도에 넣고 사진을 찍었다. 좌석 옆에 타 손님은 타지 않았다. 단체 여행객이 많다. 걷기 위한 여행자는 적었다.

 

내가 승선한 배는 아홉 시 반에 출발했다. 항구를 빠져나와 항해하기 시작한다. 바람은 잔잔했고, 파도는 잔물결 수준이다. 배의 흔들림은 느끼지 못했고, 소음도 없다. 이 정도면 연두 기도발이 너무 강한가 하는 경외감이 든다. 선장은 열 시 사십 분이면 도착한다고 방송한다. 배는 추자도에 다가간다. 추자도 주변에 섬이 많아 보인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두 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유인 섬은 4개, 무인 섬은 38개나 된단다.

 

항구에 도착해 내리니 낚시꾼이 많다. 올레 안내소로 향했다. 안내소는 추자면사무소 옆에 있고, 배에서 내리면 2∽300m 떨어진 추자도 중심 해안가에 있다. 몇이 기다리면서 출발지점에서 스탬프를 찍는다. 익숙한 분의 목소리가 그때 들렸다. 한림항에서 우리를 사진 찍어 활동상황을 보고했던 자원봉사자다. 나는 반가웠고, 그분은 놀랐다. 올레18-1코스 돌며 정리(보완,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 날이다. 안내소 근무자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네 시반 배를 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힘들단다. 일부 코스를 버스로 이동하면 충분히 세 곳 모두 스탬프를 찍고 편하게 타고 왔던 배를 다시 이용해 제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뉘앙스다. 

 

하루 묶어가기로 결심했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최소한 7시간은 걸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추자초등학교 정문으로 올라섰다. 앞에는 어르신이 혼자 걷고 있었다. 초등학교 벽면을 다양한 색으로 색칠해 정문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출입을 금한다는 현수막이 정문에 붙어놨다. 학교 모습도 일부 가려졌다. 

 

학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객은 없다. 학교 옆으로 올라가니 최영 장군 사당이 보인다. 해안길을 따라 걸었다. 흐린 날이지만, 선명히 보이는 곳이 해남이란다. 초반부터 힘에 부친다. 머리카락이 하얀 어르신 외에는 걷는 사람이 없다.

 

봉글레산 정상에서 추자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불 감사원께서 길을 안내를 해준다. 그런데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봉글레산을 내려오자마자 성당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감사원을 말을 믿고 300여 m를 지나쳤다. 마을 길로 들어와 걷다가 절기미절골 절벽에서 오른쪽 나바론 절벽으로 올라가 봤다. 올레 코스를 자발적으로 벗어났다. 절벽은 높았고, 바다는 푸르렀다. 바람은 제법 불었다, 사진을 찍고 내려오니 등대가 나타났다. 

 

전에는 전망대까지 올라가 구경했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출입문을 닫아놨다. 등대에서 내려오면 바람케 쉼터가 나온다. 초반에 힘들어 쉴까 하다가 능선을 타고 올라가고 또 내려가니 추자교가 보인다. 추자교 왼편에 참굴비 조형물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묵리 고갯길을 따라,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추자도 산길은 조용했고, 이따금 새소리도 들린다.

 

묵리 교차로에 도착했다. 어르신은 뒤를 따라오고, 젊은 친구 등 3명은 추월한다. 교차로에서 망설이다가 오른쪽으로 내려가니 묵리 마을이 나오고 묵리항이 보인다. 중간 스탬프를 찍은 유명한 묵리 슈퍼가 떡하니 마주친다. 젊은 친구들은 컵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중간 스탬프를 찍고 해안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안가를 계속 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산길이다. 산길을 걷다가 포장된 도로 양지바른 장소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숙소 앞 ‘청춘당’에서 산 꽈배기와 사과, 고구마를 먹었다. 옆집 개는 낮 선 이를 보고 계속 짖어댄다. 그 사이 어르신과 젊은이들은 산속으로 갔다. 

 

신양을 지날때 항만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행객이 보인다.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호가든 한 병을 주문했다. 제주 맥주는 추자도 항 옆 노란 집에서 판매한단다. 해양 관련 분야를 전공한 후 제주도에서 일하다가 추자도에 정착한 젊은 사장은 의정부 출신이란다. 여기서도 제주도는 선명히 보인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인사하고 나왔다. 다시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오르는데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날씨가 제주 본토와는 다른가 했다. 

