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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30일 차 / 녹산로유채꽃길, 놀고 또 담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2. 26.



- 녹산로유채꽃길, 일품순두부(아침), 문어마시(점심), 카페, 녹산로유채꽃길, 국수앤(저녁) 

표선에서 마지막 날이다. 특별히 어디를 보고 싶고, 가고 싶고, 맛을 보고 싶은 장소나 음식도 오늘은 없다. 일출 전에 녹산로로 또 향했다. 국민 출사 포인트를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10여 명이 삼각대를 세우고, 또 사다리까지 동원해 찍고 있었다. 역광이나 그라데이션 필터 등을 달고 찍는데 나는 삼각대도 없이 그냥 찍는다. 이른 아침이라 중간에 차를 세우고 찍는 관광객은 없다. 조금 지나니 출근 차량 등 통행량이 많아졌다. 역광을 찍기 위한 준비 등을 하지 않아 몇 컷을 찍고 철수했다.

 

아침은 그동안 궁금했던 ‘일품순두부’ 집으로 정했다. 숙소 주인장도 한번 추천했었다. 여덟 시 반에 입장했는데 손님은 많지 않다. 나는 맛이 궁금한 ‘한우내장순두부’를 주문했다. 밥은 돌솥밥으로 나왔고 순두부는 먹을 만했다. 이런 음식도 있구나 하는 평가가 적당할듯하다. 

순두부를 먹고 숙소로 왔다. 아침을 먹고 나니 졸렵다. 잠깐 눈을 붙이니 몸은 나른해진다. 일어나 입었던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목욕을 했고, 짐을 정리해 일부는 미리 차에 실었다. 열두 시 조금 넘어 온평항구로 향했다. 

‘문어마시’ 맛집의 전복돌솦밥이 생각났다. 오늘은 열두 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은 한 명도 없다. 포스터에 ‘푸른 소주 1병을 주문하시면 동백 소주잔 1개를 준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사장님께 부탁드렸다. 지난번에도 맛있게 먹었고, 또 먹고 싶어서 표선에서 여기까지 다시 왔는데 소주잔 하나 부탁한다고. 사장님께서는 ‘푸른 소주’에 대한 내막을 설명하면서 소주잔 하나를 주셨다. 전복이 들어간 밥은 정말 맛있다. 소주잔을 받아서 하는 말은 아니다. 다음에 다시 이쪽으로 온다면 이 집은 또 들려야겠다. 온평항구에 있는 ‘문어마시’ 맛집이다.

 

섭지코지로 갈까 하다가 섭지코지가 한눈에 보이는 항구에 잠시 머물렀다. 바다가 유난히 푸르다. 노출이 약간 과한 바다 사진을 찍고 싶었다. 주차 후 항구로 향하니 낚시꾼이 여기는 많다. 성산일출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앉아서 제주한달살이를 곰곰이 생각도 했다.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동안 한달살이를 생각하니 감정이 일렁인다. 더 앉아있다간 눈물이 나올 듯하다. 주차한 곳으로 나오니 오토바이 한 대가 차를 막고 있다. 근처 바닷가를 살펴보니 어느 방송에서 해녀를 촬영하고 있었다.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건축학 개론이란 영화에 나온 카페가 근처에 있는듯해서 그리로 향했다. 간판을 보고 산길로 들어갔더니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다. 숙소 근처에 있는 카페로 왔다. 차를 주문하면서 직원에게 백지 한 장을 부탁했다. 차를 마시며 한달살이 소회를 메모했다. 

 

오후 세시 반이다. 녹산로로 향했다. 그 포인트로 갔다. 녹산로는 정말 많은 관광객이 붐빈다. 나는 아침에 간 그 자리로 갔다. 그곳에는 두 팀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침의 역광이 이제는 사광으로  변했다. 노란 차, 빨간 차 등이 지나갈 때마다 셔터를 누른다. 젊은이들의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담아봤다. 다섯 시가 넘었다. 표선농협주유소에서 주유 후 숙소에 주차했다. 어제 먹었던 국수앤으로 걸어갔다. 

 

돼지고기국수와 막걸리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다. 메뉴를 보니 전복구이가 500g에 3만 원이란다. 사장님께 250g 가능하냐 물었더니 해준단다. 전복은 6마리가 나왔다. 전복구이는 처음 맛본다. 삶은 전복이나 회는 먹어 봤지만, 구이는 처음이다. 부드럽지만 존득하다. 맛도 좋았다. 그냥 500g 주문할 걸 아쉽다. 돼지고기국수도 특유의 향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다. 돼지고기국수, 전복구이, 막걸리 한 병을 모두 비웠다. 먹는 중에 가족 카톡방에서 카톡을 했다. 아들이랑 제주에서 아빠랑 한잔하자고 했더니 이천에서 하잔다.

 

숙소로 걸어오는데, 숙소 근처에 있는 제주민속마을입구에서 음주단속을 한다. 제주에서 한 달 살면서 단속 장면은 처음 본다. 오면서 하늘을 보았다. 별이 반짝인다. 연두가 오는 날 중산간 지역에서 본 북두칠성 등 수 많은 별이 생각났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좋아하며, 별을 사랑하는 나의 청춘을 표선에서 반추하고 간다. 


이천에서도 매일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며, 반짝이는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명이 다연이 아빠이자 연두의 영원한 친구인 열로 거듭나야지 싶다. 사랑한다. 연두 지명 다연아.  2021.3.25.(목)

* 2020년 바로 오늘 급성 맹장으로 수술했다. 두 달 뒤에는 부정맥으로 시술까지 하는 등 고생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오게끔 나를 보살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또한 늘 나를 생각하며, 한달살이를 후원해준 연두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