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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와 성당을 찾아갔네

[성지순례][디딤길][디딤길제2-2코스][손골성지] 손골성지에서 하우현성당을 걷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7. 6.

어제, 그제 이틀 동안 잠을 설쳤다. 어제는 잠자기 전에 어깨 통증을 완화해 주는 약까지 먹었지만 소용없다. 다행히 간간이 설핏 잠이 찾아온 기억은 난다. 아침은 김밥이다. 나는 김밥을 먹기 전에 가방에 얼음물과 냉커피를 준비했고, 요셉피나는 김밥을 준비했는데 얼굴에 땀이 흥건하다. 김밥을 먹고 차를 몰고 손골성지로 향했다. 지난밤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고민했지만, 저녁 약속도 있어서 차를 손골성지 주차장까지 몰고 가기로 했다.

 

디딤길 제2코스는 수리산성지에서 하우현성당을 경유해 손골성지까지 이르는 31.2킬로미터 중 손골성지에서 하우현성당에 이르는 13.8킬로미터를 걷는 일정이다

토요일 아침, 강원도 방향은 차가 거북이처럼 천천히 운행하지만, 반대편 수원방향은 시원하게 달린다. 북수원을 빠져나와 광교를 지나 처음 가는 길로 들어선다. 터널을 지나서 좌회전 후 좁은 마을 골목길을 지나니 그 끝에 손골성지가 있었다.

 

손골성지는 수원시와 용인시에 걸쳐 있는 광교산(光橋山, 582m) 기슭,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로 437번 길 67에 있다. 원래 손골 성지에는 교우촌이 있었다. 교우촌은 천주교 박해시기 박해를 피해 신자들만이 모여 살던 작은 마을을 말한다. 손골 교우촌은 현재 ‘손골 성지’라고 불리는데 이곳에서는 프랑스 선교사로 병인박해(1866년) 때 순교한 도리(Dorie, 金, 헨리코) 성인과 오메트르(Aumaitre, 吳, 베드로) 성인 두 분을 특별히 기념한다. 아울러 박해시대 손골 교우촌에서 살았던 순교자들과 신앙 선조들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계곡에는 맑은 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다. 이 비로 성지 일부가 훼손되어 신부님께서 복구하느라 고생하셨다고 미사 시간 강론 중에 말씀하신다. 하늘도 맑고 구름도 큰 모양을 이루며 성지 위를 떠가고 있었다.

미사를 마치고 성모상과 십자가상 앞에서 기도를 드린 후  출발지점인 14처로 이동했다. 지난 비로 길은 약간 험하지만 걷는 데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14처에서 인원점검 겸 묵상을 한 후 12시에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시원하다. 오늘 낮 기온이 34도라 시원한 물소리에도 땀은 비 오듯 쏟아진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30여 분 올라갔다.

 

테이블에 앉아 재미있게 점심을 먹었다. 누군가는 샌드위치를 또 누군가는 주먹밥을, 연두는 김밥과 과일을 준비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일행과 먹어도 서먹하지 않다. 서로 먹어보라고 맛보라고 권하면서 바람도 불지 않는 광교산 자락에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올랐다. 직진하면 광교산 정산이 나오지만 우리는 그 오른쪽 아래로 내려왔다.

 

숲길은 걷기에 참 좋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아름답다. 그 끝에 '산사랑'이란 식당이 나오고, 길가에는 동네 어르신이 장만한 오이, 감자, 대파, 토마토 등이 손님을 기다린다. 산에 오른 후 내려오면서 사가는 시장 장터 같다.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참 재미있는 동네다 싶었다. 고분재를 넘어 바라산 휴양림을 넘어간다. 그 앞에 쉬면서 간단히 서로의 인사도 나누었다. 중간중간 계곡의 물소리가 경쾌하고 시원하다. 계속 옆으로 산을 다 내려오니 마치 신세계가 펼쳐지듯 새로 조성된 도시가 보인다. 다리 아래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남은 거리는 약 4킬로미터가 조금 넘고, 한 시간 조금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 하우현성당이 나온다.  지나가는 말로 편의점 앞에 서면 시원한 물이라도,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었으면 좋겠다 했더니 이 지역을 잘 아시는 자매님 한 분이 옆에 편의점에 있다고 달려가신다. 그런데 알고 있는 편의점이 오늘 문을 열지 않아 찾느라 시간이 걸렸단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봉투에 물, 커피, 아이스크림을 잔뜩 들고 오셨다.

 

박수 소리가 다리 아래를 흔들었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기뻐하시는 자매님의 모습이 선하고 아름답다. 기회가 되다면 무엇이라도 은혜를 갚고 심은 심정이다.

 

다시 하천길을 따라가니 백운호수가 나온다. 호수의 물은 지난 비로 구정물이지만, 오리 몇 마리가 더위를 무릎 쓰고 호수 위를 평화롭게 다닌다. 호수가 논에는 벼가 익어간다. 미루나무에 걸린 구림이 더없이 풍요롭다.

 

호수를 지나 큰 도로를 지나 다시 하천길을 따라 걷는데 갈증 나고 덥다. 아까 마신 커피가 더 갈증을 유발하는 듯하다. 능소화를 지나 접시꽃 가득 핀 도로를 건너 터널을 통과해 우회전하니 드디어 하우현성당 400m란 표지가 보인다.

 

‘다 왔구나’ 생각했지만, 그 400m는 왜 그리긴 지 지루하고 힘들다. 걷고 걸어 드디어 하우현성당에 도착했다. 오후 4시 30분이다. 13.8㎞에 4시간이나 걸렸다. 산을 넘고 또 넘었으니 시간당 3킬로미터 조금 넘게 걸은 셈이다. 하우현성당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니 살 것 같다.     

 

어제 설치한 '카카오택시 앱'으로 손골성지를 입력하고 호출하니 운 좋게 바로 접속이 됐다. 알고 보니 그 가사님은 손님이 없는 상태에서 의왕에서 차고지인 용인으로 가는 중에 톡을 보셨다. 우리는 기적이고 그분은 행운이다. 손골성지에 도착해 차를 몰고 이천으로 오는데 기분이 왜 그리 좋은 지 모르겠다.  

 

< 순례개요 >

- 일시 / 2022.07.02. 12:00 - 16:30

- 구간 / 손골성지 - 하우현성당 13.8km 디딤길제2-2코스

 

손골성지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로 437번길 67

순례미사 / 화-토 오전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