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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25일 차 / 책방 투어, 그 아기자기한 재미......

by 이류음주가무 2022. 2. 16.

- 책방 투어(북살롱아미고, 키리네책부엌, 여행가게, 리바북스, 책방무사), 머체왓숲길, 플레이스 캠프 제주

지난밤부터 내리는 비가 계속 땅을 적시고, 돌을 적시고, 꽃을 적시고, 산을 적신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올레18코스나 올레7코스를 걸었을 터다. 우연히 발견된 올레 책방 투어란 리플릿을 보고 책방을 투어 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가장 가깝고 또 표선에 있는 ‘북살롱아미고’로 향했다. 개점시간이 오전 11시부터라 여유가 있어 성읍민속마을을 또 들러 동백꽃을 찍기로 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마을에 관광객은 주말임에도 한가하다. 

 

지난해 말부터 피고 지는 동백꽃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제주 사람에게는 한 서린 역사도 간직하고 있어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겹동백보다는 쪽동백이 자연스럽고 또 아름답다. 빗속에서 찍다 보니 어제 찍었던 장소, 그 구도 그대로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을 동백꽃과 유채꽃 그리고 돌담을 찍고 나서 ‘북살롱 아미고’로 향했다. 

 

숙소와 지근에 있음에도 몰랐다니 아쉬웠다. 별도로 주차장은 보이지 않아 길가에 주차 후 책방으로 향했다. 잔디 블록 입구에 오픈된 실내공간은 다소 썰렁하게 보였다. 커피가 있는 동네 책방으로 출판사가 직접 운영하는 책방이란다.

 

손님은 없었다. 우선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기 전에 책방을 둘러봤다. 공간을 넓었고, 예술, 환경 등 신간 책자가 놓여있다. 주말에는 지역에서 거주하는 젊은이가 운영한다고 한다. 그는 매우 친절했다. 바쁜 듯 영상회의를 하면서도 손님인 나를 배려했다. 평일에는 농장에서 일한다며 본인이 갖고 온 천혜향을 서비스한다. 나는 오늘은 책방 투어 하는 날로 첫 방문지가 ‘북살롱아미고’라고 너스레를 덜었다. 그의 고향은 내가 사는 이천의 이웃인 경기도 광주란다. 이천에도 자주 다녔다고 말한다. 차를 마시고, 책을 고르고 동의를 얻어 사진도 찍었다. ‘미술책을 읽다’란 책 한 권을 샀다. 1천 원 하는 원고지도 사려고 했더니 고맙게도 하나 서비스 준다.

 

아미고에서 한 시간을 보내고 다음 서점을 찾아 나섰다. 역시 표선 인근에 있는 ‘키리네책부엌’이다. 찾아가다 보니 좀 익숙한 장소다. 올레 3코스 구간 중 선물 숍인 ‘달무지개’가 있었다. 바로 그 옆이었다. 아쉽게도 오늘은 ‘달무지개’와 마찬가지로 ‘키리네책부엌’도 휴무란다. 책방 투어에서 중요한 점은 미리 책방이 개점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향한 책방은 ‘여행가게’다. 손때 묻은 여행 이야기가 머무는 곳이란다. 신간, 중고서적, 필기구, 도자기 컵, 차등 다양한 품목을 팔고 있었다. 카페도 겸한다. 둘러봐도 마땅한 책을 고르지 못했다. 문방구 코너로 들어가니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필사의 기초’가 눈에 띈다. ‘북살롱 아미고’에 책 간지에 찍은 스탬프를 여기서도 방문 기념으로 남겼다. 손님이 없다가 내가 사고 나오니 서너 팀이 책방으로 몰려 들어간다. 차를 주문하는 팀이 있고, 책을 고르는 팀도 있어 보인다. 밖에서 책방 사진을 찍으니 일반음식점이란다. 참 재미있다. 

