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내랑 아침 산책을 했다.
보통 나는 오후에 산책하고, 아내는 주로 오전에 걷는다. 그날은 아침 7시에 걸었다. 평소 8시에 기상하는데 이날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우리 부부가 걷는 길은 늘 비슷하다. 산촌리 마을을 지나 논길, 죽당천 둑길을 돌아 왕복 8㎞ 정도를 걷는다.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아침 공기가 신선하지만 아직은 서늘하다. 그렇지만 걸을수록 걸음걸이도 빨라지면서 체온은 점점 상승하기 시작한다.
산에는 그 흔한 진달래부터 개나리, 산수유, 목련, 매화 등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땅에는 노란 꽃다지를 시작으로 개불알꽃, 냉이, 바이올렛 등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들도 나를 봐 달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그렇게 조용하고 빠르게 걷다 보니 한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 꽃을, 이 노래를, 이 아우성을 내년에도 후년에도, 아내랑 보고 또 들을 수 있을까?. 요즘 주변에서 서글픈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한편으로 나를 옥죄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한 순간임을 일깨워준다. 그게 누군가의 아픔일 수도 있다. 물론 나라고 예외일 순 없지만 말이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하는 말은 사실은 삶에 대한 말'이라고. 그리고 '오늘은 살아온 삶에서 가장 오래되고 늙은 시간이지만 살아갈 미래의 삶에서는 가장 젊은 시간'이라고. 꽃이 피고 또 지니 생각은 깊어만간다.
오늘도 참 잘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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