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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이천 원적산의 '걷고 싶은 둘레길'이 좋은 점

by 이류음주가무 2013. 2. 7.

이천시청마라톤동호회(회장 이대성)에서는 매년 동계훈련 일환으로 원적산을 산행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주 토요일에 이뤄졌죠.

여덟 시에 모여 시청 버스로 출발해 동원대에서 하차 후 임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요. 

전날 내린 한겨울의 폭우가 걱정됐습니다만 결국은 기우였더군요. 경사가 심한 곳은 포장을 했고, 완만한 경사나 평지는 작은 돌맹이를 혼합해 덮다보니 질퍽한 곳은 거의 없더군요. 말 그대로 시원한 풍광과 소소한 바람, 청명한 새소리와 게곡의 물소리와 함께 걷는 이보다 좋은 길이 없다는 꿈같은 여정이었죠. 

먼저 정개산 아래 범바위 약수터에서 맑고 시원한 물을 한 컵 씩 마십니다. 일부 끽연을 즐기기 하고요. 그래도 마라톤동호회의 훈련인만큼 오늘의 기록을 남기자며 한 장 담습니다만 폼은 모두 어설풉니다. 옷 차림도 좀 구질구질하죠. 저 역시 저런 분위기가 나는 촌티가 나는 남자였지만요.

 

 

지난 해까지 수년 동안 대부분의 회원들은 정개산을 거쳐 정상인 원적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주를 마시고 나서 영원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모두 선택했는데요. 올해는 최초로 저를 포함한 5명은 이천시가 새로 조성한 '걷고 싶은 둘레길'로 방향을 틀었지요. 그랬더니 뒤통수로 마라톤 동호회 역사 이래 이런 수모는 없었다며 흥분한 회원(류병환 부회장)의 원성이 들리더군요. ㅋㅋㅋ 

 

뭐 오늘 이렇게 소개하기 위해 이번만 그렇게 하겠다고 핑게를 댔지만 자칭 아니 사실 울트라맨(63키로미터 완주)이었던 저의 궁색한 변명은 좀 부끄부끄..... 어쩌겠어요. 이젠 체력도 어제와 오늘이 다른 그런 나이가 이미 됐는걸요. ㅠㅠ 

 

군데 군데 거리 표지판이 가지런히 설치돼 있고, 단조롭지 않게 지역 문인들의 서정시가 적힌 안내 표지판도 세워 놨더군요. 

의자와 탁자도 있어 라면 끓여먹기 좋다며 이구동성으로 좋아합니다. 도로 옆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즐비해 한 여름에도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오동나무가 많이 보이더군요.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임도를 약간 벗어나 이천시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막걸리 한 잔했습니다.

 

막걸리 마시면서 신둔면과 백사면 지역을 보니 신도시가 들어서기 딱 좋아 보입니다. 하기야 간혹 신도시 후보지로 이곳이 거론되기도 하지만요. 

 

막걸리와 간식 타임을 마무리 한 후 이내 천천히 담소를 나누며 걷습니다. 군부대 가까이에서 바라본 정상은 멋지고 시원합니다. 저 위에서 가능하다면 힘껏 날아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사실 이 코스는 군부대를 통과하게 돼 있어 난관이 약간 있었지만 군부대의 협조로 완전한 코스로 탄생한 것이지요. 군부대를 지나 솔밭길에서는 솔향이 유독 가득합니다. 경사리 낙수재 근처에 군락을 이룬 산수유나무에는 아직도 산수유가 제 빛깔을 지닌 채 탱글탱글 달려 있더군요. 

도립리 산수유 마을로 이어지지만 거기서 다시 영원사로 방향으로 틈니다. 이곳은 산수유둘레길과 연결되는 길이지요. 길은 하늘로 쭉쭉 뻗은 시원한 나무가 있는 옆으로 향하고 영원사까지 둘레길은 이어집니다.

 

어제 내린 비가 조용하던 계곡을 경쾌한 물소리로 흔들다보니 온 산이 시원한데요. 아마 겨울잠을 자고있던 동물은 그만 혼비백산 했을 터, 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우린 내내 기분좋고 상쾌했습니다.        

회원 끼리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살아온 얘기와 살아갈 얘기, 자식들 키우는 얘기, 직장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을 웃고 나누며 걷다보니 목적지인 영원사란 절에 도착하더군요. 벌써 도착했다는 느낌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중간에 막걸리도 한 잔 씩 기울였는데 세 시간 반 정도 소요됐네요.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요즘 걷기 좋은 길이 유행입니다만 좀 요란스럽지 않나 하고요. 조용히 산과 들의 양지 바른 곳에 피어있는 작은 꽃과 반짝이는 나뭇잎을 바라보고, 산 위에서 내려오는 그리고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소리를 듣고 느끼며, 가을엔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낙엽도 밟으면서, 아주 먼 곳을 바라보며 긴 호흡으로 들숨 날숨을 반복하기도 하고, 두팔을 벌려 나무를 끌어 앉고 귀를 기울이는, 때론 긴 침묵으로 산수유꽃망울이 터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는 그런 길. 그것이 지금의 힐링이란 트랜드와 어울리지 않을까하고요.

 

어찌보면 원적산 아래에 있는 이천의 '걷고 싶은 둘레길'이 바로 그런 길이 아닐까 하고요. 산수유꽃이 도립리 일대를 뒤덮는 3월말이나 4월초에는 아내와 걸어봐야겠어요. 

찾아가는 길

이천터미널에서 동원대까지 택시나 버스(광주행)를 이용합니다. 정개산 입구(쌀밥집 있음)에서 출발해 영원사에 도착 후 조금 내려오면 송말1리 마을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백사면 소재지인 현방리까지 30여분 더 걸으면 이천터미널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많습니다. 

 

둘레길-지도면1[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