 

해안가 옆으로 걷다가 포장된 도로를 놔두고 옆으로 산길을 따라가니 황경한 묘가 나타났다. 이 올레 18-1코스에 황경한 묘와 눈물의 십자가를 반드시 봐야 했다. 묘 앞에서 성호를 긋고 사진을 찍은 후 주변을 살피니 조금 지나쳐 온 해안가에 전망대가 보인다. 그쪽으로 몇백 m 가니 절벽 끝에 의자가 놓여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의 빛이 움직인다. 제주도도 보인다.

 

모정의 쉼터 정자 옆 바닷가 쪽으로 또 길이 놔있다. 최근에 잡초나 잡목을 제거한 듯하다. 따라가 봤다. 그 끝에서 북쪽으로 보니 해안가 바위 위에 십자가가 보인다. 눈물의 십자가를 세워놓은 곳이다.

다시 모정의 쉼터로 오니 여러 여행객이 황경한의 묘 주변을 돌고 있다. 예초리기정길을 걸었다. 길은 구불구불하고 경사는 급하다. 내리막길에 다음에 오르막을 오르는데 힘들다. 앞에 한 사람이 걷고 있고 맞은편에서 한 사람이 내려온다. 오름길 꼭대기에서 오른쪽으로 가니 눈물의 십자가가 있다. 올레18-1코스를 벗어났다. 차가 몇 대 있어 이분들도 십자가를 보러 왔나 했지만 낚시꾼이다. 

 

십자가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십자가는 바위 위에 자리 잡았다. 여러 컷을 담았다, 경사진 계단을 오르는 데 힘이 든다. 예초리기정길을 걸었다, 바닷가에는 어구 쓰레기가 엄청나다. 심지어 산 중턱까지 스티로폼 덩어리가 하얗다. 해안가 길로 따라오는데 예초리 마을이 나온다. 버스 정류장이 있고 작은 항구도 있다. 여행객 몇을 봤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당일 제주로 돌아가는 여행객 같다. 

 


학교 가는 샛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도로를 가로질러 돈대산 입구로 올라갔다. 힘은 들었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돈대산 정상에 도착하니 여성 두 분이 사진을 찍는다.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는 넓었고, 빛났으며, 마을은 예쁘다. 

 

묵리 갈림길이 나타나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담수장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었다. 사실은 여기서 또 길을 잃었다. 2차선 도로 위로 온달 산길이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를 보지를 못했다. 물론 산길은 걷기 편했으리라. 

추자교 입구에 세운 참굴비 조형물이 노을에 빛난다. 추자교를 건너 조금 지나니 119 소방대 전에서 다시 왼쪽으로 올라간다. 고개를 넘으니 추자도 면 소재지가 한눈에 보이고 항구가 곁에 있다. 오른쪽으로 내려가 바닷가 옆으로 걷는다. 올레 안내소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오후 5시 3분이다.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했고, 묵리 슈퍼에는 12시 40분에 도착했다. 6시간 13분이나 걸렸다. 배는 떠났다. 안내소에 들어가 궁금한 몇 가지 물어봤다. 코스를 다 돌았는데 내일 더 볼 곳이 있느냐 했더니 나바론 절벽을 말한다. 다녀왔다고 하니 그럼 특별하게 추천할 곳이 없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신양항에서 10시 50분 배가 있고, 면사무소 앞에서 한 시간 단위로 마을버스가 간단다. 제주 맥주 파는 곳을 아니냐 물었더니 있느냐고 되묻는다. 신양항 카페 사장이 말하길 노란 집이라 했다고. 커피앤민박집을 가리킨다. 

내일 네 시까지 기다리지 않고 10시 50분 배를 타기로 정하고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민박집에서는 제주맥주를 7천 원에 판매한다. 오히려 천 원이 싸다. 작은 방이 4만 원이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란다. 낚시꾼은 받지 않아 오늘은 나 혼자란다.

 

가방을 방에 두고 나오려니 재난문자가 오면서 출입문이 흔들린다. 숙소가 있는 서귀포 앞바다에서 지진이 났단다. 딸은 문자로, 아들은 전화로 걱정한다. 연두는 소식이 없다. 

수업하고 있었고, 본인에게 재난문자가 오지 않았단다. 가까운 식당에 가서 굴비 정식을 먹었다. 방송에서는 지진 소식이 계속 속보로 나오는데 식당에 있는 사람들은 태평하다.

 

숙소로 와 샤워를 한 후 카페로 갔다. 제주에일맥주 두 병을 주문해 마시며 하루를 정리했다. 추자도 코스는 힘들다. 당일치기로 왔다 가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 편히 묶고 다음날 아침 신양항에서 출발해도 괜찮다.

 

< 추자도 민박집 / 인추자 커피앤민박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