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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여기가 좋더라

[여주여강길] [5일장터길] 여강길, 여주 5일장터길을 걸었다.

by 이류의하루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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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여주여강길걷기축제에 참석했다.

 

 

내 고향 세종대왕면 소재지에서 진행하고, 출발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여강길 140km를 완주하는 목표다. 이미 올해 1월 1일 황학산길을 첫 코스 6.5km를 출발로 시작했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걷지 못했다. 

오늘은 축제라는 이름으로 <5일장터길>을 걸었다.

 

경강선 세종대왕릉역을 시작점으로 여주도자기축제가 열리는 신륵사 관광단지에 있는 여주여행자센터까지 약 14km를 걷는다.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에 난이도 중급이라지만 누구나 천천히 걸으면 무난히 걸을  수 있는 코스다. 경강선 세종대왕릉역을 출발해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을 거쳐 세종산림욕장을 지나 여주5일장 장터에서 식사를 하고 오늘 개통하는 여주남한강출렁다리를 건너 여주여행자센터에 도착한다.

행사 현장에 도착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즐겁게, 웃으며 모여 출발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기가 참 좋았다. 여기저기 모여 사진을 담는 모습이 행복하다. 찍는 사람마다 폰을 달라해서 내가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는 자칭 스마트폰사진 강사니 말이다. 배번과 기념품을 받은 후 간단한 기념식을 거행했고, 계획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출발했다. 

 

 

오늘 기상예보에 따르면 늦은 오전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하늘은 잔뜩 흐렸다. 출발지점을 통과하자마자 빗방울이 갑자기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바로 멈추었지만 하늘은 더욱 흐렸다. 농로와 마을길을 지났다. 천여 명이 신청한 걷기 축제는 보기에도 드문 연출이고 풍경이다. 마을에서 나오던 차량은 멈춰 섰고, 길에는 로터리를 친 흔적으로 흙이 가득하다. 그 옆에는 노란 애기똥풀이  예쁘게 피어있다. 걷기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걷는다. 가족과 동아리, 친구 등 구성원이 다양하다. 나도 물론 연두랑 출발했다. 무거운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지만 주로 폰으로 사진을 담았다. 이 동네 길은 처음 걷는 길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이고, 방문한 적이 없는 마을이다. 늘 그 주위와 주변을 차를 몰고 지쳤을 뿐이다. 

 


레포츠 공원을 빠져나와 번도5리로 향한다. 길가 옆에 있는 우리 안 개가 놀라 멍멍댄다. 아직 모내기 기간이 아니라 논에는 구름 낀 하늘을 닮은 흐린 물만 가득하다. 밭에는 고구마를 심는 아주머니가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놀라서 바라보는 듯하다. 큰 도로 밑을 지날 때마다 세종대왕의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조금은 유치하다.

 


어느 길을 걷거나 마을이나 농로를 지날 때 쓰레기가 가득하다.

 

제주도 올레길이 그랬고, 천주교수원교구 디딤길을 완주할 때도 그랬다. 다행히 지나는 코스에 축사가 보이질 않아 그 냄새는 맡을 수가 없었다. 번도5리를 지나 동네 뒷산을 넘었다. 좁은 산길이라 걷는데도 차량이 막힌 듯 인간 병목현상이 벌어진다. 시간차를 두고 출발했다면 이 현상을 예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중에 축제 피드백을 위한 설문조사에 그 내용을 기재해 발송했다.

 

산을 넘으니 곧 세종대왕릉이 있는 마을이 나온다. 생각해 보니 그 어린 시절 봄소풍은 늘 능으로 걸어왔다. 매류초등학교에서 걸어오면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농로를 따라, 산길을 넘어 앞사람을 졸졸 따르던 생각이 났다. 오늘이 딱 그 모습이다.

 

 

영릉에 도착했다.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왔던 세좋대왕릉이다. 몇 차례 개보수를 진행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때는 지금처럼 단정하고 조용하지 않았다. 세종대왕릉에서 효종대왕릉까지 넘어가는 <왕의 길>은 아마 오늘 여강길 코스 중 백미였을 터다.

 

 

조용한 곳이지만 사람들이 많다 보니 조금은 시끄러웠지만 워낙 걷기 좋은 길이라 가슴이 시원했다. 종종 걷던 길이지만 오늘따라 더 싱그러웠고, 청량했다. 주변의 풀과 꽃이 피기 시작했다. 가끔은 놀란 꿩이 푸드덕 거린다. 멧돼지가 출몰도 한다도 경고판도 세워져 있는 길이다. 천천히 내려다가 보면 효종대왕릉이 나온다. 효종대왕릉을 나오면서 재실(?)에 들러 오래된 느티나무를 보았다. 

 


세종산림욕장 앞에서 막걸리를 시음했다.

 

가남 금당리에 양조장이 있단다. 맛을 보니 달콤했다. 사고 싶었지만 들고 걷기는 좀 그랬다. 기회 된다면 사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세종산림욕장 정상에 중간스탬프를 찍어야 하나 많은 사람들이 걷기에 위험하다해 코스를 약간 변경해 패스하고 남한강 옆으로 나왔다. 

