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이 밝은지 벌써 20여 일이 지났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올해 꼭 해야 할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를 작성했고, 그 리스트에 따라 하나 둘 실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걷기와 달리기다.
일주일에 5회 이상 8 천보 이상을 걷고, 그중 하루는 달리기를 하는 날이다. 달리기는 나의 나이와 체력에 걸맞게 6km 내지 10km의 거리를 달린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빠른 걸음걸이보다 조금 더 빠르게 달린다는 계획이다. 물론 매일 10km를 달려도 달릴 수는 있겠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일주일에 한 번만 달리는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러너하이를 느낄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많은 러너와 함께 달릴 수 있는 공식적인 대회에도 참가하려고 한다. 지난해 정말 오랜만에 이천마라톤대회에 참가신청을 했고, 10km를 달렸다. 러닝타임 1시간 13분 걸렸지만 더운 날에도 쉬지 않고 느리게 달렸고, 몸에 특히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2025년에는 이천대회는 물론, 여주이천 주변에서 열리는 대회를 3회 정도 참가할 계획이다. 두 번은 10km, 한 번은 하프 대회에 신청해 최소한 3번 정도는 공식적인 대회에 나가 러너들과 달린다는 결심을 했다.
아주 오래전 발목 부상으로 달리기를 포기한 적 있었고, 체중을 10kg 이상 감소하고 난 후부터 걷기부터 시작해 이제는 천천히 달려도 발목에 가벼운 통증도 오지 않는 상황으로 회복된 상태다. 한때는 달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벌렁거렸고, 부러웠다. 그때 왜 내가 공을 차다가 발목을 다쳤나 후회되기도 했지만 이미 지난 간 얘기에 머물러 후회하거나 자책한들 나에게만 불필요하고 괴로운 일에 불과할 뿐이다
오늘 10km를 아주 천천히 달렸다.
비록 미세 먼지를 약간은 흡입했겠지만 달릴 때 느끼는 기분은 참 좋았다. 흘리는 땀이 몸을 축축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하수시설 공사 중인 죽당천 길을 달리기에는 조금 장애가 있지만 그럼에도 기분은 좋았다. 서쪽으로 지는 붉은 해도 아름답고 숭고했다. 죽당천에서 겨울을 보내는 오리들, 따듯한 물속에 떼를 지어 헤엄치는 물고기 무리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일도 즐거웠다. 달리다가 지인을 만나 인사하는 순간도 부끄럽지 않았다. 내 몸이 아직 살아있다는 작은 변화를 느끼면서 달리는 기분도 이상하리만치 흥이 났다. 귀에서 들리는 영어회화의 문장도 한 시간 동안 또렷이 들리는 쾌감도 싫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늘 달리기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365가지를 변명을 해도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단 몇 가지 정도 달리면 좋은 이유가 있다면 나는 달리기를 선택해 밖으로 나가겠다.
그것은 내가 슬기롭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징표가 아니겠는가? 나이를 들더라도 생각은 조금 더 느리게 늙어가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달리기라고 주장하고 싶다. 달리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는, 사소한 볼거리를 찾는, 그 속에서 사유의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그래서 러너하이의 순간을 누리는 지점이 나는 즐겁다. 그래서 달린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한 시간 이상 달린다. 20250120. 오후에 죽당천변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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