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나는 이렇게 담다

[아이폰 사진] 붉은 노을 단상

by 이류음주가무 2020. 9. 7.

어느 태풍이 몰려오기 전입니다. 어김없이 폰을 들고 또 시계를 차고 걷기 운동에 나셨죠. 소요시간을 재고, 길이를 측정하고, 걸음 수를 체크하면서 운동 중 심장박동 수위 변화도 살피기 위한 목적이지요. 아울러 시골 동네 들과 산, 하천을 따라 저녁에 걷다 보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이 찬란할 때 그 장면을 폰으로 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날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날은 정말 밋밋하게 하루가 속절없이 거뭇거뭇 저물기도 하니까요. 이날 출발할 때에도 정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하늘이며, 날씨라고 판단했습니다. 큰 기대를 접고 얼른 다녀오자며 늦은 시간대에 다소 빠른 속도로 출발했지요.

 

그런데 죽당천이란 둑길로 접어들면서 부터 푸르기만 하던 하늘이 조금씩 변하데요. 구름도 붉은색으로 시나브로 변하기 시작했고요. 검푸른 하늘에 뜬 구름이 붉은빛으로 물들며 그 존재를 뽐내고, 효양산 너머 저녁노을은 온통 핏빛으로 세상을 채색합니다. 걷다가 멈추고, 또 사진을 찍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하며 한 시간 여를 붉은 노을과 즐겼습니다. 그 순간은 자연의 숭고함에 혼과 넋을 모두 잃었다고나 할까요. 한 없이 보고 또 감상했습니다. 수없이 눈으로 담고 가슴속에 새기면서 또 폰으로 찍었지요.

 

자연은 스스로를 변화하면서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너머 숭고함까지 아낌없이 줍니다. 반면 우리는 자연을 매일 흠집을 내고, 상처를 주고, 못살게 굴면서 훼손을 일삼고 있죠.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요. 자연은 우리가 마음대로 할 존재나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자연이 우리의 운명을 쥐고 있고 또 그 자연의 일부죠. 먼 우주에서 보면 우리는 아주 작은 개미 한 마리만도 못한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우주 입장에서) 하찮은(?) 존재가 아름답고 숭고함이 깃든 자연을 피부에는 상처를 내고, 수술이나 약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종기를 곳곳에 세우기도 합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하의 자연 파괴나 훼손하는 행위는 이제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찬란하고 숭고한 노을을 보면서 생각해 봤습니다.

 

2020. 9. 5. 밤이 시작된 어둑한 시간에 나 홀로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