 

 

그때부터 간간이 내리던 비는 걷는 이들에게 우산을 요구했고, 우비를 쓰게 강제했다. 연두는 우산을, 나는 우비를 준비했지만 비는 사정없이 내렸다. 곧이어 트레킹화부터 젖기 시작하더니 팬츠 아랫부분이 모두 차갑게 촉촉이 젖었다.

 


여주시내를 지났다.

 

 

강이 흐른다. 남한강이다. 바람도 조금은 쌀쌀하게 다가왔다. 비는 계속 내렸고, 모두는 여주시장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다. 나누어준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천막식당에는 줄지어 서 있다. 따듯한 칼국수가 먹고 싶었다. 인근 골목에 <양평칼국수>를 찾았다. 비를 맞고 들어서니 이미 몇몇의 뚜벅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겠지만 물어봤다. 가능하단다. 우리 내외도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칼국수 2인분, 김치만두,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계속 들어왔다. 심지어 줄지어 기다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먹고 나오니 앞 식당 옆 식당 모두 뚜벅이들로 가득 찼다. 마치 오일장보다도 식당 안에는 더 많은 손님들로 시끌벅쩍했다. 나도 놀랐고, 상인들도 놀랐을 터다. 점심시간에 이렇게 많은 손님이 몰아쳐서 입장한다는 현실이 말이다. 우리가 주문한 금액을 계산해 보니 2만 8천 원이다. 쿠폰은 거슬러주지 않는다 하여 버섯 2천 원어치를 추가했다. 모두 합하면 3만 원이다. 쿠폰 3장을 주면 된다

전에 한번 먹었던 집으로 이미 맛은 알고 있었다. 주차장에 설치된 텐트보다는 식당이 따듯하고 편했다. 국수는 걸쭉하면서도 맛은 깊었다. 만두는 약간 매웠다. 맛은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다. 막걸리는 지평막걸리로 모두가 아는 맛이다. 그렇게 둘이서 3인분에 막거리를 마시고 나오니 비는 아직도 계속 내렸다.

 

 

여주시청 뒷길, 강변을 따라 영월루에 올랐다.

영월루에서 보는 남한강은 말없이 담대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옛날의 모든 상처와 사고도 잊은 채 흐르고 있었다. 비는 계속 내렸고, 물결도 흐렸지만 저 건너 보이는 신륵사나 축제장 그리고 오늘 새로 개통하는 출렁다리는 희미했지만 건너고 싶었다.

 


출렁다리 입구에 도착했다. 해우소에서 일을 보고 올라갔다. 다리는 흔들렸지만 위험하거나 어지럽지는 않았다. 거리는 참 길다는 생각은 들었다. 사진을 찍고 풍경을 보면서 사람들을 마주치며 건넜다. 자원봉사자가 어디로 가면 여행자센터가 있단다. 참고로 오늘 자원봉사자들은 너무 친절했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 안내하는 모습에 절로 힘이 났고, 그들을 볼 때마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여행자센터에 도착해 기념품으로 여주쌀 500g을 받았다. 여강길스탬프 북에 스탬프도 찍었다. 이제 두 개의 코스 20km를 완주했다. 오전에 맛보았던 막걸리가 보였다. 3병에 만원이란다. 쿠폰을 주고 3병을 구입했다. 여주도자기 축제장으로 향했다.

 

여주도자기축제때마다 꼭 방문하는 매장이 있다.

 

박재국 작가의 <흙내가마>다. 그런데 그 앞 부스에 <여주맥주>가 진을 치고 있다. 알코올 도수를 물으니 4% 정도 된단다. 약하지만 맛을 보기로 했고, 나는 흑맥주를 한 잔 주문했다. 캔으로 구매하려고 했지만 캔으로는 판매하지 않는단다. 여주와 이천 몇 곳에서도 판매한단다. 특히 <강천책방>에서도 판매한단다. 처음 들어보는 책방이다. 대학교수를 퇴임하고 책방을 냈다고 한다. 책방에서 맥주를 판매한다는 얘기는 나의 흥미를 끌었다. 다음에 가봐야지 생각했다.

 


흙내가마에 가니 박재국작가 내외가 보이지 않는다. 전시만 하나 생각하고 있으니 사모님이 반갑게 오신다. 언제나 웃는 모습이 우리를 편하게 해 주신다. 수다를 떨었고, 연두는 접시 네 개를 골랐다. 가격은 물론 할인해 주셨다. 다음에 다시 온다고 인사하고 축제장을 떠났다. 오후 3시에 세종대왕릉역으로 출발하는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비는 계속 내렸고, 비 맞은 몸은 약간 추웠다. 하지만 걷기 축제는 정말 즐거웠다.

물의 도시에 축제와 개통식이 열린다. 당연히 물이 퍼부어야 제 맛이고 제 격이다. 여주의 오늘이 그랬다. 내 고향 여주시의 발전을 기원한다. 또 걸어야겠다. 여강길.....

 

 

20250501. 2025여주여강길걷기축제를 참석해 폰으로 찍고 그날 저녁에 작성했다.(완성 글은 아니며 조금씩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