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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31일 차 / 제주한달살이를 마치면서

by 이류음주가무 2022. 2. 27.

떠난다. 제주원도심(제주남성마을, 새탕라움, 문화공간 이다, 관덕정), 맛집 온차, 채우다카페, 집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무리 짐을 정리하고 모두 차에 실었다. 최소한 5㎞라도 달리고 싶었지만, 해안가에서 넘어져 오른쪽 무릎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시큰거린다. 걸을 때는 괜찮지만 계단 등을 오를 때마다 약간 통증이 있어 결국 포기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카메라가 또 박살 날뻔했고, 몸에 상처라도 날 상황이었는데 겨우 균형을 잡고 넘어지는 바람에 상처는 나지 않았다. 물론 카메라도 온전했다. 

 

짐 정리를 마무리하고, 해장국을 먹으러 숙소 앞 식당으로 갔다. 자주 가던 맛집은 아직 오픈 전이다. 제주돼지국밥하는 집이 있어 들어갔다. 손님은 없었다. 국밥을 주문했다. 특별하거나 맛이 있다거나 평가하기는 그런 보통의 식당이다. 

식사 후 퇴실하겠다고 전화했다. 난방비 등 연료값 등을 정산해보니 14만 원 정도 추가 비용이 더 발생했다. 제주 한달살이 시 숙박비와는 별도로 전기, 가스 등 이용료는 후불제다. 그러기 위해 이용료의 두 세배 정도 보증금을 선불한다. 결국, 한달살이 숙소비용은 약 110만 원 정도 지출한 셈이다. 두 분 내외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제주 시내로 향했다.

제주시내에는 차량이 조금 막혔다. ‘신지천갤러리’로 향했다. 10시에 전시회가 열리는데 오픈 전이라 신지천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아라리오뮤지엄’이 잠정 운영 중단된 점이 몹시 아쉽다. 그래도 신지천갤러리라도 관람할 수 있어 위안을 삼았다. 신지천갤러리는 목욕탕과 여관을 연결해 갤러리로 재탄생된 문화시설이다. 외부에서 보면 아직도 목욕탕이다. 열 시에 입장했다. 역시 관람객은 나 혼자였다. ‘김수남 작가’의 제주 옛 사진을 감상했고, 회화, 설치미술 등을 감상했다. 특히 목욕탕을 셋팅한 후 소녀(해녀)의 모습을 빔으로 쏘는 영상과 설치미술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벽에도 감상자가 감상평을 적게 해 나는 그냥 나의 이름을 적었다.

 

이천문화원 이동준 국장이 소개한 ‘남성마을’과 ‘새탕라움’을 찾아갔다. 열 한시부터 운영한다는 정보가 있어 시간을 맞추어 걸어갔다. 제주동문시장을 건너 찾아가니 올레18코스 인근이다.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란 소개 글이 있어 기대하며 20여 분을 걸어갔다. 현장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고, 카카오 체널 등으로 사전 예약하란 안내문이 문에 붙어 있다.

 

주변을 살펴보니 벽화가 가득했고, 공방도 보였다, 하지만 좀 전에 봤던 11시임에도 어느 맛집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과는 달리 이곳에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문화재생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은 보이지만 뭔가 어려움이 있는 듯 보인다. 

 

다시 신지천갤러리로 왔다. 맛집을 찾다가 ‘온차’를 발견했다. ‘온차’란 제주말로 ‘통째’란 말이란다. 검색해보니 평가도 우수하다. 제주흑돼지돈가스와 맥주 1병을 주문했다. 창밖에 보이는 벚나무가 창 프레임에 가득하다. 흰색 차량이 주차해 있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봄날 따뜻한 풍경이 시원한 맥주 한 잔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풍경을 보는 내내 좋았고 행복하다. 돈가스는 파삭파삭했고, 돼지고기는 부드럽다. 잘 먹지 않는 돈가스를 안주 겸 삼아 먹고 마시니 점심이 풍요롭다.

 

갤러리에서 받은 안내문을 보니 ‘이아’란 전시관이 있어 찾아갔다. 이미 전시는 끝나 있었고, 다음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어딜 가든 제주에서는 사전에 반드시 운영 여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관덕정으로 향했다. 제주 시내에 관덕정은 시민에게 샘과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칠성거리를 따라 제주동문시장으로 이동했다. 집에 한 달 만에 가는데 먹을거리라도 사 들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해서다. 입구에서 오메기떡과 한라봉을 말린 것을 샀다. 차 한잔 마시려고 시장에서 구입한 물건 등을 차에 실은 후 다시 ‘채우다’란 카페 겸 기념품숍으로 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기념품을 보는데 동백을 수놓은 손수건이 또 눈에 들어온다. 다른 숍에서 산 손수건보다 질이나 모양이 우수하지만, 가격은 비슷해서 결국 두 장을 샀다. 

 

제주항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출항 한 시간 전에 제2부두로 오라고 했다. 난 30분 전인 줄 알았다. 서둘다 보니 제2항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한 차례 차를 더 돌린 후 겨우 차를 댈 수 있었다. 출항 40여 분을 남겨놓고 차를 선적했다. 선적 절차를 밟은 후 출항 25분 전에 승선했다. 차량은 가득했지만, 여객은 많지 않았다. 배는 시속 80㎞로 운항한다고 방송한다. 

 

나와 내 차를 태운 배는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완도에 도착했다. 하선 절차를 밟고 나오니 한 달 전에 하루 묶어가면서 실수를 하고 렌즈가 박살이 난 바로 완도였다. 집까지는 다섯 시 반 정도가 걸린다. 중간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집에 도착하니 열 시 반이다. 다시 집이다. 연두 목소리가 한동안 들렸다.  2021.3.2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