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주일에 한 번 미술관

[고성여행] 고성 바우지움조각미술관, 건축물도 최고?

by 이류음주가무 2020. 8. 20.

고성 바우지움조각미술관, 조각도 건축물도 최고? 

강원도에는 괜찮은 미술관이 아주 많다. 다녀온 미술관도 상당하다. 며칠 전에는 고성에 자리한 한 사립 조각미술관을 다녀왔다. 바로 고성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이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현대 조각의 대중화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치과의사 안정모 박사와 조각가 김명숙 관장 부부가 2015년에 건립한 조각 전문 사립미술관이다. 바우지움은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 분위기 있는 커피와 작가들의 아트상품을 만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라고 홈페이지에 소개됐다.

 


 


바우지움조각공원의 건축 콘셉트(홈페이지 참고)를 보자.

 

울산바위를 넘어온 높새바람과 동해를 건너온 해풍은 울창한 송림을 사방으로 헤집는다. 채소를 경작하던 5000여 평의 밭에 미술관을 일구는 작업은 우선 바람으로 시작된다. 히말라야의 바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곳 역시 바람은 일상을 지배한다. 각 50평씩 세 동으로 구성된 건물을 담으로 이은 것은 나뉜 150평의 공간을 하나로 묶는 장치이고 또 그 사이에 바람을 잠시 멈추게 하는 것이다. 바람은 맞서기보다 함께하는 것이 편한 자연의 하나다.  

'바우지움'은 조각가인 주인의 컬렉션이 상설 전시되는 ‘근현대조각관’과 자신의 작품전시와 작업실을 겸하는 ‘김명숙조형관’ 그리고 특별전시와 큐레이터의 공간이 마련된 ‘별관’으로 이어진다. 10%의 건축으로 땅을 채우기 위해 펼친 공간은 모두 울산바위를 향한다. 비록 서향이지만 공간의 질서를 결정하는 항목에서 그것을 능가하는 조건은 따로 없다.  

땅을 셋으로 나누고 물과 돌과 풀로 마당을 만들어 10년 넘게 가꾸어온 주인의 거주공간과 이어지게 한다. 결국 넷의 영역이 만들어진다. 울타리-담은 공간을 일으키는 주제가 된다. 길이와 높이가 다른 담을 여럿 세우고 겹치고 꺾이는 곳에 지붕을 얹어 집을 꾸민다. 담의 어딘가에 지붕이 있을 뿐 건물의 형태는 따로 없다. 조형을 담을 공간에서 건축은 나서지 않는다.  

매끈한 담이 아니라 허름한 담을 만든다. 거푸집에 돌을 깨어 넣고 콘크리트를 부으면 서로 얽혀 굳는다. 계획된 의도보다 물성과 경우의 수가 빚어낸 우연의 결과는 결국 필연으로 간다. 조각으로 나타나는 조형이 다듬어진 필연의 결과라면 건축은 그 반대의 과정을 시도한다. 내용에 봉사하는 방법이기도하지만 그런 명분이 아니어도 그것으로 그만이다. 

허름한 담 안에 벽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기 위해 쇠로 만든 틀을 걸친다. 담은 그저 담이지 벽이 아니다. 다만 겹쳐 보일 뿐이다. 방수와 단열을 갖춘 지붕과 벽은 자립해 벽에 기대고 있거나 떨어져 있다. 걸어야하는 그림과 달리 조각은 바닥에 노이는 것이니 벽은 자유다. 사이를 두어 빛을 들이고 창이 되어 안과 밖을 잇는 풍경을 만든다. 창에 비치는 수면에는 소나무와 울산바위가 바람과 함께 내려와 담긴다.  

땅이름 원암리(元巖里)는 말 그대로 바위를 깔고 앉아있다. 울산바위가 솟아오를 때 굴러 내렸을 누런 돌들이 야외 전시장의 풍경을 만드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대관령 터널 공사장에서 걷어온 쇄석과 원암리의 돌덩이가 어울려 ‘돌의 정원’을 만들고 그래서 바위로 지은 미술관의 이름 ‘바우지움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 바람이 담의 돌 틈에 흙을 싣고 풀씨를 심어 초록을 피울 것이다. 그렇게 건축이 되려고 한다. <아르키움 김 인철>  

 


방문한 날, 비가 제법 내렸다. 바람도 세게 불었다.  


주차 후 조각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나무 아래에 보랏빛 맥문동이 곱게 피었다.

 

아직도 수국은 수줍게 피어 있어 바람에 흔들린다. 담벼락 같은 건물은 거친 바위를 닮았다. 과연 여기가 조각미술관 입구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몇 걸음 옮기니 출입문이 보이고, 세로로 길게 세워진 바우지움이란 스테인리스 조각 작품이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청동 조각상 오른쪽으로 입장했다. 입장료는 9천 원으로 전체 관람을 끝내고, '카페바우'에서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단다. 

 


관람 순서에 따라 먼저 '근현대조각관'으로 입장했다.

 

주로 우리나라 1세대 조각가들의 전시공간이란다. 공공미술로 야외나 건물물과 함께 세워진 조형물과는 그 크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마치 거실이나 방안 공간에 둘 소품 같다. 주로 실내 공간에 전시를 목적으로 제작했으리라. 특히 그동안 궁금했고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작가의 균형 잡힌 작품 두 점도 보았다. 제1세대 작가로 평가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이천에서 활동하다가 여주로 이사한 '강신영' 작가의 작품도 전시됐다.

