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1/28, 7일차 새별오름은 오르고, 미술관을 거닐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1. 28.

11/28  7일차, 새별오름으로 오르고, 미술관을 거닐다 

일출을 보러 새별오름으로 출발했다. 주차장은 넓다. 언제가 지나칠 때 잠깐 봤을 때는 주차장이 아니라 갈대밭이었는데 주차장을 비롯해 오르는 계단까지 반듯하다. 새별오름은 처음에는 급경사지만 정상 부근은 완만하다. 

 

정상에서 한라산 사이로 떠오는 아침해가 일품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정물오름이나 금오름 등 주변 풍경도 참 멋지다. 다만, 곳곳에 공사현장이나 비닐하우스가 눈에 거슬린다.

 

숙소로 돌아와 마늘이 들어간 미역국과 밥을 먹고 인근에 있는 물방물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도립미술관으로 이동했다. 기획전 준비 관계로 오늘은 입장료가 무료란다. 일부 전시관에서 그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치 화폭 아래로 물방울이 흘러내릴 듯 영롱하다.

 

외부로 나와보니 저지예술인마을은 한가롭다. 단풍은 곱다. 아트숍에서 도록 등을 산 후 인근에 있는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전통 생활용품인 소반을 전시하고 있었다. 사실 소반보다는 백자 달항아리가 난 더 눈에 들어온다. 약간은 엉성한 형태로 조형적으로 완벽하지 않지만, 그 점이 미적으로 마음을 더 사로잡는다.

 

 
제주현대미술관으로 이동했다. ‘기꺼이 가까이’ 전이 열리고 있었다. 지난봄에 한 번 관람했다가 좌혜선 작가의 수묵화에 그만 흠뻑 빠졌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의 ‘몬스터 댄싱’이란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인간의 무의식에 담긴 어떤 소용돌이이나 욕망 등을 몬스터의 댄싱으로 표현한 느낌이지만 지난번의 작품보다는 감흥은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그의 작품은 묘한 상상력을 발산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김흥수 작가의 상설 전도 관람했다. 추상과 구상을 묘하게 분할하여 그린 그림은 유일하면서도 매우 독특하다. 에로틱한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색상이 화려하고 다채롭지만, 그 깊이 또한 가볍지 않고 깊다. 

 

야외에도 조각 작품이 다수다. 역시 구상과 비구상에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미술관 뒤편에 있던 이승수 작가의 숲 속 설치 작품도 함께 보면서 상반기 작가와의 인연을 연두에게 이야기하면서 잘난 체를 했다.

 

미술관 바로 뒤편은 저지 예술인마을과 연결된다. 과거 이천시청에 근무하다가 아내랑 홀연히 제주로 떠난 유현수 작가가 사는 마을이다. 점심시간이라 유 페이지라는 그의 숙소를 방문하기가 다소 망설여졌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두드렸다. 유현수 작가가 반갑게 알아보고 마중 나왔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는 차 덕는 중이었고 이십여 분 차를 마시며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그의 아내가 운동을 마치고 귀가했다. 

 

그는 10여 년 전 제주에 땅값이 폭등하기 전 제주로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펜션을 운영했다. 유 작가 특유의 친화력으로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인연은 계속됐고, 그들과 격의 없이 지냈다고 한다. 아내 사생활은 불편했고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펜션은 접고 현재는 전업 작가로 글을 쓰고 있다. 장편 소설을 퇴고했으나 출판사와의 자존심 문제로 직접 독립출판사 차려 출간 예정이란다. 이제는 제주에서 생활을 접고 이사할 계획이란다. 조만간 소주 한 잔 마시기로 하고 나왔다.

제주 현대미술관 옆에는 두루치기 잘하는 집으로 갔지만, 가정 사정으로 12월 초까지는 휴업이란다. 조금 떨어진 신창으로 이동했다. 면사무소에 주차 후 인근에 있는 붉은색의 건물인 신창두루치기 집으로 들어갔다. 주꾸미 흑돼지 두루치기 2인분에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특히 주방장이 직접 나와 두루치기 불 쇼를 선보인다. 두루치기 고기는 물론 반찬 등 만점을 주고 싶다. 다음에 이곳에서 다시 한번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마시며 맛보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주인장께 인근 카페를 추천해달라 했다. 근처에 4분의 2라는 카페가 있단다. 제주 본래의 작은 옛집을 재생한 카페로 젊은 친구들이 정말 친절하다. 아내는 유자차를,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했다.

 

특히 유자차는 주인장이 직접 나와 설명과 함께 마시는 방법까지 설명한다. 3분짜리 모래시계를 두 번 내려질 때까지 기다린 후 마시란다. 달지는 않지만, 맛과 향은 깊고 그윽하다. 카페 내부는 물론, 외부도 단아하고 담백하게 단정했다. 젊은이들이 계속 들어왔다가 마시고 사진 찍기를 반복한다. 방문 기념으로 또는 추억을 남기기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필사 도구 등도 비치했다. 글을 쓰고 쓴 글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작지만 멋지고 소박한 카페다. 

 


신창 마을 주변과 해안가를 산책했다. 산책 중 '카페 잡화점 제주'를 발견했다. 젊은 친구들로 가득하다. 앞서 커피 마시지 않았다면 또 마시고 싶다. 멋진 사진을 위해 젊은이들은 해안가 등을 배경을 사진을 찍는다. 여기도 다시 와야겠다. 

 


카페를 나와 이동하는 데 뜻하지 않게 책방을 발견했다. ‘책은선물’이란 책방으로 낡은 건물에 공간도 좁다. 책방을 방문하면 책 한 권 구입은 필수다. 나는 삭면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책을 구입했다. 이 책방은 고산에 있는 ‘무명서점’ 주인이 운영한단다. 신창에 있는 풍차 해변에 주차 후 해안가 산책길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다섯 시 조금 안돼 차귀도를 지나 수월봉으로 이동했다.

 

도로변에 주차 후 걸어서 수월봉으로 올라갔다. 일몰이 지기 전이라 많은 사람이 난간 등에 기대어 있다. 구름이 끼어 있어 풍광은 어제만 못하다. 차귀도의 풍경은 볼만하다. 어두워지면서 차귀도 앞으로 이동했다. 장노출 사진을 찍을까 했다. 조금 늦은 듯했다. 이미 해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고, 구름도 검푸르다 보니 상상했던 장면은 그른듯했다.

 

고산에 있다는 '무명서점'으로 이동했다. 신창에서 점원 말로는 일 층은 막고기 집이 있고, 서점은 2층에 있다는데 이미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일곱 시 넘어 산방산 인근에 있는 ‘올레마당’이란 식당으로 이동했다. 전복성계미역국이 유명한 맛집이다. 원래 생선구이가 전문이자만 전복 두 개와 성게알이 들어간 미역국을 주문했다. 숙소로 이동한 후 샤워를 하고 나서 또 맥주 한 잔을 마셨다. 하루가 또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