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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1/23, 2일차 사려니숲 길을 걷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1. 17.

11/23.  2일 차 / 사려니숲길을 걸었다

지난밤 제주에서 첫잠을 설쳤다. 여행을 갈 때마다 대부분 첫날 잠은 어렵다. 결국, 새벽 네 시 반에 눈을 뜨고 뒹굴뒹굴하다가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 눈앞에 있는 산방산을 바라보니 구름 사이로 펼쳐진 풍광이 놀랍다.

 

쌀을 물에 담그지 않고 바로 씻어 밥을 했더니 약간 고슬고슬하다. 미역국 역시 msg를 넣지 않았더니 맛은 싱겁다. 걸을 때 먹을 간식거리로 사과와 고구마도 약간 준비했다.

여덟 시 반이 지나서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주차장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출발했다. 그렇지만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경로가 좀 이상하다. 아마 중간에서 불법으로 유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제주 시내로 도는 듯하다. 

출근이 시작된 월요일 아침에는 도로 위에 차량은 조금 많다. 다소 지체 구간이 생겼다. 도중에 주유 후 제주 중간산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표선으로 방향을 튼다. 비자림로로 가는 중에 편의점에서 우우, 빵, 삶은 계란 등을 구입했다. 열 시경 사려니숲길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량은 드물다. 주차 후 우리는 곧바로 출발했다. 나는 이미 한번 걸었던 길이고 연두는 처음이다. 

 

숲길은 시원했지만, 날씨는 다소 흐렸다. 걷는 내내 거칠게 바람은 불었고,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좀 시끄럽다. 조용히 걷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혼자 걷는 이도 있다. 친구 여러 명이 함께 걸으면서 웃고 노래도 한다. 

 

걷으면서 내가 가장 원망스러웠던 때를 물어봤다. 연두는 말한다. 다연이 출산 전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했을 때, 수당 받은 날 동료들과 고스톱을 치는 중 전화했다고 화낸 일 등 대부분 술과 관련된 때가 원망의 주를 이루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 속으로 울컥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열두 시 이십 분에 사려니숲길 끝 즉 10km 지점에 도착했다. 점심을 간식으로 해결하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수국이 마른 상태로 즐비하다. 여름에 수국 꽃을 보러 다시 오자고 말을 건넸지만, 약속은 올해는 허언이 되고 말았다. 13km 지점에서 준비한 고구마를 간식으로 먹었다. 오는 중에 비 대신 싸락눈이 약간 내렸다. 비 대신 싸락눈이 내리도록 아마 연두가 기도했으리라.

 

두 시 사십 분 출발지점인 사려니숲길 입구에 도착했다. 숙소로 향하는 도중에 도순다원을 방문할 계획이다. 동백꽃 등이 유명한 휴애리 앞을 지나니 동백꽃 축제가 시작됐다. 피곤한 연두가 다음에 오자고 한다. 차를 몰고 조금 지나니 귤 농장이 장관이다. 하늘에 신비로운 하얀 구름이 길게 귤밭이 있는 제주 하늘을 덮고 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도순다원을 찾아갔더니 개인 출입은 금지란다. 어느 관광 안내 책자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왔는데 황당하다. 네 시 반경 숙소에 도착했다. ‘미스터 맨션’에서 이불과 옷걸이 대, 출입문 배터리를 교체했다. 아들이 오기 때문에 이불 세트 11,000원, 1인 추가 1박 5,500원 등 모두 33,000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가까운 안덕농협 하나로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산방산 인근에 있는 마트다. 2천 원짜리 감귤 1 봉지를 사서 맛을 보니 아직 시고 싱겁다. 산방산 아래 ‘소희네국수’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고기 국수가 먹고 싶었지만, 재료가 모두 소진이란다.

 

대신 몸국 2인분을 주문했다. 판교 현대백화점보다도 가격은 저렴(8,000원)하지만 맛은 좋다. 반찬도 싱싱하고 맛 간이 딱 맞다. 어제 첫날 저녁에 왔던 길로 숙소로 가니 저녁 7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