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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1/24, 3일차, 미술관 탐방, 그리고 아들이 온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1. 21.

11/24 3일 차, 미술관 관람, 그리고 아들이 온다.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일찍 기상했다. 차라리 가까운 오름에 오르자며 밖으로 나왔다. 바람은 불고, 구름은 아직 검다. 원물오름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오름 정상까지는 약 1㎞ 거리다. 숙소에서 나와 포장된 도로를 걸을 때는 몰랐다. 그런데 오름으로 오르기 시작하자 말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오름에 말을 방목하고 있었다. 오름을 오르는 작은 길에도 말똥이 제법 있지만, 혹시나 밟을까 하는 우려로 조심조심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정산에서는 내가 머무는 숙소는 물론 한라산, 산방산, 형제봉 등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왔다. 서쪽으로 보이는 지역은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기대만큼 오름의 풍경은 미흡했다. 숙소로 내려와 아침을 먹고 인근에 있는 방주교회로 향했다. 

 

방주교회에는 아침부터 제법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바람이 불어서 교회의 반영은 매우 흔들렸다. 교회 내부는 역시 단순하고 고요하며 위대하고 숭고했다. 절로 신심이 우러나오는 듯한 공간이며, 분위기가 난다. 카페 옆에서는 관심은 없지만 무슨 행사를 하는지 좀 일시적인 가설물처럼 보이는 건물이 반짝인다. 카페에 들어가 차 한잔 마시려고 했더니 아직 입장 시간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물인 본태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내부는 패스하고 역시 외관을 구경했고, 수풍석 뮤지엄 집결지도 확인했다. 사전에 예약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뮤지엄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관람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이미 예약을 해두었다.

 

가까운 곳에 포도뮤지엄에서는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이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이 5천 원이다. 과거 ‘다빈치 조각공원’ 자리를 리모델링을 하여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가짜 뉴스나 혐오, 전쟁 등이 역사와 일상에서 인간에게 끼친 파멸과 증오 등을 생각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케테 콜비츠’ 전은 기대 이상의 전시였다. 뮤지엄 내에서 차를 마시며 연두와 전시회와 관련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연두 역시 만족한 표정이었다.

 


제주 시내로 향했다. 오늘은 오후에 아들이 합류한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아들을 픽업해야 했다. 우선 산지천 공용주차장에 주차했다. 주차장 옆에 ‘온차’라는 식당이 있다. ‘온차’라는 말은 제주 방언으로 ‘통째’란 의미다. 상반기에도 이곳에서 돈가스를 먹어봤다. 속의 고기는 부드럽고 겉은 바삭거렸다. 돈가스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온차’의 돈가스는 7개월 정도가 지났는데도 또 생각이 났다. 나는 흑돼지 돈가스를 선택했고, 연두는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한 병에 7천 원 하는 제주 에일맥주 역시 주문해 마셨다. 맛은 여전히 배반하지 않았다.

만족스럽게 점심을 먹은 후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1, 2관을 찾았다. 특히 2관 전관 모두를 구본주 작가의 15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었다. ‘아빠 왔다’라는 전시회로 직장생활에서 겪는 과정을 유머러스하지만 아프게 표현한 작품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1관에서 전시 중인 설치미술이나 미디어아트 등은 다소 끔찍한 역사나 현실, 그리고 불확실하고 비관적인 미래가 표현됐지만, 난해하기로는 나나 연두 마찬가지였다.

 

뮤지엄을 나온 후 동문종합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주 여행을 오면 무조건 들리는 장소 중 하나로 먹을거리나 여행 기념품이 다양했다. 오메기떡으로 유명한 ‘진아떡집’을 찾아 이 골목 저 골목을 지나면서 아이쇼핑을 즐겼다.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고, 화려한 불빛 아래 시끌벅적했다. ‘진아떡집’에 도착하니 이미 손님 몇이 앞에 서 있다. 기다린 후 떡 한 팩을 사 시장을 나왔다. 산지천 공용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해안가 쪽으로 돌면서 공항으로 이동했다. 

 

아들은 차를 타자마자 ‘우진해장국’을 입력한다. 공항에서 먼 거리는 아니다. 도착하기 전에 저녁을 먹을 장소를 정하고, 우리를 해장국집으로 안내했다. 도착하니 앞에 대기 번호가 16번째란다. 아들이 맛집이라니 30분 이상을 기다렸다.

 

고사리육개장과 뼈 해장국을 주문했다. 맛은 제법이 아니라 육지의 어떤 해장국 맛집보다 특출했다. 고사리 해장국은 몸국과 비슷했다. 든든하게 아들과 저녁을 먹은 후 숙소로 향했다. 아들과의 모처럼 여행하는 첫날이라 그냥 보낼 수 없어서 맥주 한 잔씩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