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1/26, 5일차 따듯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1. 26.

11/26  5일 차 /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밤 역시 뒤척이다가 여섯 시 조금 넘어 기상했다. 미역과 쌀을 조금씩 물에 담갔다. 밥과 국이 모두 잘됐다. 아들도 오늘은 맛이 있단다.

 

외출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호스트에게 카톡을 했으나 읽지를 않는다. 전화 역시 받지도 않는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호스트가 거주하지 않아 즉시 조치하기가 불편하다. ‘미스터맨션’이란 업체가 관리를 맡아 하나 본 데 아직 출근 전이다. 이웃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첫날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일러 위치도 잘 보이지 않았다. 침대 헤드에는 먼지가 수북하고, 베개에는 머릿기름 냄새가 풍겼다. 침대 아래에는 머리끈, 나사 등이 널려 있었고, 옷걸이는 파손된 상태였다. 화장실에는 곰팡이가 끼어 있었으며, 도어록의 건전지는 방전 직전이다, 소파 틈새에는 먼지가 많고 이쑤시개까지 발견됐다. 최소한 입주 당일에는 확인해서 깨끗이 청소해 둔 상태로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한 듯하다. 

최종 확인을 해보니 가스가 소진됐다. 11시 40분경 가스를 충전하니 비로소 온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오전에는 가스가 비어 있는 관계로 온수 때문에 허비했다. 

 


열두 시 반에 쇠소깍 인근에 있는 ‘바람에 머물다’로 이동했다. 한라산이 잘 보인다. 한라산 동쪽 구릉에 구름이 가득하다. 문어 라면이 나왔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한 시가 넘었음에도 손님은 계속 들어온다. 조금은 비싸다는 느낌이 든 ‘제주 에일’ 맥주 한 병(9천 원)을 주문했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에 있는 ‘테라로사 카페’로 이동했다. 천장이 매우 높은 건물로 열린 통유리에 계단식 좌석이 이채롭다. 그 계단을 넘어서면 바로 귤밭이다. 아들은 소화불량인지 불편한 기색이다. 손가락 사이를 지압해 주었다. 힘을 주니 아프단다. 

 

차를 마시고 휴애리 동백꽃축제장으로 이동했다. 1인당 입장료가 13,000원이다. 이곳은 계절별로 꽃 축제가 열린다. 핑크 뮬리나 수국도 많지만, 지금은 지고 동백꽃이 가득하다.

 

서귀다원으로 이동했다. 지난번에도 들렀던 다원으로 입장료를 1인당 5,000원을 내면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한라산이 잘 보인다. 아들은 휴식공간으로 만족해한다. 차를 마시고 천천히 둘레를 산책했다.

 

네 시 넘어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이동했다. 주차 후 시장으로 들어서니 관광객이 이번에는 어마어마하게 몰려있다. 우리는 3번 출구 앞에 있는 황금어장으로 들어가 모둠회를 주문했다. 물론 한라산 소주 1병에 매운탕까지 먹었는데 계산을 해보니 66,000원이 들었다. 식당을 나서니 시장통에는 관광객이 가득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관광객을 본 경우는 처음이다. 일부 맛집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나는 자주 방문하는 제일떡집에서 오메기 떡 1팩(6개 5,000원)을 샀다.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샀는데, 이천 백사 송말리에서 생산한 ‘진 라거’ 한 캔도 포함했다. 

 


숙소로 돌아와 지명이랑 그동안 가족 문제를 솔직하게 얘기하며 맥주 한잔을 마셨다. 아들은 다른 형제는 신경 쓰지 말고 엄마 아빠 두 분이 멋지게 사시라고 우리를 걱정해 준다. 역시 믿음직한 아들이다. 또 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