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주74

눈 덮인 동백꽃이 아니어도 아름답다. 간밤부터 소리 없이 눈이 내렸습니다. 큰 도로는 진흙 같은 눈으로 질퍽거리고, 좁은 골목길, 푸짐한 순백의 눈이 어린 색시의 볼처럼 정말 곱습니다. 찬 바람의 고통과 시련을 비켜 온실에서 피고진 동백은 여리고 여린 아름다움입니다. 눈 덮인 동백이라면 동백이 그 아래 핏빛으로 물들며 피었다면 거칠지만 인고의 긴 세월을 보낸 수도자의 깊고 푸른 주름처럼 조용하지만 시퍼렇게 빛났겠지요. 동백은 그래도 동백입니다. 2014.1.19. 여주 황학산수목원 온실에서..... 2014. 1. 20.
여주장날 장터 뒷골목의 어느 날 한 때는 북새통을 이뤘던 시장의 한 골목 상가 이젠 장날마져 비어 있지만 추억을 찾는 나그네 시선은 어두운 순대 속을 천천히 걷듯 골목을 따라 시간을 따라 과거를 그립니다. 취객의 웃음소리가 질펀했을 그때의 난장은 사라지고 다만 휑하니 찬 바람만 지나갑니다. 2013.12.25. 여주장날에........ (시장터 뒤 골목 풍경 / 여주는 5일장으로 5,10,15,20,25,30일 장이 섭니다) 2013. 12. 27.
여주장날 장터에 가면 이것만은 꼭 먹어보자 여주에는 5일장이 열립니다. 5일마다 한 번씩 전통장이 서는 거지요. 매월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이 바로 그날입니다. 어제도 집사람과 여주장에 잠깐 들렀는데요. 사실 지난번에도 들렀다가 그만 다 팔려서 맛을 보지 못했는데, 남들은 그게 무슨 맛이 있냐 하지만 맛보다는 먹는 재미와 양념장 그리고 열무김치가 있어서 어느 음식보다도 맛있게 잘 먹습니다. 바로 올챙이국수입니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수 전분으로 죽을 쑤어 바가지 구멍을 통해 찬물이 담긴 자배기에 밀어 내리면 똑똑 떨어져서 묵이 되는데 그 굳은 형태가 마치 올챙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끄러운 감촉과 구수한 맛이 여름철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아름다운 우리 향토음식, 정재홍, 2008.3.15, 형설출판사 횡성에.. 2013. 9. 16.
대왕님표 여주쌀이 익어가는 들녘 이천은 임금님표이천쌀, 여주는 대왕님표여주쌀이란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요. 두 도시 모두 쌀로 유명한데요. 대왕님표여주쌀의 대표적인 생산지인 제고향 인근 마을의 농촌을 올려봅니다. 바로 능서면 번도리 일대인데요. 양화천이 인근에 흐르고 있어 가뭄걱정 없는 비옥한 평야지대라 보기만해도 시원하고 마음조차 편안해죠. 요즘 같은 햇볕이 오히려 여주쌀이 견실하게 익어가는 데 오히려 필요한 조건이긴합니다. 고슬고슬하고 찰기도 돌며 쫀득쫀득 먹기좋은 여주의 대왕님표여주쌀을 기대하면서 땀흘리는 분들께 시원한 바람이 불기를 희망합니다. 2013. 8. 14.
아내를 닮았다는 코스모스가 수줍게 다가왔다. 며칠 전 집중호우로 여주와 이천 지역은 많은 피해를 당했습니다. 복구 작업을 위해 군인, 시민, 자원봉사단체, 공무원 등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신둔면 인후리란 마을로 수해 복구작업을 나갔죠. 이천과 여주에 오랫동안 살면서 이런 좋은 동네가 있는 줄 몰랐어요. 언젠가 읽었던 신영복교수님의 '나무야나무야'에 그 동네 도자기 가마가 소개됐지만 가보지는 않았거든요. 利川의 도자기 가마 신영복 교수 1996년 7월20일 (나무야 나무야 중에서) 도자기 고을 이천에 살고 있는 친지가 가마에 불을 지폈다는 소식을 듣고 길을 나섰습니다. 인후리의 산골짜기에 있는 그의 가마에는 흙으로 만든 백두대간(白頭大幹)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길이가 10m․높이가 2m․소요된 흙이 10t에 달하는, 도자기가 아니라.. 2013. 7. 26.
