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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23일 차 / 올레20코스, 바람은 거칠게 불고

by 이류음주가무 2022. 2. 8.

[제주한달살이] 23일 차 / 

- '올레20코스'를 걷고 '아부오름'과 '손자봉'을 오르다

- 올레20코스 / 김녕 - 하도올레(제주해녀박물관), 17.6km, 5-6시간 소요 

아침을 조금 일찍 먹고 '제주해녀박물관' 주차장으로 향했다. 올레20코스 종점이자 21코스 시작 지점이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201번 버스를 타고 김녕으로 이동해 출발한다는 계획이다. 온평리(항) 쯤 지나는데 구름 사이로 바다로 쏟아지는 빛 내림이 눈에 들어왔다. 해안가로 차를 몰아세우고 나서 그 장면을 찍고 또 찍었다.

 

회색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빛으로 푸른 바다가 하얗고 검게 빛났다. 카메라는 기계가 저 놀라운 장면을 온전히 표현해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순간은 아름다웠고 그 장면을 놓치면 오랫동안 후회할 듯했다. 그래서 올레길 출발을 조금은 미루고 해안가를 따라 차를 몰면서 빛의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담고 또 담았다.

 

온평항 해안도로에서 사진 놀이를 하다 보니 예상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늦은 시간에 '제주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주차 공간을 충분했고, 또 올레 사무소 앞이라 안전해 보였다. 201번 버스를 타고 '김녕'으로 향했다. 그제 방문했던 장소라 버스에서 내려 감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고, 정확히 시작점에 도착했다.

 

열 시 정도에 출발했다. 출발할 때 바람은 적당히 불었다. 구름 사이로 햇볕도 쏟아졌다. 반팔 재킷을 걸쳤음에도 오늘은 오전부터 땀이 흐른다. '김녕해수욕장'도 물론 아름답다. 바다가 푸르고, 모래가 정말 깨끗하다. 그렇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해안가는 그야말로 쓰게기가 가득하다. 코스 자체가 해안 쓰레기를 감상하고 날벌레와의 체험을 위해 만들어진 코스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하다.

돌담길로 접어들면 무엇인가 빈 느낌이다. 이미 당근 등 수확이 끝난 지역이기 때문이다. 월정마을로 들어서자 작고 특별한 가게가 몇이 보인다. 소품, 의류, 책방 등이 눈길을 끈다. 책방(다방)에 들렀다. 이곳에서 책을 읽을 수도 구매할 수도 있단다. 책을 고르다가 결국 마음에 든 책을 고르지 못하고 나왔다. 물론 예의는 아니었다. 이 근처에는 가게들 하나하나가 작지만 멋지다. 다음에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월정리 해수욕장'이 보였다. 바다는, 해수욕장은 크고 깨끗했다. 저 멀리 서핑을 즐기는 일군의 젊은 무리가 보였다. 방파제에는 빈 의자가 각양각색으로 손님을 기다린다. 해안가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약간 허기도 있어 커피와 함께 마른 빵 조각도 주문했다. 해안을 바라보며 나 홀로 먹고 마시는 기분을 만끽했다. 하늘이 내려준 즐거운 기회가 나에게 오다니 웃음이 난다. 자전거를 타는 가족, 지금 이 순간을 남기고 있는 연인들, 친구랑 해안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풍경 등 아름답다. 의자에 홀로 앉아 먼바다를 보며 상상의 세계에 잠긴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곳이 많은데 좁은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내가 아니었던가.

 

마시고 나니 힘이 난다. 걷자. 그러다가 잠깐 길을 잃었다. 매번 발생하는 일이지만 가끔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수확이 마무리된 돌담길을 지나다 보니 또다시 해안가로 접어든다. 유채꽃이 싱그럽다. 그동안 보았던 유채꽃이 오늘따라 더 노랗고 예쁘다. 비로소 싱그러운 봄이 내 앞에 부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다가온듯하다. 

 

시간은 두 시가 넘었고, 눈앞에 ‘제주오누이식당’이 보였다. 회칼국수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조금 전 월정리해수욕장에서 한치 빵을 먹는 것으로 점심을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회칼국수가 궁금했다. 결국 먹고 싶어서 들어갔다. 2층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역시 장관이다. 국수 한 그릇 주문했는데 정갈한 반찬이 6가지나 나온다. 면은 잔치국수보다 굶고 쫀득했다. 회는 300여 그람 정도 나온듯하다. 맥주도 한 잔 하고 싶지만 참았다. 먹고 다시 걷어서 제주해녀박물관에 도착하니 오후 4시 50분. 18.3㎞ 정도 걸었다. 700m를 더 걸은 셈이다.

 

아직 해가 떠 있어 '아부오름'으로 향했다. 약간 구름이 있어 어두운 날이지만 그래도 오름에 올라 주변을 담고 싶었다. 샌들을 신고도 쉽게 오를 오름이다. 7~8대의 차량이 주차해 있었고, 포장마차도 영업 중이다. 정상에 오르니 풍경이 멋지다. 사진을 찍는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멋진 프레임에 담기가 쉽지 않다. 때마침 걷는 사람들이 있어 프레임 안에 넣으니 그나마 만족스럽다.

 

근처 '손자봉'으로 향했다. 지난번에는 24-70미리 렌즈로 담았지만 오늘은 70-200미리 렌즈를 장착했다. 그럼에도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 한 컷이라도 오름 사진을 멋지게 담고자 했던 나의 계획은 완전 실패인듯하다. 느긋하게 오름을 올라 빛의 변화하는 과정에 맞추어 살피고 관찰해야 하나, 즉흥적으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니 오름이 제대로 보일 리가 있겠는가. 이번에는 그냥 제주의 마을이나 담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2021.3.1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