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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기억을 담아

[일본여행] 예술의 섬 나오시마, 안도다다오, 다시 일상으로 오다(7).

by 이류음주가무 2023. 6. 25.

제4일 / 5.26. 
다시 일상으로 오다.             

오늘도 새벽 일찍 일어났다. 숙소 인근에 있는 고토히라 신사로 향했다. 

 

일본인들이 평생에 한 번은 오르고 싶은 유명한 신사란다. 바다의 신인 <시사누키 곤피라> 상을 모시는 신궁이다. 본궁까지 계단을 1368개 올라야 했다. 


신사 입구로 우회전했다. 두 번 본 풍경이다.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 지팡이가 꽂혀 있다. 일정 금액을 통에 넣고 들고 가면 된다. 우리는 빈손으로 그냥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뒤를 돌아보면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사는 오전 6시부터 문을 연다. 이미 몇 사람이 대기 중이다. 처음에는 입장료가 있는 줄 알았다. 무료였고, 일부 전시공간만 유료였다. 길가에는 신사를 위해 금일봉을 헌금한 이들의 비석이 즐비하다. 금일봉 액수에 따라 비석의 크기도 다른가 보다.

 

신사는 오래된 건물로 조용했고, 초 여름 풍경은 가득했다. 참배하는 사람도 있고, 의자에 앉아 쉬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도시를 바라봤고, 신사 곳곳에 눈길을 주었다. 소원을 비는 소원지는 우리나라처럼 가득 달려 있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정겹다. 높은 건물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산은 짖게 푸르러 가고 있고, 산에서는 산새가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맑고 청량한 하늘에 구름 또한 아름답다. 

 

그림자에 비친 자화상은 과연 나일까 궁금했다. 단정한 신사에 말 조각상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다. 

 

 

내려가는 길은 따로 있었다. 정상에 오른 후 그 정상에서 내려오는 행태도 이전과는 달라야 하듯 말이다. 오를 때보다 더 천천히 내려오고 싶었다. 해는 점차 산 위로 올라왔다. 길게 늘어선 그림자는 조금씩 짧아지고 있었다. 

 

숙소로 직행하지 않고 하천을 지나 역 앞에 있는 어느 탑 모양이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작은 공원에 있는 건물치고는 높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온천욕도 마지막으로 즐겼고 아침도 맛있게 먹었다. 호텔 안에 있는 쇼핑점에 들어갔다. 어제부터 살펴본 과자 중 맛있어 보이는 과자가 있어 결국 하나 샀다. 짐을 싸서 내려왔다. 버스는 도시를 지나갔다. 버스 안에서는 아쉬움을 달래는 하모니카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신청곡을 받았고, 노랫소리도 들렸다.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다카마츠 공항은 소박했다. 국제공항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지만 다정함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출국 절차를 밟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면세점 앞에는 우리 일행 외 손님들로 가득했다. 나는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은 없었지만 한번 돌아봤다.

열한 시 반 <에어 서울> 항공기는 다카마츠 공항을 이륙했다. ‘잘 있게나. 기회를 만들어 다시 오겠다’하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본 다카마츠는 코토히라와 비슷하다. 하늘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를 내려다보는 지상은 많이 차이가 난다. 

 

약 두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맥주와 오징어를 주문했다. 에어 서울은 별도로 식사나 음료를 손님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사전에 예약하면 식사 등은 비행기 안에서 먹고 마실 수 있다. 나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단다. 한 잔을 마시니 몸에 알코올 기운이 슬며시 그리고 빠르게 올라온다.

 

 

그렇게 다카마츠 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한 시 반쯤 인천공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두 나라 사이의 해협을 지나오는데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짐을 찾아 전용 버스에 오르자 버스는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공항 손님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이다. 김치찌개가 나왔다. 일본 음식 또는 호텔식으로 4일간을 지내다 보니 역시 김치가 들어간 음식이 최고다. 모두 맛있게 먹었다. 네 시 넘어 설봉공원에 도착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해단식을 6월 12일 저녁에 갖기로 공지됐다.                   

이번 문화탐방을 마무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코 나오시마 섬이다. 

 

‘나오시마는 세계적 여행 잡지 ‘콩데 나스트 트래블러’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보고 싶은 세계 7대 명소’ 중 하나다. 건축, 자연 예술, 문화가 어우러져 특별한 정취를 자아낸다. 폐기물이 쌓인 섬을 예술의 낙원으로 탈바꿈시킨 신화적인 이야기,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자발적인 참여, 50년 후를 내다보고 진행한 베네세 그룹 후쿠다케 회장의 박진감 넘치는 창조예술 경영이 이룩해 낸 결과다. 
 
나오시마 섬을 한자로 쓰면 직도(直島 / 올바르고 수수하다)다. 나오시마를 이해하기 위한 기업인, 건축가, 작가들의 작업 과정들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예술프로젝트를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안도다다오라는 건축가의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가의 혁신적인 사고가 부럽고, 자연을 이용하여 작가의 작품이 가장 빛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건축가 안도다다오의 사려 깊은 마음이 존경스럽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쿠사마야요이 등 예술가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지금도 섬사람들은 살고 있고, 그들의 삶과 어우러진 작품을 위해 소통하는 이들의 사려 깊은 행동 역시 계속되고 있다.

 

섬사람의 삶에 의미가 있고, 품격이 있길 바라는 모두의 마음이 모여서 만든 예술의 섬, 나오시마는 수수하면서도 눈부셨고, 고요하면서도 찬란했다. 3박 4일 동안 예술의 세계에 온전히 몰입했던 나오시마 섬의 문화탐방은 내 인생의 소중한 버킷리스트를 하나 달성한 소중한 소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