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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기억을 담아

[일본여행] 도판에 새긴 명화 오츠카 미술관 관람, 그리고 전통 무용을 배우다.(6)

by 이류음주가무 2023. 6. 24.

세 번째 방문지는 샤미센과 인형극을 볼 수 있는 ‘아와쥬로베 저택’으로 이동했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었다. 마을 역시 조용했다. 우리만을 위한 공연처럼 보였다. 저택으로 들어가니 주인공 두 사람의 동상이 소나무 중간에 서 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하얗게 흘러갔다.

 

닌교 조루리 ‘게이죠 아와노 나루토’는 1698년 죄상도 밝혀지지 않은 채, 번의 정책상 희생양으로 처형된 쇼야 이타토 쥬로베의 이름을 빌려 만들어진 집안 소동 이야기다.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첫 장면은 어머니인 오유미가 바느질하는 장면이다. 실에 침을 발라서 바늘귀에 끼우고 천에 바느질하며 실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긴장이 느껴질 만큼 동작에 절도가 있다. 검정 두건을 쓴 3명이 한 조가 되어 머리, 손, 발을 나누어 따로 조종하는 솜씨는 마치 한 사람이 조종하는 듯했다.

 

 
인형극의 줄거리는 3살 때 할머니에 맡겨진 ‘오츠루’가 순례자가 되어 어머니,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가 ’오유미‘의 집 앞에서 ’순례자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 인사하며 만났지만, 변장하며 살아가고 있는 ’오유미‘는 딸에게 해가 될까 봐 차마 내가 너의 엄마라고 알려주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슬픈 이야기이다. 무대 위 일본어와 영어 자막이 있지만 그걸 보다 보면 감정이입이 안된다. 내용은 몰라도 변사의 목소리만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구슬프다. 

 

인형극이 끝난 후 인형을 조종해 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가졌다. 조금 전 3명이 오유미를 조종했듯이 딸 ‘오츠리’를 관계자가 알려준 대로 연습해 보는 시간이다. 일행 3명이 나갔다. 각자 역할은 고개 숙이기, 눈감기, 손목 움직이기 등등이다. 모두 처음 해보는 동작이라 제각각 움직인다. 나머지는 바라보며 폭소를 터트린다. 

 

쇼핑 문제로 관람을 하느냐 마느냐 손을 들어 취소될 뻔한 인형극이다. 지나쳤다면 아쉬울 뻔했다. 주택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었다. 쇼핑몰이 있어서 염색된 머플러 등에 손이 갔지만 참았다 

 

이제 3박 4일의 문화탐방 마지막 일정은 ‘아와오도리 공연’을 보러 간다. 도쿠시마현의 여름을 상징하는 ‘아와오도리’는 예로부터 ‘우라본’이라는 여름 불교 행사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비는 의미로 추던 ‘봉오도리’가 발전한 춤이다. 

 

‘춤추는 바보, 그 춤을 구경하는 바보, 차라리 춤추는 바보가 낫다’라는 말처럼 손을 들어 올리고 발을 옮기며 걸어 나가는, 누구라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춤사위다. 일행은 흥겹고 신나게 춤을 추며 공연을 즐겼다. ‘아얏 토사’ ‘아얏토 얏토’ 선창과 후렴도 금방 입에 붙었다. ‘잘 지냈어?’, ‘잘 지내 구 말 구’란 의미다.

 

나는 그 장면 하나하나 놓치기 아쉬워 카메라에 담았다.

 

다소 초점이 흔들리고 라이트를 사용할 수 없어 어둡지만, 그때그때 무대 조명이 아름다워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춤을 추는 일행의 흥겨운 표정도 아름답고, 공연자의 아름다운 미소 역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듯했다. 그렇게 흥겨운 시간이 모두 끝났다. 

 

나흘간의 공식 일정이 마침내 순조롭게 끝났다. 아쉬운 마음은 가득했다. 계획에 없던 쇼핑을 위해 숙소로 가기 전 현지 마트를 찾았다. 마트 옆에는 큰 규모의 Drug Store도 있었다. 쇼핑 카트를 끌며 여기저기를 휘저었다. 결국, 우리가 찾던 바나나 빵은 없었지만, 서로 소통이 어려웠던 마트 직원은 친절하게 우리를 바나나와 관련된 장소로 안내했다. 작은 맥주 몇 개, 빵, 기타 등등을 담아 나왔다. 

 

여행의 끝을 알리는 노을이 검붉은 하늘을 뒤덮으며 길게 지고 있었다. 

 

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먹었다. 부드러운 회도 나왔다. 

 

온천욕도 즐겼다. 밤은 깊어졌다. 맥주 한잔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