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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미술관

[이천여행][이천전시] 샘표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이 한정 작가의 ‘풍경의 표정’ 전을 보고

by 이류음주가무 2023. 1. 17.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한 작가를 알게 됐다. 쌍방이 서로 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울 서초동에서 열렸던 예술감상 교육장으로, 한 작품을 3분 동안 감상하고 15분 안에 소감을 글로 작성한 후, 서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같은 작품을 감상해도 서로의 시각과 느낌은 전혀 달라 흥미로웠다.

 

갤러리에는 세 명의 작가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세 작가 중 이한정 작가의 작품이 특히 마음에 다가왔다. 이 한정 작가의 ‘숲’이란 그림 앞에서 나는 멈추었다. 촘촘히 그림을 살폈고, 느끼면서 생각했다.


모든 운동이나 활동 등이 순간 멈춘 듯하다. 수묵과 담채가 마치 이승과 저승처럼 경계를 이루며, 어떤 찰나를 포착한 듯 적막했다. 모든 생명이 일시 멈춘 듯한 자연의 풍경에는 바람도 없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았고, 고요하고 또 고요하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숲이 일시에 폭발할 듯한 초봄의 고요 속으로 내 마음은 걸어 들어갔다.

 

 

숲 속으로 들어간 나는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보았고, 어두운 죽음보다는 찬란한 생명을 감지했다. 두 가지 색상이 경계를 명확하게 그었다는 판단은 그림에 빠질수록 이내 오판임을 알았다. 한지에 스며든 두 색상은 경계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한정 작가는 늘 마주치는 자연 풍경의 표정을 관찰한단다. 관찰한 풍경은 과거가 되지만 그 과거는 기억으로 고스란히 축적된다. 축적된 풍경 조각을 꺼내어 현재 작가의 감정을 보태면서 새로운 공간과 표정을 그려내는 작업을 한단다. 

 

 

익숙하거나 낯설었던 풍경은 작가가 지향하는 자연에서의 생명의 울림으로 변주되지만, 그 풍경의 표정은 언제나 담담하다. 담담한 표정은 고요한 울림으로 쉼 없이 변화하고 생성된다. 마치 우리가 이른 새벽 무의식의 저 너머에서 달려오는 누군가처럼 말이다.         

 

이천 샘표스페이스에서 2023.2.21. 까지 열리는 ‘풍경의 표정’ 전에는 그가 여행하면서 저장했던 제주의 오름 등의 표정도 다수가 선보인다. 특히 이한정 작가의 외가가 이천이란다. 작가가 이천을 오가면서 담았을 풍경은 어떠한 표정으로 작가에게 기억의 저장고에 축적되어 표현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또한 즐거운 감상 포인트다. 

 

지난주 동아리 회원 6명과 함께 전시회를 다녀왔다. 사전에 예약은 필수이고, 공장 내에 있어서 절차가 조금은 복잡하다. 간장을 생산하는 샘표 공장이라 간장 냄새가 제법 난다. 요즘은 촉각도 예술의 한 표현 소재로 활용을 한다고 하니, 감수하고 감상해도 충분히 유의미하고 값진 전시로 나는 추천한다.  만약 내가 그림을 컬렉팅을 한다면 첫 작품은 이한정 작가의 '오름'이나 '숲' 연작 중 한 작품이 될 듯하다.

 

전시를 보고 나서 인근에 있는 ‘유가네’ 식당에서 떡 만둣국을 먹었다. 주변에 공장이나 물류창고가 있지만 손님은 가득했다. 이유는 맛이 있어서다. 나도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다. 전시회와 점심, 다음은 카페다.

 

지난해 건축대상 본상을 수상한 ‘논스페이스’ 카페가 바로 인근에 있다. 차 한잔 마시고, 그림 감상 결과를 공유하면서 수다를 떨면 이천에서 하루 여행은 즐겁다.

 

 

< 이한정 초대 개인전 >

위치 /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이섭대천로 58  이천샘표공장 샘표스페이스

전시기간 / 2023.2.21.까지

운영 / 월, 화, 수, 금(목, 토, 일은 휴무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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