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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와 성당을 찾아갔네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된 풍수원 성당을 찾아서

by 이류음주가무 2013. 8. 4.

여름 하루 휴가를 어디서  보낼까 고민하다가 횡성 풍수원 성당을 찾았습니다.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죠.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오락 프로그램에도 종종 비치는 곳이라 궁금했고, 아내나 딸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다음 지도를 검색해보니 고속도로보다 국도를 추천하더군요. 국도를 타면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장점도 물론 있지요.

 

여주 이포, 양평 단월을 지나 6번 국도를 타면 한 시간 걸릴 듯했습니다. 지리적인 공간감각이 뛰어나 아내로부터 종종 '베스트드라이버'란 평을 받는 저는 지도를 머리에 담고 출발했지요.

 

홍천 청운에서 6번도로를 타고 횡성 쪽으로 향했죠. 조금 가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횡성 시내, 우회전하면 양동 쪽인가 나오길래 직감으로 좌회전 해 횡성쪽으로 달렸죠. 그런데 바로 500m 앞에 풍수원 성당이 있다고 안내판이 나타나더군요. 역시 베스트 드라이버라며, ㅋㅋ.....

 

폐교 운동장의 주차장엔 관광버스와 승용차도 꽤  주차해 있더군요. 한 편에는 성당 신자분께서 운영하는 농산물 판매대도 있고요. 일부는 무인판매대로 운영도 하더군요.

 

천천히 성당으로 향했지요. 

약간 오르막 길, 성당의 작은 십자가도 보입니다. 성당 앞 거목이 우뚝 서 있어 전체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래된 풍수원 성당이 아름답게 서 있습니다. 고딕양식의 건물입니다.  

   

<풍수원 성당 >

1801년 신유박해 이후 1802년 혹은 1803년경 경기도 용인에서 신태보(베드로)를 중심으로 하여 40여명의 신자들이 8일동안 피난처를 찾아 헤매다가 정착한 곳이 바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앙촌인 풍수원이다. 풍수원에서 80여년동안 신자들은 성직자 없이 신앙생활을 영위해오다가 1888년 불란서 성직자 르메르 이 신부님을 맞이하여 정식으로 교회가 설립케 되었다. 1866년(고종 3년) 교회 대박해(병인년)와 1871년(고종 8년) 신미양요때 신자들이 피난처를 찾아 헤매던 중 산간벽지로서 산림이 울창하여 관헌들의 눈을 피하기에 알맞는 곳이라 사방으로 연락하여 신자들을 모아 한 촌락을 이루어 일부 화전으로, 일부는 토기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20년간을 지내다가 1888년 6월 20일 조선교구장 민대주교께서 본당을 설립하고 초대 주임신부로 불란서 르메르(Le Merre)이신부가 부임하여 춘천, 화천, 양구, 홍천, 원주, 양평등 12개군을 관할하였으며, 당시 신자 수는 약 2,000명이었고 초가집 20여간을 성당으로 사용하였다. < 정규하 신부님 > 1896년 2대 주임으로 정규하(아우구스띠노)신부가 부임하여 중국인 기술자 진베드로와 함께 현재의 성당 (벽돌 연와조 120평)을 1905년에 착공, 1907년에 준공하여 1909년 낙성식을 가졌다. 신자들이 벽돌을 굽고 아름드리 나무를 해오는 등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했다. 풍수원 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한국 최초의 성당이며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고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 출처 풍수원 성당 홈페이지 -

 

유럽의 성당보다는 규모는 미약하고, 화려하지는 않은데요. 그러나 우리 땅과 우리 정서에 알맞게 지어진 작은 풍수원 성당, 100년이 넘은 성당이지만 그 형태를 그대로 오롯이 유지해온 성당 앞에서 다만 숙연해집니다. 

성당안에는 여름신앙학교 학생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었고요.

 

성당 옆 그리고 뒤 그리고 '십자가의 길' 등을 둘러보며 렌즈에 담기 바쁩니다. 지나 가시던 수녀님께서 함박 웃음을 지으시면서 사진작가냐고 묻더군요. 그분들이 성당을 아름답게 담아 주신다면서요. 저는 그냥 웃었죠.

 

 

 

 

 

 

 

 

 

 

 

 

 

미사를 마친 여름신앙학교 학생들이 나가 성당안으로 조용히 들어 갔습니다. 

 

 

수녀님께서 뒷 정리 중에 계셨고, 제대 쪽을 향해 성호경을 그었죠. ㅎㅎㅎ

 

화려하지 않은 성당 내부는 오래된 성당과는 다르게 매우 단아하며 간결미 넘쳤습니다. 마음에 준비 없이 들어온 내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움이 들었고, 스스로 되돌아 보게 만드는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그 분위기나 느낌을 담을 수 있을까, 사진은 찍는 사람의 정신이나 사상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데 내가 담으면 그런 느낌이나 분위기, 믿음이 나올까 생각하며 조용히 나왔지요.

 

무더운 여름, 관람객들은 하나 둘 오래된 성당을 방문합니다.

때론 먼길을 떠나는 순례자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모녀도 다정히 내려옵니다. 

 

여름신앙학교 학생들은 성당을 떠나고 한 가족은 성당을 향합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오랜 세월을 그 자리를 지켜준 풍수원 성당을 찾고 떠납니다.

 

손 잡은 아내와 딸아이를 렌즈에 담습니다.

언제나 늘 그렇게 손을 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모녀는 성당을 내려옵니다.  

오래된 풍수원 성당은 더욱 푸르름 속에 묻히고,

마음에 여유와 믿음을 얻은 우리 가족은 배고픈 육신을 채우고자 횡성 시내로 달렸습니다.(2013.7.31.)

 

바로가기 풍수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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