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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미술관

[여주여행] [여주미술관] 아티스트 김아타의 블랙마운틴, 레드마운틴?

by 이류음주가무 2020. 6. 30.

블랙마운틴...... 

'블랙마운틴(Black Mountain)은 정치와 종교,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사유와 성찰의 공간입니다. 정치와 종교, 이데올로기로 부터 걸림이 없이 기도하고 사유하고 명상할 수 있습니다.  21세기를 관통하는 인류사의 긍정적인 발전 이면에는 갈등과 반목의 역사가 상존합니다. 갈등하고 반목하는 일은 '나'와 '다름'의 문화와 종교,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한 인간의 미성숙(未成熟)이 중요한 이유입니다.'(중략")

또 하나의 예술공간이 지난 4월 말 여주에 태어났다.

 

여주시 점동면에 위치한 미술관 '블랙마운틴'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김아타'가 세웠다. 2개 동의 전시공간과 작품 보관 창고 1개 동으로 구성된 블랙마운틴은 김아타 작가가 직접 설계하고 시공해 건축했다고 한다.

 

지난 5월 중순 블랙마운틴을 찾았다. 소나무가 방품림 역할을 하는 점동면 덕평리 마을을 지나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도로를 따라갔다. 길은 제대로 찾은 걸까,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정말 정확한가 하고 의심하며 우려할 때 블랙마운틴이 거기 나타났다. 

 


전시공간은 2개동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전시 공간은 노출콘크리트(?) 형식의 건물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꿈꾸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건물의 벽면이 좀 남달랐다. 카드 결제 시스템으로 입장료(15,000원)를 결제했다. 전시공간 안은 조금 어두웠다. 동영상은 전에 여주 시내 인근에 있는 서점이면서 카페이고 전시공간인  '세런디피티78'에서 한번 본 영상이라 조금만 보고 다음 공간으로 이동했지만 곧 후회를 했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영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도 볼 수 있고, 사진집이나 에세이집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캔버스의 너덜너덜한 조각으로 칼라풀하게 패치워크(PATCHWORK)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전시공간은 정말 독특했다. 창고 형태의 건물은 마치 검은 산처럼 높았다.

 

물이 흐르는 공간에서는 건물의 반영을 볼 수 있었고, 또 긴 캔버스도 설치했다. 마치 누군가 낙서하거나 그림을 그리라는 의미처럼 말이다.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창고의 높이와 어둠에 주눅들고 어리둥절했다. 전시공간 중간에 방석이 놓여있다. 김아타 작가가 매일 한 시간 이상 명상하는 자리이고, 공간이란다. 

 

방석 있는 자리에 감히 앉지 못하고 그 옆에 조용히 섰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검은색이 느껴지는 작품이 사방 벽면에서 서서히 보였다. 어떻게 창조됐고,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을 때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조용한 공간, 폐쇄된 공간 안에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라고 깔아준 배경음인 줄 았았다. 그게 아니었다. 자연 그대로 바람이다. 생각은 깊어졌고, 또 의미가 궁금했다. 이 바람소리와 설치된 작품과는 무슨 인연이 있지 않을까 하고. 

 

처음에 그는 사진으로 유명했다. 

국내 사진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진을 주로 찍었다. 알몸의 여성들을 논과 도로에 흩뿌려 놓고 찍었던 '해체'시리즈, 유명 사찰 스님을 설득해 법당 불단에 알몸을 앉히고 전시한 '뮤지엄 프로젝트', '인도인 1만 명을 찍어 합성'해 다중 인화하는 방식으로 동양 철학인 공(空)의 세계를 표현한 '온 에어 프로젝트'등 일찍부터 파격적인 연출과 구성으로 사진계의  주목을 받아왔단다. 

 


이처럼 사진 작업에 새로운 예술적 세계와 동양철학을 접목한 담론을 제시하자, 현대 예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그를 소환했다. 뉴욕의 '국제사진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개인전을 열어줬다. '뉴욕 타임지'에서도 그의 예술세계를 대서특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 또한 '빌 게이츠'가 김아타의 사진 한 장을 1억 원에 구입하자 유명세를 더했다.

그 후 그가 작업해 오고 있는 프로젝트가 'ON NATURE(자연하다)'이다. 한 젊은 작가가 자기의 사진 세계를 '시현하다'라고 표현해 의미를 되짚어 보고 이해한 예가 있었다. '자연하다'란 말도 이해할 만했다. 블랙마운틴에 전시된 작품이고, 전시공간 앞에 설치한 캔버스가 '자연하다'의 주인공이다. 바닷속이나 땅속에 캔버스를 설치하고, 내가 두 번이나 방문했던 미국 뉴멕시코 주 샌터페이 등 국내외 70여 곳에 캔버스를 설치했다. 심지어 포탄 사격장에도 캔버스를 설치했다.

땅 속에서 썩어 너덜너덜 해지거나 포탄 사격으로 산산 조각난 캔버스 조각들, 자연 속에서 바람과 비, 눈, 먼지 등을 맞으며 자연이 그려낸 캔버스 등. 이 조각들을 다시 캔버스(?)에 조각보처럼 잇고, 짜 맞춘 다음 검은색 또는 붉은색을 칠하거나 또는 자연이 그려낸 캔버스 그대로 투명 물감을 칠하는 등 마치 단색화 같은 거대한 작품을 창조해 낸 그다.

첫 번째 전시공간 벽면은 자연이 그대로 그려낸 캔버스였고, 창고 같은 두 번째 전시공간은 말 그대로 블랙마운틴 작품이 됐다. 한 시간 넘게 두 공간에 있는 작품을 감상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블랙마운틴 전체를 조망했다. 복숭아 과수원으로 불러 쌓인 전체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복숭아꽃은 이미 다 지고 없었다. 복숭아꽃이 만발했다면 그가 꿈꾸는 또 다른 공간인 '레드마운틴'이 자연스럽게 그려졌을 터다. 그 공간이 조속히 완공됐으면 한다. 얼마나 잘 어울리는 자연일까 기대된다.

 

그는 예술의 존재 이유가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인간의 본성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며 언젠가는 우주에도 '자연하다'라는 빈 캔버스를 세우겠단다. 그의 장대하고 원대한 꿈이 실현되길를 소망해본다.

 

* '코로나19'로 당분간 토, 일요일만 운영합니다.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5시 

주소 /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덕실길 31-99(덕평리 355)   

전화 / 031-881-3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