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주일에 한 번 미술관

[천안여행][천안구경][아라리오갤러리] 예술은, 삶 속에서 우리를......

by 이류음주가무 2022. 7. 4.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머리를 쾅하고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와 ‘조각공원’을 관람하고, 5월 31일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놋그릇과 요리 도구 등을 수집해 마치 거대한 버섯구름을 닮은 형상으로 제작한 인도의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조각가의 ‘통제선(Line of control)’이란 작품을 관람 후 떨리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소감을 발표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때는 인간을 위해 빛나는 순간이 있었지만, 쓸모를 다한 요리 도구는 지금은 거대한 조각 작품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서 있다. 하찮던 오브제를 소재로 사회적 문제를 담아 표현하고, 그 오브제에서 숭고함까지 느껴지니 당연히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일 터다. 

문화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천아트도슨트’ 동아리 회원과 함께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전시하는 <13번째 망설임(The 13th Hesitation)>과 천안시외버스터미널 주변 광장에 설치된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시외버스를 타고 간다면 좋겠지만, 이천에서 천안으로 운행하는 버스는 없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이겨라’ 하며 흔들어대는 응원 수술처럼 이팝나무 꽃이 하얗게 핀 봄날이다. 출발지는 문화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오랜만에 이천을 벗어나 미술관으로 떠나는 현장 수업은 여행 분위기를 내며 모두를 설레게 했다. 

동아리 총무가 준비한 간식을 차량마다 나눠주고 모두 차에 타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혼자 방문했었지만, 회원 대부분 처음 찾는 미술관이라 궁금하면서도 들뜬 분위기였다. 

천안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차 안에서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회화와 조각 등 미술은 잘 모르지만, 관심은 있었다며 한 마디씩 말한다. 어떤 표현에서는 감탄사가 나오기도 한다. 책으로, 머리로만 배운 결과다. 예술은 지식으로 감상하는 장르가 아니다. 물론 도움은 된다. 예술은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가슴이, 감정과 감각이 이는 대로 솔직한 표현과 느낌이 중요하다. 작품 하나에 정해진 하나의 감정이나 느낌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

예술을 주제로 재미있게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가 운행제한속도 60㎞를 훨씬 넘겨 경고음을 듣고서 아차! 했지만, 다행히(?) 과태료 통지서는 날아오지 않았다.

천안에 11시에 도착했다. 주차 후 아라리오 갤러리로 모였다. 제주 아라리오갤러리의 규모나 컬렉션 등을 보고 경탄했지만, 천안도 마찬가지다. 특히 갤러리 입구에 선 YBA 대표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찬가(Hymn)’와 ‘춤추는 예수’라는 작품은 명성만큼이나 충격적이다. 절대로 부패하지 않는 인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죽음을 망각하고 있는 인간을 표현했다는 ‘찬가’는 현재 백억 원 이상 간단다. 아이들에게 인체의 장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제작된 모형을 확대해 만들어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지만, 미술사에 등장하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광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부럽다.

 


두 사람의 신체를 출입문 사이에 두고 안과 밖, 공간의 관계를 표현한 ‘반영(Reflection)’은 작가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한 회원의 꼼꼼한 관람 덕분에 그가 ‘북쪽의 천사’란 대형 조각으로 쇠락하는 도시를 성공적으로 재생시키고, 주민에게는 큰 자부심을 주는 등 공공미술의 큰 전기를 이룬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임을 뒤늦게 알았다. 

 

터너상을 수상한 그 작가는 이천과도 인연이 깊다. 2005년 제3회 세계도자비엔날레 때 15cm 크기로 제작된 점토 인형 1만 9천 개로 구성된 작품 ‘아시아의 땅’을 이천 주민 50여 명과 함께 세계도자센터 전시관에 설치했단다. 누군가가 그때 함께했다면 18년 전 그가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라는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그때 추억을 흐뭇하게 되살릴 터이다. 

아라리오갤러리의 흰 벽면에 걸린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호기심을 가지고 보고 또 보았다. 마음을 끄는 작품은 한 번 더 감상하면서 예술세계로 발걸음을 더 다가갔다. 작은 목소리로 서로의 느낌도 교환했다.

 

‘아라리오갤러리’를 나와 백화점 광장과 터미널 주변 조각공원을 둘러봤다. 설치된 작품은 명성이나 볼륨만큼 우리를 압도했다. ‘데미안 허스트’나 ‘수보드 굽타’는 물론, ‘키스 해링(Keith Haring)’, ‘문신’, ‘성동훈’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작가의 조각 작품이 즐비하다.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공감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준비한 그룹전, 또한 조각광장의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는 반성을, 누군가는 희망을, 누군가는 위로를, 또 누군가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물론 감상 결과를 회원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발표 시간이 주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주어진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과거를 기억하고, 결과를 지역과 연계하면서, 나와 시민과의 공동체 속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를 또 배웠다. 예술은 어둠 속의 빛처럼,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그려주고 채워주는 새로운 밥그릇이 아닐까.(2022.5.17.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조각광장을 관람하고서)

(*이천아트도슨트<회장 류봉열)> 매년 강의 및 현장 학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사적 지식과 예술적인 감각을 배우고 익혀 일상의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이면서 시민과 대화하며 예술적인 공감대를 확장하고자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강사를 섭외하면서 예술 학습을 하는 동아리이다. 올해도 ‘예술, 삶 속에서 빛나다’라는 주제로 12주 동안 미술관, 조각공원, 공방, 아트페어 등 물론, 서양미술사와 한국 현대미술을 주도했던 거장들의 작품과 일생을 현장 탐방과 이론 학습 등을 병행하고 있다.)

 

 * 이 글은 이천문화원 웹진 따사로이 여름호에 게재됐습니다.

 

위치 / 천안시 동남구 만남로 43

운영 / 11:00 - 19:00(휴관 /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 휴점일)

입장료 / 일반인 3,000원 / 학생 2,000원

   * 현재 씨킴(CI KIM) 작가의 열세 번째 개인전이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