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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았다

생맥주 작은 잔, 큰 행복......

by 이류의하루 2022. 6. 17.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했다. 서울국제영상전과 코리아아트페어다. 한 장소에서 동시에 열렸다. 그림도 보고 사진도 보고, 사진도 감상하고 그림도 감상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두 장르다. 관람료가 1만 원이지만 QR코드를 찍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친구와 만나기 전 먼저 감상했다. 아트페어보다는 영상전 부스에 관람객은 더 많다. 

 

두 전시관 관람을 모두 마치고 부실하게 점심을 먹은 나를 위해 친구는 강남 뒷골목으로 안내했다. 저녁을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지만 걷다가 문이 활짝 열린 생맥주와 치킨, 피자 등을 판매하는 공간이 시원한 가게로 들어갔다.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피자와 샐러드, 에일 생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바디감이 깊은 생맥주의 목넘김을 즐기며, 바삭한 피자를 먹으며 밖을 바라봤다. 간판이 없다면 마치 여행지에서 만난 유럽의 어느 뒷골목처럼 느껴진다. 개를 데리고 산보하는 외국인이 있고,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는 외국인도 눈에 띈다. 친구와  마시는 시원한 유럽산 생맥주가 오늘따라 시원하고 맛있다. 취기가 아닌 취기가 몽실 몽실 거리지만 그래도 뚜렷하게 보이는 친구는 앞에 있다.

 

 

어제 날짜로 모든 일에서 은퇴했으니, 이젠 인생을 즐기는 과정만 남았다. 어떻게 놀지를, 여생을 보낼지를 고민하는 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니 손님들은 꾸역꾸역 들어온다. 오후 4시 반인 데도 마이크까지 찾는다. 대학생은 아니고 직장인들 같다. 이 시간에 회식을 하다니 놀랍고,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 일할 수 없는 상황이니, 지금 이 순간 서울 한복판 강남의 뒷골목에서 맛있는 유럽의 에일 생맥주를 마시며 오직 친구와 즐길 뿐이다. 친구와 나는 지금 여기서 이 순간이 행복이고 우리의 인생이다.  2022.6.16.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