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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는 이렇게 담다

[양산여행][통도사 홍매화] 반갑구나, 매화야(1)

by 이류음주가무 2024. 2. 24.

그대를 보러 가기 전 그대가 이미 시들었고,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간밤에 늦겨울 치고는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을 만큼 눈도 제법 내렸지.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서 어두운 밤을 헤치고 조심조심 나섰는데, 잠깐 후회가 들더라. 위험한 길을 무릅쓰고 너를 보러 꼭 가야 하나 하고 말이다. 출발하면서부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설경은 어둠 속에서도 환호성을 자아냈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겁이 났단다. 지금 가지 않으면 올해는 다시 보지 못할 듯하여 운전을 조심조심했지. 남녘으로 차를 몰수록 속도는 빨라지고, 늦겨울 풍경의 본모습은 서서히 보이더라. 세 시간 반을 그대를 만나려고 쉼 없이 달렸지. 그대의 집 문을 지나니 솔숲이 반기더라. 구불구불한 길에 울퉁불퉁한 소나무의 기세가 당차고 매섭더라. 다행히 주차공간을 넓고 빈자리도 많았지. 주차를 하고 그대가 있는 산문으로 시야를 돌리니 눈 덮인 가야산이 보이더라.

 

가야산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쌀쌀하지만, 청량했고, 계곡 물소리 졸졸졸 맑더라.

 

 

눈 오고 비 온 뒤끝의 날씨 때문인지 관람객들은 많지 않았지.

 

흥분되는 마음으로 서둘러 그대를 찾아 무딘 나의 발걸음의 속도를 올렸지. 그대가 거기 있더라. 그대를 관음 하는 이가 많지 않아 다행이다 싶어 처음에 나는, 다정 다감하면서도 반가운 표정과 눈으로 그대를 느리면서도 찬찬히 바라보았단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부터 조바심 나더라. 그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내가 포착하고자 하는 그대의 진정한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더구나. 나는 그대의 가장 소중한 순살을 찾고 또 찾았지. 물론 늦게 찾아온 내 잘못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대가 지난한 겨울을 보내면서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애쓴 인고의 과정과 시간을 생각하니 하나하나 소중하고 고귀할뿐더러 어린아이의 눈처럼 예쁘고 아름답더라. 그래서 담고 또 담았지.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그대는 이곳 멀리까지 나를 움직이게 해 주었고, 기쁘게 해 주었다. 그대에게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을 여기에 영원히 기록하면서 간직하고 또 꺼내보고 싶다. 내 마음을 받아줘라.

 

홍매화야. 2024.2.22. 아침에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