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2026.5.6.) 경희대학교 강동의료원에서 어깨통증 때문에 진료를 받았다. 아마도 10년 이상을 어깨 통증으로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어떤 결단이 필요해 두 달 전에 예약을 했고, 예약한 날은 이천도자기축제가 끝나는 다음날이었다.
이천 모가에 소재한 처음책방에서 이천문화원이 주관한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석했고, 끝난 후 동아리 회원들과 묵밥이 맛있는 버드나무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래된 맛집이라 식당 내부는 허술했지만, 도토리 묵밥은 맛있었다. 나는 서둘러 서울로 출발했고, 지나는 길에 심빵카페에 들러 차 한잔을 주문해 남이천IC로 진입해 강동 경희의료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X-레이를 촬영했다. 촬영결과가 나오고, 예약된 진료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인근 강동문화재단을 산책하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때마침 강동문화재단 내 <아트갤러리-그림>에서 성북구립미술관 협력순회전시 <상념의 시간>이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 <2026 SMA 컬렉션: 상념의 시간>은 성북구립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이를 동시대적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하고자 기획되었단다.

성북구는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가가 모여 살아온 장소란다.
다양한 곳에서 모여든 작가들은 이곳을 새로운 예술의 터전으로,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생활의 공간으로 삼았단다. 성북구립미술관은 2009년 개관 이후 성북을 창작의 근원으로 삼은 서세옥, 윤중식, 최만린 등 근현대 미술가의 주요 작품을 수집해 왔으며, 성북구립미술관 컬렉션 중 '상념'의 형성과 표현에 주목하여 서세옥, 신영상, 유근택, 윤중식, 정하경, 조문자 등 6인의 작품 23점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전시란다.



"작품은 작가의 상념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여기서 '상념'은 단순한 생각을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감각과 사유의 결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물며 주변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포착한 감각을 화폭에 담아내는 과정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사유의 흔적을 쌓아가는 일이다. 전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서로 다른 세대와 장르•매체를 가로지르며 형성된 개별적인 시선에 주목한다.




인간을 통해 생명의 질서와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서세옥, 먹의 물성과 선의 반복적 구조를 통해 조형적 사유를 탐구한 신영상, 일상의 낯선 순간을 포착하여 동시대적 감각으로 나타내는 유근택, 강렬한 빛과 색채 속 고향을 향한 향수를 나타낸 윤중식, 실경산수를 통해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기운을 화면에 드러낸 정하경, 삶의 고통과 존재론적 깨달음을 원초적 색과 질감으로 구축한 조문자 등 여섯 작가의 작품에 담긴 각기 다른 방식의 사유를 살펴보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성북구립미술관 소장품이 새로운 공간과 조건 속에서 관람객을 만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협력순회전시를 통해 소장품의 예술적 가치를 재해석하고, 공공 자산으로서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낯선 전시 공간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 작품들은 각자 다른 삶의 자리에서 온 관람객의 경험과 교차하며 새로운 '상념의 시간'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획 취지다.


성북구는 내가 젊은 시절 10년을 보낸 곳이다.
미술관이 위치한 성북동 인근인 돈암동에서 처음 공직을 시작했다. 그 당시 돈암동 달동네 재개발이 진행됐고, 그 동네에서 처음으로 멍멍탕도 먹었다. 그곳에서 정년을 맞이했다면 하는 생각도 가끔은 했다. 이천으로 내려와 인연이 있는 성북구를 출장 방문한 적도 있었고, 성북구에서 함께 근무한 직원들이 이천으로 출장을 오기도 했다. 이천시와 성북구는 상호 교류도시이기 때문이다.


바람은 불었지만 따듯했다. 하늘에 떠서 흘러가는 구름은 비를 동반한 먹구름이 아니라 오히려 맑은 하늘을 더욱 맑게 해 주는 흰구름이었다. 구름이 흐르면서 다양한 형상을 연출하는 장면을 보려면 하늘을 한참동안 바라보아야 한다. 도시에서 하늘을 진득하니 바라보는 일은 흔하지 않을터다. 강동문화재단 내 공원에서 아카시아꽃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이팝나무 꽃이 마치 투명한 쌀의 알처럼 하얗게 살랑거린다. 5월은 오직 흰꽃만 피는 순백의 계절인듯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들 작가의 그림을 보았다.
작가의 개별적인 작품에 대한 특별한 감응을 느끼기보다는 성북구라는 지역이 주는 추억과 기억, 그리고 공간이 내게는 각별했다. 물론 이 중에서 애정하는 작품을 굳이 꼽으라면 윤중식 작가의 그림을 추천하고 싶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도 그의 그림은 여러 번 봤다. 그림의 형상은 도시적이지만, 그 색감 표현은 유년시절의 내가 보고 자란 고향의 색감과 향수를 자극한다. 아울러 작가가 담아내려는 화폭 전체의 구성과 색감이 흐트러짐이 없이 단단하고, 단아하다. 마치 후기 인상주의자인 세잔이 바라보는 세상과 그가 표현한 색감과 유사하다. 내가 세잔을 좋아해 윤중식의 그림이 더 애정이 가고 다가오는 것일까 생각했다.

진료결과는 의외였다.
10년 동안 내가 무식하게, 무지하게, 무지성으로 살아왔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깨근육은 이상이 없고 석회는 이 나이에는 다들 그만큼은 낀단다.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 20분씩 스트레칭을 하란다. 이게 내가 10년 이상 고통받아온 통증의 처방전이다. 진즉 진단을 정확히 받을걸... 하는 미련한 생각이 들었고, 남들처럼 수술이나 주사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에 그만 고속도로에서 과속(?)하고 말았다. 그 딱지가 언제 집에 도착할지 모르겠다. 안 오면 도 다행이지만 말이다.
- <2026 SMA 컬렉션: 상념의 시간>은 2026.5.31. 까지 열린다.
2026.5.6. 관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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