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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청주여행]윤덕수 조각가의 <8월의 기억>을 보고 나서

by 이류음주가무 2024. 1. 10.

연초 첫 번째 미술관을 어디를 갈까 고민하며 여기저기 검색하고 자료를 찾았다. 마침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이천시국제조각심포지엄과 관련 있는 두 조각가가 동시에 전시회를 한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바로 첫 전시회를 청주로 가야겠다며 연두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동의해 바로 청주로 떠났다.

 

이천 신하리 집에서 청주시립미술관까지는 한 시간 20여 분이 걸린다. 중부고속도로는 막힘 없이 달리다가 청주 인근에서 약간 지체가 됐다.

 

 

청주시립미술관에 도착하니 열한 시 반이 조금 넘었다. 청주시립미술관은 크고 반듯했다. 하늘도 맑았고 바람은 약간 불었다.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관람객은 없고 건물 내부 층고는 압도적으로 높다. 건물 안임에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든다. 입장료는 청주시민일 경우 50% 할인돼 5백 원이지만 나와 연두는 합계 2천 원으로 우리는 기꺼이 계산했다.

 

 

1층 전시장에서는 <8월의 기억>이란 주제로 윤덕수 조각가의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린 미술관 입구 맞은편에 그의 작품이 희미하게 보였다. 처음에는 무엇을 형상화한 작품인지 몰랐다. 가까이 가보니 감자다. 출입구 바로 옆에는 빨간 토마토가 반짝였다. 그리고 틈새 같은 공간에는 노란 모과가 매끈하게 올려져 있다.

 

 

압권은 바닥면적이 거의 정사각형으로 상당히 넓으면서도 층고가 높고, 벽면이 하얀 공간 안에 초록의 사과처럼 보이는 과일 형상의 작품 하나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사과인 줄 알았는데 작품은 버찌란다. 작은 버찌를 크게 조형했기에 보는 순간 관람객을 놀라 게 만든다.

 

 

물론 토마토, 감자, 모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끄러운 표면처리와 화려한 색감표현은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나도 그랬고, 연두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 버찌를 보면서 지난해 일본 나오시마 섬 <지중미술관>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이 떠올랐다.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지중미술관>월터 드 마리아작품 전시공간은 자연의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천장이 뚫려있어서 자연채광과 푸른 하늘 그리고 작품이 3위 일체가 되어 보는 순간 숭고미를 체험할 기회를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나는 그때 그 경험을 온전히 누렸다.

 

 

하얀 벽면에 초록의 버찌, 붉은 토마토, 노란 모과, 그리고 갈색 감자까지 화이트 큐브 안에 화려한 색으로 오롯이 자리 잡은 작품을 보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렇게 즐기는 동안 미술관 안에는 관람객이 몇 명 되지를 않았다. 아내도 먼저 보고 밖으로나 나가 계단에 앉아 쉬고 있었다.

 

 

윤덕수 조각가는 청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작업하면서, 한편에 일군 작은 텃밭에서 나오는 농작물들이 작가의 조형 이미지의 원천이라 했다. 농작물의 이미지는 조형언어로써 중요성을 내포하지 않지만, 큰 의미 없이 소일거리로 생산한 농작물을 주변 지인과 나누는 행위를 통해서 삶에 지친 이들의 감정이 위로를 받기를 그는 원했다. 윤덕수 작가가 타인에게 농작물을 주면서 전달한 자신의 감정을 전시장에 박제된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몇 년 전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에 작가로 참가해 위로란 제목으로 붉은 파프리카를 조형해 작품을 만들어 많은 이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었다. 오늘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윤덕수 작가의 조형 언어로 형상화한 농작물 작품을 보니 나도 이천 죽당리에 있는 <연두콩밭>이란 농장에서 생산하는 농작물을 더 많은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 윤덕수 조각가 전시개요 >

장소 / 청주시립미술관 본관 1(청주시 서원구 충렬로 1818번 길 50 <사직동>)

주제 / 8월의 기억

기간 / 2024.1.28. 까지까지

동절기 운영 / 10:00 18:00(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