능소화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지만(1) 죽어서도 담장 밖으로 나가 임금님을 보고야 말겠다는 구중궁궐의 슬픈 전설이 있는 '구중궁궐꽃' 떨어저도 시들지 않고 통째로 툭하고 떨어지는 '양반꽃'. 장원 급제한 사람의 화관에 꽂았다 해서 '어사화'라 불리는 능소화 그래서 꽃말도 '영광'과 '영예'라던가 중국이 원산지인 능소화가 이제 막 피기 시작했는데요. 8월까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능소화를 담았습니다. 2013. 7. 4.
[여주맛집]능서돼지국밥에서 맛본 국밥, 순대 그리고 이것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를 메고 여주로 향했죠. 황학산수목원에서 백일홍에 가볍게 앉은 호랑나비의 날갯짓도 포착하고, 6월의 태양처럼 활짝 핀 해바라기도 담습니다. 옛가옥의 담장을 따라서 피기 시작한 능소화의 슬프고도 화려한 자태를 땀을 흘려가며 셧터 누르기에 정신이 없다보니 어느덧 허기가 몰려오더군요. 점심은 무엇으로 먹겠느냐고 물으니 저만 처다보더군요. 얼큰한 해물칼국수가 일품인 여주고려병원 인근 청정해물칼국수, 막국수로 유명한 홍원막국수, 만두로 유명하고 요즘은 열무잔치국수가 일품인 보배내, 그리고 콩국수 등 콩요리가 유명한 곳으로 최근 몇 차례 맛 본 점동의 시골맛집을 추천했죠. 결국 청정해물칼국수집의 얼큰한 해물칼국수로 낙점, 출발했는데요. 남한강 변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42번 국도 변 능.. 2013. 7. 1.
이천에도 슈퍼문(supermoon)이 떴다. 오랜만에 보는 슈퍼문이라죠. 파리 세느강 유람선 승선 중 교각이나 주변 성당, 오래된 건물 틈과 위, 옆으로 떠오른 슈퍼문을 보며 감탄을 한 적이 있지요. 그때의 기분과는 조금 못미치지만 신기하게 봤습니다. 2013. 6. 25.
아내와 떠난 서유럽 여행, 융프라우요흐에서 밀라노로 4.27.(토). 여행5일차다. 산간지역에 자리 잡은 숙소다 보니 아침이 상쾌하다. 그렇지만 오늘도 바쁘다 새벽 5시10분 아침식사, 6시50분 체크아웃. 다시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를 타기위해 인터라켄으로 출발한다. 멋진 숙소에 12시간도 못 머물고 떠나니 정말 아쉽다. 인터라켄 역에 또 도착했다. 등반열차를 타기위해서는 동역을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인터라켄역에서 열차를 타면 중간역 그린델발트역에서 톱니바퀴식 산악열차로 환승해 젊은 처녀봉이란 의미를 가진 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하고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와는 다른 철로를 이용하는 데 중간역 라우터브루넨역에서 인터라켄행 열차로 환승해 내려온다 한다.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데에만 2시간30분정도 소요된단다. 역을 출발한 기차는 환상적인 마을을 곁에 두고 달린다.. 2013. 6. 22.
수려선 협궤열차가 달렸던 철다리 옛사진을 보고 어머니께서 '어쩌면 내 생애 마지막 대통령 선거니 투표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아내와 함께 투표소인 매류초등학교에 갔었지요. 능서면 매류리에 위치한 모교이기도 합니다. 막강한 5년의 권력을 부여하는 대통령 선거 투표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고요. 투표를 마치고 어머님과 드라이브를 하려다 아무래도 연로하셔서 그만두었죠. 대신 매류리에 있는 생닭을 판매하는 가게에 들러 생닭 한 마리에 6천원, 붕어빵 여섯마리에 2천원을 주고 샀는데요. 아내가 생닭과 붕어빵을 사는 동안 근처에 있는 60-70년대 매류역과 마을풍경을 그려 놓은 곳을 렌즈에 담았습니다. 이름하여 '아 옛날이여! 60년대 매류역과 마을풍경' 그 그림을 보고 매.. 2012. 12. 29.
