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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풍경3

걷다 보면, 풍경 걷다 보면, 풍경............... 2021. 9. 1.
[이천소식] 산촌리 고추가 붉어지면... 용광로 불덩이 같고, 끓는 가마솥에서 뿜어져 나오던 열기도 차차 누그러지는 시절입니다. 거칠고 딱딱했던 매미소리는 제짝을 찾고나서 수명을 다했던지 한 낮에도 늦은 밤처럼 조용합니다. 된장 잠자리가 하늘에서 땅으로 비상하고 땅에서 하늘로 올를 때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지친 날개에 힘을 불어 넣어줍니다. 나이든다는 게 봄 오고 여름 지나 가을 오듯하고, 익어간다는 게 모진 풍파를 겪고,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짓듯이 계절은 소리없이 저만치 우리에게 손짓합니다. 나는 그냥 웃습니다. 2019. 8. 22.
어머님 집 처마에 매달려 있는 게 뭐지? 늦 가을, 강남으로 간다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 비어 있는 제비집. 그 앞 어머니 거친 손등처럼 갈라져 서까래에 걸려 있는 메주...... 상처난 빈 속을 보여주기 싫다며 투터운 담을 쌓았지만, 결국 편편히 유린 당해 굴비엮이듯 엮인 마른 조각, 그리고 그 그림자. 집안 구석 구석 보이는 낮은 담장에 걸쳐있는 붉은 장미 한송이. 꽃은 햇볕과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봄 여름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는 세월과 불화. 우유빛 속살을, 눈부시도록 붉은 속살을 숨겨야했던..... 지금은 퍼러럭 퍼러럭 소리내며 겨울 울음을 삼키는 종이꽃. 그리고 얼어서 검푸르게 멍든, 그래서 더 외롭고 쓸슬한 곳. 시골은 겨울로 깊어가며, 그래도 봄으로 향합니다. 201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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