 

이어 찾은 책방은 남원읍에 있는 ‘리바북스’다. 주인이 조용히 앉아 있었고, 손님도 두 팀이 있어 그 의미를 물어보지 못했다. 책을 한 권 골랐다. ‘사진의 용도’다. 띠지에 보니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의 내밀한 이야기란 부제가 붙어 있어 사진을 좋아하는 내게 특별한 영감을 줄 듯해서 선택했다. 나중에 이 책으로 말미암아 ‘아니 에르노’의 다른 책 몇 권을 추가로 주문했고 출판사 책을 다수 사는 계기가 된다. 

 

두 시가 넘었다. 남원읍 도로에 핀 벚꽃 예쁘다. 나무의 수령도 오래돼서 그런지 나무줄기 형태가 기묘하고 육중하다. 역사와 정령이 깃든 느낌이다. 사진을 찍고 나니 허기가 몰려왔다. 마침 편의점이 있었다. 샌드위치 하나와 우유 하나를 사 차 안에서 먹었다.

 

다음 행선지는 ‘머체왓숲길’이다. 어제 방문하려다 못한 곳이다. 숙소 주인도 좋은 숲길이라며 추천했던 장소다. 2시간 정도 걸린단다. 그러면 오늘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겠다 싶다. 비는 아직도 간간이 내린다. 주차 후 올라가니 길에 말똥인지 소똥인지 수북하다. 물론 주의사항이 붙어 있다. 한 코스는 휴식년제에 들어가 있어 노란 리본을 따라가라고 적혀있다. ‘머체왓숲길’은 비자림과 곶자왈의 중간 규모 같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길은 없고, 대부분 자연 그대로 흙길이다. 걷기가 정말 편했고, 비바람 소리에 스산함까지 느껴지지만 상큼했다. 

 

중간중간 툭 덜어진 쪽동백 꽃이 아름답고 애잔하다.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있어 걷는 내내 감탄사가 나온다. 걷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가는 비가 오고 구름이 끼어 있어 숲 속은 다소 어두웠다. 누군가 조용히 함께 걷고 싶을 정도다. 소량의 물이 흐르는 계곡에는 오래된 바위가 다양한 형태로 시간과 역사를 간직해온 흔적이 구경거리다. 숲 속을 두 시간 넘게 걸었다. 힘들지 않았고, 땀은 조금 흘렀다. 다음에 제주에 누군가 간다면 이곳을 걸어보라고 추천해야겠다. 

 

네 시가 조금 넘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있지만, 숙소에 들어가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다. 다연이가 소개한 고산 쪽으로 향했다. 먼저 찾은 곳은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 있는 기념품점 ‘페이보릿’이다. 호텔과 각종 편의시설이 여행객에게 어필하게 꾸민 장소다. 주차장에는 빈 구획이 꽤 있다.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호텔에는 음식점, 술집, 카페, 게임장 등 다양했다. 내가 방문 한 곳은 기념품 숍이다. 신발을 비롯해 의류, 차, 디자인 제품, 책 등 다양했지만 그냥 구경만 했다.

다음으로 다연이가 추천한 곳이 ‘책방무사’다. 하지만 이곳도 문을 닫았다. 운영시간이 오후 6시까지인데 옆에 있는 카페도 문을 닫은 걸 보니 오늘은 둘 다 휴무다. 역시 확인하지 않고 온 내 탓이다. 시골에서 책으로 지역주민과 연결하는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을 응원하고 싶다.

 

‘제주책방올레‘란 리플릿을 보니 책방 방문 시 운영시간 확인이 첫 번째로 나와 있다. 또 책방을 방문하면 책 한 권을 사는 센스도 가지라고 권한다. 당연하다고 본다. 다소 못 본 서운함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농협 마트에서 반찬을 조금 샀다. ’다카포카페‘로 향했다.

 

숙소에는 컴퓨터와 책상 또는 높은 테이블이 없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다음에 제주에 또 온다면 책상과 컴퓨터가 있는 숙소로 정해야겠다. 아니면 노트북이라도 들고 와야지 했다. 제일 에일맥주는 맛이 깊고 시원했다. 다만 가격이 이곳은 좀 비싸다. 2021.3.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