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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21, 29일차 '숙성돈'의 돼지고기에서 육즙이?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21.

연이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숙성도’란 돼지고기 맛집은 확정했는데, 나머지 일정을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 교회와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본태박물관’을 들러보자고 내가 제안했다. 

구름이 약간 낀 날이다. 숙소에서 10여 분 거리로 주변을 살피며 방주 교회로 향했다. 열 시에 도착하니 차량 서너 대가 주차해 있다. 외부 관람과 함께 교회 안으로 들어갔고, 내부는 정말 숙연한 분위기였다. 산티아고 순례길 걸을 때 어느 높은 지역에 있는 성당 안의 분위기를 닮았다고 다연이는 말한다. 

 

방주 카페에 들어가 차를 주문해 한 잔 마시며 ‘숙성도’ 예약 현황을 확인했다. 열 시가 조금 넘자 서서히 예약자 수가 증가했다. 열한 시에 오픈하는데, 열 한시까지는 현장에서 예약을 받고 열한 시 이후는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한 돼지고기 맛집이란다. 

 

차를 마신 후 서둘러 맛집 ‘숙성도’로 향했다. 열한 시 전에 ‘숙성도’에 도착하니 주차장엔 차량이 가득했다. 젊은이들은 길게 줄 서 있었다. 예약 순서는 23번째다. 1층과 2층에 순서대로 입장하면 운이 좋으면 입장이 가능하고, 조금 늦으면 한 타임 뒤 입장해야 한다. 열한 시에 입장을 시작하니 6번까지 대기 번호가 줄었다. 결국 열한 시 이십 분, 2층으로 입장을 했다. 이효리 씨의 사인도 붙어있다. 

1층은 가득했고, 2층도 서너 테이블만 빈자리가 있었는데 창가에 있는 좋은 자리로 배정됐다. 고기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 350G 당 가격은 3만 원대다. 종업원이 고기를 구워주면서 부위별 먹는 시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액 젖을 찍어 먹는데 액즙이 나온다. 약간 덜 구워진 돼지고기 식감임에도 거부감은 없다. 입맛에 맞느냐는 종업원의 물음에 돼지고기의 신세계를 맛보는 듯하다고 칭찬해 줬다. 돼지고기에서 액즙을 맛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액젓이나 냉이 고추까지 바르거나 찍어 먹었는데 맛의 묘미가 대단했다. 어제 먹었던 고등어 회처럼 생경하지만, 맛은 특별함이 가득했다. 돼지고기가 특별해도 얼마나 특별할 수 있을까마는 고기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고, 특별한 방법을 연구해 손님에게 맛보게 하는 방식이 훌륭하다. 1인분을 추가했다. 먹는 양은 맛에 반비례할 수 있지만 ‘숙성도’의 고기 맛은 정비례한다. 

 

군산오름으로 향했다. 군산오름은 올레8코스의 정점으로 한차례 올랐었다. 군산 오름 바로 아래 주차장이 있다. 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차량은 올라간다. 초보운전자라면 두려웠을 터다. 차를 세우고 옆을 보니 낭떠러지 같은 느낌이다. 한라산을 비롯한 서귀포, 산방산, 숙소인 동광까지 풍경이 시원하다. 해무, 비닐하우스 등이 시야를 방해하지만, 군산오름은 오를만하다.

 


대평 포구에 있는 카페를 찾아갔다, 박수기정도 보여주고 싶었다. 군산오름에서 내려오면서 보이는 대평리 마을은 예쁘다. 포구에서 내리니 바다는 봄바람처럼 따듯했다. 운동화로 갈아 신고 박수기정 앞 바위로 향했다.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약간의 구름과 맑은 하늘이 조화롭다. 박수기정에 놀라는 표정이다.

 

처음 방문한 카페는 사람이 많다. 해안가를 따라 걷는데 유채꽃이 한창이다. ‘마녀의 언덕’이란 카페 옆에 있는 ’팔길‘ 카페를 추천했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뒤로 눕혀진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분위기가 호젓하다. 햇볕을 쐬고, 따듯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반짝이는 바닷가 앞에서 차를 마셨다. 수평선은 눈부셨고 바다는 아름다웠다. 다연이는 사진을, 동영상도 찍으며 흡족해한다. 서울에 있는 친구가 전화했다. 혼자 갔다며 부러워한다. 직장 얼른 그만두고 여행이나 다니자고 했다. 이달이나 다음 달 전시회를 보러 서울에 가니 그때 보자 했다. 

 

한 시간을 ’팔길‘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힐링했다. 대평 포구 근처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한겨울에 유채꽃을 보는 재미는 색다르다.

 

로스팅한 커피가 유명한 서귀포 '비브레이브 혁신도시점'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에 도착하니 영업은 끝난 상태였다. 로스팅한 커피를 하나는 선택했고, 하나는 추천받았다. 

 

저녁 먹을 장소로 ’홍칼‘이란 칼국수 집을 추천했다. 동광육거리 숙소 인근에 있는 맛집이다. 근처에 ’인디이스트‘ 카페가 있고, ’무로이‘란 카페 겸 베이커리도 영업 중이다. ’홍칼‘에 도착했다. 마당 앞 동백꽃 앞에 의자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칼국수와 만두를 주문했다. 국물 맛을 보더니 맛있단다. 국물맛을 질문했지만 나는 답할 수 없다. 만들 수도 없다. 지난번 한번 맛보았는데 국물은 물론 면발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로 맛있다.

 

숙소에 도착해 소화도 시킬 겸 동광리 마을 쪽으로 걷자고 했다. 노을은 연한 핑크로 물들기 시작했다. 바람은 조금 쌀쌀하다. 다연이랑 함께 제주에서 길을 걷는 의미는 특별하다. 서른이 되는 딸과 걷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인적은 드물다. 갑자기 후다닥 하고 달려가는 소리가 난다. 우리도 놀랐고,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엉덩이 하얀 두 놈도 놀라 조금 떨어져서 우리를 멀뚱히 쳐다본다. 도로를 건너고, 마을 안쪽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흑염소 한 놈이 건천인 하천을 따라 걷는다. 꿩도 소리 내며 날아간다. 노을은 점점 붉어가고, 어둠도 함께 몰려왔다. 숙소에서 세탁하고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제주한달살이도 하루 남았다.     

 

< 숙성도 >

 

< 팔길 >

<비브레이브 혁시도시점 >

 < 홍칼 >

< 무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