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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7일차 / 상춘재, 풍림다방, 그리고 해녀의 부엌

by 이류음주가무 2022. 1. 2.

[제주한달살이] 17일 차 / 2021.3.12.(금) 

- 상춘재, 풍림다방, 당근과깻잎, 비자림, 풀무질서점, 중앙종묘농약사, 해녀의 부엌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에도 제주를 적시고 있다. 일정에는 차질이 없겠지만, 다소 불편은 감수해야 했다. 오늘은 아침을 겸해 점심을 먹기로 했다. 

 

< 상춘재 >  맛집

 

'상춘재'란 맛집을 가는 데, 셰프가 청와대에 근무한 경력이 있단다. 소문이 자자해 점심시간에는 줄을 한참 서야 겨우 먹을 수 있다는 맛집 중에 맛집이란다. 중산간 지역이라 안개가 자욱하다. 식당 앞 도착시간은 오픈 10분 전인 아홉 시 오십 분이다. 입장하려면 1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주인장이 들어오란다. 이미 두 테이블에 손님은 자리 잡았고 우리는 지정해 준 자리에 앉자 손님들은 계속 들어온다.

 

우리 가족이 주문한 메뉴는 '멍게비빔밥'과 '돌솥해물비빔밥', 그리고 '고등어구이'이다. 

 

'뭉게비빔밥'은 냉동했던 재료가 들어가 조금은 차지만 맛은 독특했다. 간을 해서 그런 맛이 낫으리라. 내가 주문한 돌솥해물비빔밥은 전복 등 다양한 해물로 수를 놓고, 그 자체로 간이 되어 비비기만 하면 된다. 조금씩 나눠 먹었지만, 따듯한 해물비빔밥이 이 시간 때에 먹기는 좋았다. 비릿한 해산물 특유의 향은 나지 않았고, 재료의 특성이 살아있는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고등어구이는 먹기 좋고 부드럽게 익었고, 사장님께서 먹는 방법을 천천히 설명해 주신다. 한 가지 맛이 아니라 세 가지 맛으로 고등어구이를 즐길 수 있었다. 구수한 된장국은 비빔밥의 맛을 한 단계 높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속은 든든했다.

 

< 풍림다방 >

 

다음은 커피를 마시러 간다. 그 유명한 '풍림다방' 커피다.

 

개인 주택을 다방(카페)으로 꾸몄다. 특히 자체적으로 개발한 ‘풍림브레붸’란 아인슈페더의 맛 때문에 이 집을 찾는다는 데, 오전임에도 손님은 북적거렸다. 물론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풍림브레붸’를 조금 마셔봤는데 먹는 방법이나 맛은 독특해 찾을 만했다.

 

 

마시고 난 후 주변 마을을 둘러봤다. 비에 젖은 동백꽃이 아름다웠고, 소품 등 기념품 판매점, 공방 등이 있어 몇 곳을 들러봤다. 아울러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기회 된다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김녕 해안가에 있는 캠핑 전문 숍에 들러 티를 구입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내가 고른 티의 맞는 사이즈가 지금은 없다. 이런 장소에서 캠핑용품 등을 판매한다는 발상 또한 신선하고 놀랍다. 

 

 

< 당근과깻잎 >


다음에 찾은 곳은 ‘당근과깻잎’이다. 

 

지역 청년들이 지역 특산품인 당근을 주스로 만들어 판매하는 카페다. 역시 옛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카페라 정겹다. 주스 1컵에 당근만 6∼8개가 들어간단다. 당근 날 것 하나를 그냥 먹으려면 힘들다. 달콤한 당근 주스에는 일곱 개나 들어갔음에도 달콤한 맛에 한 잔으로는  부족한 듯했다. 당근 주스 외에 다른 먹을거리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당근 주스만 판매한다고 한다. 카페 옆에 있는 밭에서 체험해 보라고 권해 당근 두 개를 뽑았다.

 

< 비자림 >


다시 비자림 방향으로 향했다. 비는 그쳐가고 있었다. 비자림 주차장은 거의 만차에 가깝다. 지난번 비 오는 날 혼자 걸은 적이 있었다. 오늘은 연두와 다연이가 함께 걷는다. 비는 거의 그쳤다. 숲은 더 푸르렀다. 우리나라에 아름답고 신비한 숲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다연이와 연두도 만족했다.

 

< 풀무질서점 >

 

아직도 오늘 최종 목적지를 가려면 시간이 남아있다. 그래서 ‘풀무질서점’을 찾았다. 

 

서울 대학로에서 서점을 운영하다가 제주로 내려온 시골 책방으로 찾는 관광객이 의외로 많단다. 작은 규모지만 손님이 여기도 가득하다. 건물도 예쁘다. 나는 유유출판사에서 발행한 ‘생각의 말들’이란 책을 구입했고, 풀무질서점 스탬프도 찍었다. 책방 주인장은 내가 4.3평화공원에서 임철우 작가의 소설책을 구입했는데 거기에는 스템프가 없다고 찍어 주지 않아 다음에는 만들어서 꼭 여기를 방문했다는 기억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다연이는 친구에게 선물을 주려고 특별히 제작된 책갈피를 골랐다. 책방에 온 사람들 명함을 보니, 마장에 있는 '오월의 푸른하늘' 책방지기 레오도 다녀갔다. 책방 주인은 밖으로 나와 서점 앞에서 우리 가족의 사진을 친절히 찍어 주셨다.

 


아직도 예약한 곳을 가려면 시간이 더 남았다. ‘중앙종묘농약사’를 찾았다. 웬 종묘농약사로 들어가나 했더니 기념품 숍이다. 이 숍에는 제주를 표현한 기념품이 다양하다. 결국 나는 동백꽃이 그려져 있는 유리컵 하나와 하루방을 중심으로 노부부가 웃는 장면을 표현한 엽서 한 장을 구입했다. 

 

<해녀의 부엌 >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저녁을 예약한 장소로 향했다. 그때까지 다연이가 어떤 곳인지 전혀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예약시간은 오후 5시 반이다. ‘해녁의 부엌’이라 했다. 그냥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로 직접 요리한 식당이지 짐작했다. 네비는 오래된 건물 앞에서 목적지 도착을 알렸다.

 

그런데 출입문이 묘하다. 무슨 공연장 입구처럼 생겼고, 그리로 들어간다. 내부는 어두웠다. 이미 먼저온 손님은 지정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리 가족도 예약된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시간이 되자 사회자가 나와 오늘의 메뉴와 일정을 설명한다. 우선 해산물(뿔소라, 군소)을 소개한다. 그리고 연극 공연과 식사, 해녀 인터뷰 시간 순서로 진행한다고 한다.

 

알고 보니 청년 예술인과 지역 해녀가 협연으로 일종의 디너쇼를 제주의 종달리 지역의 현실에 맞게 운영하는 공연장이다. 10살 때부터 물질을 시작해 90대가 된 해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연극으로 구성했고, 또 인근에서 잡은 해산물로 식사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장소였다. 두 시간 정도 걸린 해산물 소개와 연극, 식사 그리고 해녀의 인터뷰는 눈물겹고 먹먹했지만, 또한 신선했다. 아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으로 남겠다 싶다. 

 

 

제주 종달리란 마을에서 청년 예술가와 해녀의 콜라보라니.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오는 내내 많은 생각에 잠겼다. 나와 연두의 추억을 위해 깜작 선물을 해준 다연이가 예쁘고 고마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