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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1/22, 1일차 동광6거리 인근에 숙소를 정하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1. 16.
이 글은 1년 전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경험한 2차 제주한달살이를 메모와 일기를 토대로 기억을 재구성했다. 올 12월이나 내년 1월 겨울철에 3차 한달살이를 더날 계획이다. 1년전을 기억하며 기억으로 간직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다시금 글을 올린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 아마 제주 북서쪽 어디에 있지 않을까 몽상하며....   

2021.11.22. 1일 차 / 동광6거리 인근에 숙소를 정하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다연이를 경강선 부발 전철역에 데려다주고 들어와 서둘러 준비를 했다. 이미 지난밤에 가방 등 짐을 모두 정리한 뒤라 간단히 씻은 뒤 7시 20분에 완도로 출발했다. 벌곡휴게소에서 우렁 된장국과 시래기 된장국을 연두랑 먹고 있는데 문자의 도착음이 울린다. 출발 여부가 불투명하단다. 설마 우리에게 그런 불상사가 생길까 하는 우려를 애써 외면하면서 12시 반경 완도 입구에 도착했다. 바람이 매우 세고 거칠게 분다. 문자가 현실이 될까 걱정이 들었지만, 마치 북유럽 해안가의 낡은 창고가 눈앞에 보인다.

시화전이 열리는 '옥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해결했다. 다행히 차량 승선은 가능하단다. 오후 2시경에 차량을 승선시키고 있는데 연두의 조바심이 눈에 띄게 티가 난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졌지만 배는 3시에 출발했다. 멀리 보이는 검푸른 남해는 잔잔하다. 갑판으로 올라가니 바람은 거세고 얼굴은 따갑다. 하늘은 흐렸지만, 배의 흔들림이 강해도 평형수를 이기지 못한다. 나와 연두를 태운 배는 제주로 향했다.

제주항 가까이 도착하자 거친 바다 물결이 무섭다. 큰 배가  좌우로 흔들리자 좌석에서 바다가 보일 정도다. 점잖은 척은 했지만 사실 약간 두려웠다. 이러다 전복되는 거 아냐하는 우려도 생겼다. 그때 연두도 두려워서 그런지 기도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파도는 바다는 잔잔해졌다. 나의 신앙의 스승인 연두의 기도발은 정말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시 오십 분에 제주에 도착했다. 지하로 내려가 차를 몰고 나왔다. 지난번처럼 안전장치를 나는 건드리지 않았았다. 

어둑한 시간에 제주 시내를 통과하는데, 내비게이션은 시내 중심가 도로로 안내한다. 이게 맞나 싶어 의심이 갔지만 내비게이션은 믿을 만했다. 막힌 도로를 피해 제주 시내를 빠져 동광6거리를 지나 사계바다에 도착했다. 사계바다 앞 ‘바당칼국수’ 집에서 늦저녁으로 보말칼국수를 먹기 위해 일곱 시 반쯤 갔지만, 재료가 소진됐다며 영업을 종료한 상태였다. 할 수 없이 인근에 있는 ‘사계바다해물칼국수’ 집으로 들어가 전복, 조개, 낙지, 게 등등이 들어간 해물 칼국수를 주문해 먹었는데 비주얼이나 맛 역시 괜찮다. 비록 칼국수 2인분에 34,000원이지만 도착 첫날이라 맛있게 푸짐히 먹었다.

 

아홉 시 조금 못 미쳐 숙소에 도착했다. 호스트는 없었다.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른 후 들어갔지만, 난방 보일러가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찾았다. 전기 계량기의 숫자를 스마트 폰으로 촬영했다. 잠잘 침대를 살펴보니 청소상태가 불량이고 베개에서는 냄새도 조금 난다, 옷걸이도 고장이 난 상태라 사진을 찍어뒀다. 기타 나머지는 모두 괜찮다. 

 

숙소 가까이 큰 도로가 지나가지만 약간 위쪽의 외진 곳이라 건물 밖에서는 차량 소음이 들리지만, 안은 조용하다. 잔디밭이 있고, 담장에는 동백나무가 가지런히 자란다. 어둑하지만 산방산이 정면에 우뚝, 마치 젊은 여인의 젖가슴처럼 봉긋 솟아있다. 열 시에 짐 정리를 끝내니 제주한달살이의 첫날은 지나갔다. 

 

< 바당칼국수 / 보말칼국수가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