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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기억을 담아

예술의 도시, 천사의 도시 싼타페를 가다(6)

by 이류음주가무 2012. 2. 10.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가지를 투어한 후 잠시 휴식을 위해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6시에 싼타페 디자인대학에서 주최하는 만찬에 초대받았기 때문인데요. 호텔로 오다가 주유소에 들렀죠. 리터당 1불정도하네요. 도로를 살펴보니 인도와 경계가 부드럽죠.

호텔에 도착하니 마침 작은 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는데요. 연세 드신 어르신들을 안내하나 봅니다. 그런데 이분들을 배려한 승하차 보조대가 눈길을 끕니다.

기사가 어르신들 손을 잡아주면서 오르게 하네요. 사소한 곳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 역시 천사의 도시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 시의 유치원 통근버스나 노인들이 이용하는 복지회관 버스 등에 저런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어제 마켓에서 사온 과일로 간단히 목을 축이고 만찬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합니다.

오후 5시 반에 연세가 지극한 ‘Tom Aageson' 할아버지께서 픽업하기 위해 대기하고 계시는데요. gaae(glovel center for cultural entreprepreneurship)의 Executive Director로 정말 멋진 분입니다. 가장 유명하다는 로레토 호텔 내 만찬장으로 우리를 직접 안내했주셨구요.

이 호텔은 구 시가지 중심에 있는데요. 당초 여기서 숙박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외곽에 정했거든요. 도착하니 싼타페 시의 David Coss 시장님 내외분과 Rebecca 부시장님은 물론, 주최자인 Santa Fe 예술디자인대학교 SUSAN YORK 학장님, 싼타페 시 오페라 단장내외, 그리고 하이디 로엔(앞으로 몇 차례 포스팅 예정)이란 유명한 도예작가 등이 산타페시 주요인사들께서 먼저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만찬 시작시간에는 늦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같았으면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죠.ㅋㅋㅋ

이 만찬은 Santa Fe 예술디자인대학에서 주최한 자리로 SUSAN YORK 학장님, 역시 예술인입니다.

< SUSAN YORK 학장님

여기서 이천시와 싼타페 시 간에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됩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건배제의를 한국말로는 어떻게 하느냐 해서 우리말로 ‘건배’ 라고 했더니 즉석에서 모두 우리말로 양도시의 만남을 위해 ‘건배!’하며 외쳤거든요. 우리 일행을 이천시 대표자로 인정하면서 진심으로 환영해 주시더라고요.
< 좌측 두번째 Tom Aageson >

이 만찬에서 한도현 도예가가 싼타페 시를 위해 준비한 진사 작품 기증식이 있었습니다. 사실 오동나무 상자에 넣고 단단히 포장했지만 몇 차례 이동으로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다행히 오동나무 박스는 좀 부서졌지만 작품에는 무사했습니다.    

< 붉은 모자 쓴 하이디 로엔 >

진사(辰砂)란 도자기 바탕에 산화동(酸化銅) 채료(彩料)로 그림을 그리거나 칠한 뒤 백자유약을 입혀서 구워내면 산화동 채료(辰砂)가 붉은 색으로 발현되는 도자기라는데요. 산화구리가 환원되며 나타나는 붉은 색으로 진사를 이용한 자기는 붉은색을 띄게 되죠.

< 한도현 진사 작품 >  

장작불을 지핀다 해서 모두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 아닙니다. 불 때는 것 또한 수만 번 때봐야 불길의 성질을 이해하고 조종하고 다스릴 수가 있게되죠. 그런데 한도현 작가의 진사를 보면 불길이 정말 자연스럽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정성과 땀과 혼이 들어갔다는 증거인데요. 진사에 대해서는 일인자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죠. 불길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한 깊거나 맑게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그의 능력과 손길에서 나온 작품에 흠뻑 빠진 분들이 전국 각지에서 후원회를 결성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훼손된 오동나무 상자를 열자 진사가 싼타페 시에서 첫 선을 보입니다. 모인 사람들 모두가 감탄사를 쏟아 냅니다. 일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작품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합니다. 싼타페 시는 이 작품을 현지의 유명한 갤러리에 전시하겠다고 약속했고요. 진사작품을 모시고(?) 기념사진도 찍습니다.

함께 가지고 간 소품을 시장과 부시장께도 선물했죠.

< David Coss(남) 시장님과 Rebecca(여) 부시장님

다른 분들께는 계영배를 선물하면서,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의미가 담긴 계영배를 소개하면서 시연회를 갖는데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기념 촬영도 흔쾌히 응해주면서 만찬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 갑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장님 내외분과 부시장 등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켜 주는데 그 고마움을 어찌 표현하고 감사해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몇 잔의 와인이 오가고 한도현 작가를 중심으로 손짓 발짓 몸짓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 한도현 작가와 SUSAN YORK 학장님

예술가들의 행위 자체가 진실한 대화가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두 시간이 넘는 만찬이 마무리되고, 주최자인 ‘SUSAN YORK’ 학장님께서 직접 호텔까지 픽업해 주시는 친절까지 베풀어 주셨습니다. 감동이죠. 호텔에 들어와 일정을 간단히 정리한 후 한 작가 방으로 가 다시 한잔 했습니다. 

진섭 군과 통역 윤화 양은 다음날 지역의 라디오 인터뷰를 준비하느라 골몰하고 있었고요. 그렇게 둘째 날의 밤도 깊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