어머님 집 처마에 매달려 있는 게 뭐지? 늦 가을, 강남으로 간다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 비어 있는 제비집. 그 앞 어머니 거친 손등처럼 갈라져 서까래에 걸려 있는 메주...... 상처난 빈 속을 보여주기 싫다며 투터운 담을 쌓았지만, 결국 편편히 유린 당해 굴비엮이듯 엮인 마른 조각, 그리고 그 그림자. 집안 구석 구석 보이는 낮은 담장에 걸쳐있는 붉은 장미 한송이. 꽃은 햇볕과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봄 여름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는 세월과 불화. 우유빛 속살을, 눈부시도록 붉은 속살을 숨겨야했던..... 지금은 퍼러럭 퍼러럭 소리내며 겨울 울음을 삼키는 종이꽃. 그리고 얼어서 검푸르게 멍든, 그래서 더 외롭고 쓸슬한 곳. 시골은 겨울로 깊어가며, 그래도 봄으로 향합니다. 2012. 12. 24.
여주 남한강과 함께 한 천년 고찰 신륵사 '여주쌀고구마축제'가 지난 일요일(11월 18일) 막을 내렸는데요. 축제장 인근에 있는 천년고찰 신륵사를 담았습니다. 늦은 가을 차가운 강바람에도 천년 고찰 신륵사는 고색창연하게 그 자리에서 우뚝 빛나고 있었습니다. 바로가기 신륵사 홈페이지 2012. 11. 20.
영릉으로 가을 소풍을 온 아이들 뒷모습 초등학교 저학년 때 봄 가을 소풍은 무조건 세종대왕릉이었죠. 김치국물 흐르는 도시락을 어깨나 허리에 매고 줄지어 가면 족히 두어 시간은 걸렸지요.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 마을 어귀를 지나, 산을 넘고 넘어서 말입니다. 전교생 모두 걸어 갔으니 그 모습이 짐작되겠지요. 그렇게 가고 또 가서 도착한 곳이 능서 왕대리에 있는 영릉이었죠. 지금이야 차를 몰고 가니 눈 깜작할 사이에 도착하지만요. 지난 토요일 오후 영릉을 찾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듯 언제 후득후득 떨어질지 모를 은행나무의 노란 잎과 숲 속에서 자체 발광하는 단풍나무 몇 그루가 핏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늘 궁금했거든요. 은행나무와 숲 속에서 단풍을 담던 중 무리지어 걸어가는 학생들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형형색색의 자유로움이 이 가을보다 더 가을처럼 .. 2012. 10. 17.
여주황학산수목원의 금꿩의다리 꽃이 작아 시선을 끌기가 빈약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꽃이 우리 주변에는 많지요. 저마다 유일하고 독특한 제 이름이 있는데 말입니다. '금꿩의다리'도 그중 하나인데요. 7-8월에 피는 이 꽃은 중부 이북의 계곡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80 - 120cm 높이로 곧게 자라는 줄기는 가지가 갈라지며 자주색을 띠고 있습니다. 가지마다 보라색 꽃이 달리고, 수술대와 꽃밥은 노란색이지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좀 산만하리만큼 그렇고 그런데 시선을 맞추고 바라보면 저렇게 예쁘구나하고 감탄하지요. 오늘 금꿩의다리를 감상하시죠. 여주황학산수목원에서 담았습니다. 2012. 9. 12.
사위질빵에는 장모님의 사랑이 담겨 있다고? 질빵이란 '짐 따위를 질 수 있도록 어떤 물건 따위에 연결한 줄'을 일컷는 말입니다. 이 질빵이란 단어 앞에 사위란 단어가 붙어있는 사위질빵이 있는데 미나리아제비과에 속하는 덩굴식물 이죠. 요즘 숲이 우거진 도로변을 달리다보면 쉽게 볼 수 게 이 사위질빵입니다. 여주 해바라기마을에서 마감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나 강천면에서 원주 부론으로 가다보면 특히 사위질빵이 많더군요. 이 사위질빵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죠. 바로 사위에 대한 장모의 지극한 사랑이라 할까요.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영농이 기계화되기전 농촌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농기구 중 하나가 바로 지게입니다. 이 지게는 대부분 산에서 소나무 등을 베어다 직접 만들어 사용했죠. 이때 질빵은 보통 닥나무 껍질이나 짚으로 꽈서 연결했지요. 그런데 닥나.. 2012. 9. 5.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