 

유리창을 통해 보는 '물의정원'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가 내려 고요했으면 좋았을 물결이 일렁였지만 자연스럽고 또 여유롭다. 

 

 

'돌의정원'을 관람한 후,  '김명숙조각관'으로 향했다. 

 

대부분 인체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 형상이 무척 재미있고 또 익살맞다.

 

여체의 엉덩이나 허리, 다리 부분을 과하게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형태로 제작했으며, 일부는 토르소로 제작한 조각 작품도 보였다. 핑크 로라 대리석 등 재질인 돌의 종류도 다양함을 느꼈다. 한동안 주장한 '미술품 한 집 안 한 점 걸기 또는 전시' 정도로 작품을 소장했으면 하는 욕구가 생긴다. 

 

 

'잔디정원'도 건물 외벽을 특히 강조한 느낌이다. 잔디의 부드러움과 건물의 거침이 충돌할 수도 있는 분위기지만 자연스럽다. 일부 작품도 '잔디정원'에 전시했지만 여백을 충분히 살린 느낌 있는 배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외벽 사이를 지나 '물의정원'과 '소나무정원'으로 나갔다. 

 

 


 

'소나무정원'에는 갈색 계통의 둥근 바위들이 원래 있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형상으로 모여있다. 거기서 '물의정원'과 조각미술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멋진 장면이 나온다. 바람과 비로 물이 흔들려 반영을 잡기에는 좋은 날은 아니지만 바위와 건축물이 자연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미술관이다.

 

'소나무정원'에도 다양한 조각품을 배치했다.

 

철이나 스테인리스, 청동, 대리석, 시멘트 등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 소나무들과 조화를 이룬다. 마치 소나무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느낌까지 든다. 

 

 

날씨가 좋았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을 달래며, 출구 방향인  '테라코다정원'으로 나왔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은 미술관이라 맑은 날이면 더욱 아름다울 텐데 말이다. '테라코타정원'에는 기도하는 모습, 생각하는 형상 등이 넓고 경사를 이룬 공간과 잘 어울린다. 특히 테라코타 작품과 수국, 미술관 벽체 등을 배경으로 인생사진 한 장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한 시간 반 정도 감상 후 나오니 정말 아쉽고 서운하다.

 

좀 더 여유롭게 천천히 관람했으면, 날씨도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비가 오는 날도 운치가 그윽하긴하다. 계절별로 네 번 정도는 와야 제대로 감상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또한 세 시간 정도는 여유를 두고 찬찬히 그리고 사유하며 감상할 조각미술관이다. 

 

 


 

아트숍 옆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즉 기획전시실에 들르니, '2020.여름 김선영 ​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김명숙 관장님같다. 그분께서 특별히 전시작품을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특별한 조각상이 있다.  오스트리아 민렌도르프 포도밭에서 발견했다는 '밀렌도르프 비너스' 형태와 비슷한 작품이다.

 

 

 

조각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밀렌도르프 비너스' 형상을 확대하면서 '마를린 먼로'의 옷을 입힌 형태의 작품이다.

 

'밀렌도르프 비너스' 상은 구석기시대에 제작된 조각으로 인간이 생존에 두려움을 느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액맥이(부적)처럼 제작한 아주 작은 조각품이다. 손에 쥐고 다닌 수 있는 크기 정도로 11.7.cm정도란다. 그런데 작가는 이와 반대로 크기를 확대하고 비싼 옷(메릴린 먼로가 착용했던)을 걸치게 조각함으로써 현대인의 어떤 물질적인 욕망 등을 표현했다고 한다. 전시장 전체적인 작품 모두가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러고 나서 신에게 어떤 용서를 비는 이중적인 군상들의 심리를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번 미술관을 갈 때마다 미술관 내 아트숍을 반드시 찾는다. 아쉽지만 사고 싶은 소품이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 '카페바우'에 가서 입장권을 보여주고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가격 차이가 나는 다른 차를 마신다면 그 차액만큼 지불하면 더 고급진 차를 마실 수 있다.  

 

 



'바우지엄'은 강원도 사투리인 '바우(바위)와 뮤지엄'을 합성한 이름으로 조각 전문 사립미술관이다.

 

한 개인이 자연과 조화롭게 자연인 양 미술관을 건축하고,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최소한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번씩은 찾아야 할 미술관으로 기억하고 싶고 또 추천하고 싶다. 행복한 하루였다.

 

2020. 8. 6. 찍은 사진입니다.

 

 

위치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 3길 37

휴무 / 매주 월요일 휴관(다만, 하계휴가 기간 중  8 17일 월요일은 특별히 개관)

관람시간 / 10:00 ~ 18:00 / 입장마감 17:30(단, 12, 1, 2월 동절기에는 17:00 입장 마감)

바로가기 / 바우지움조각미술관

 

홈 | Bauziumm

_MG_7505-2바우지움-1_MG_6942바우지움-12바우지움-18 ©바우지움조각미술관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길 3길 37  / WONAMONCHUN 3 GIL 37 TOSEONG-MYUN GOSEONG-GUN GANGWON-DO SOUTH KOREA  /  TEL. +82 33 632 6632 

www.bauzi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