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입니다. 문 앞 들깨는 농부의 매타작에도 고소하고, 뒷 뜰 무는 하얗게 통통 살이 쩌도 행복합니다. 산수유마을에 터를 잡고 사는 산새들도 농부의 마음처럼 분주하고 또 부산합니다. 노란 은행나무 잎은 불현듯 지나가던 바람에 그만 놀라 우수수 툭툭 떨어지고, 몇 개 덩그러니 매달린 잘 읽은 감은 위태롭지만 새들에겐 삶이고 일용할 양식입니다. 들고양이가 무너져가는 폐가를 지키며 빛 좋은 담장 위에서 길게 하품할 때, 노을에 물든 산수유가 저만 혼자 부끄럽다는 듯 눈 부시게 붉어갑니다. 누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손을 잡고 또 어깨를 기대며 함께 돌담길로 걸어갑니다. 마치 오랜 기간 숨겨 두었던 응어리진 속 깊은 마음의 보따리를 조심스레 풀어놓듯 말입니다. 세상을 살며 짊어졌던 무거운 덩어리들이 눈 녹듯 말입니다. 그 마을이 지금 오늘 여기 산수유 마을입니다.(*2020.10.30. 이천백사도립리 산수유마을에서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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