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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와 성당, 나를 찾아서

[성지순례][디딤길] 미리내성지에서 송탄성당까지 걷다(2023.12.7)

by 이류의하루 2023. 12. 21.

미리내성지에서 송탄성지까지 디딤딜 제13-1코스 27.1KM를 6시간 10분 동안 걸었다.

 

오늘은 미리내성지에서 송탄성지가지 걷는 날이다. 다른 디딤길 코스보다 다소 거리가  길다. 아침에 조금 일찍 출발했다. 미리내성지에 주차 후 송탄성지까지 순례 후 카카오 택시를 호출해 탈 예정이다.  

 

오늘은 출발부터 기분이 조금 어그러졌다. 이천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3차선은 2차선으로 바뀐다. 그때 측면을 보고 운전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연두가 거울을 본다고 거울을 내렸다. 잠깐 동안이다. 그때 측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전운전을 위해 다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연두의 손을 툭 쳤다.

 

둘은 다소 언성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조금 지나면서 다시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덕평휴게소를 지나는데도 아무 말이 없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차 한잔을 마신다. 운전할 때 졸음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시원한 커피 한잔을 먹고 싶었는데 말이다. 빈 밀이라도 차 한잔 살까 하고 제안을 할 줄 알았는데 연두는 침묵이다. 

 

양지IC를 나오자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나는 습관상 차가 막히면 운전이 힘들고, 간혹 졸기도 한다. 커피 한 잔 마시면 정신 차리고 운전할 수 있는데 막히니 하품이 나오고 졸리다. 45번 국도 역시 차가 막혔다. 피곤했다. 

 

아홉 시에 미리내 성지 앞에 도착했다. 그 넓은 주차장에 차 한 대만 덩그러니 있다. 주차 후 성지로 들어갔다. 스탬프 있는 곳까지 갔다. 주모송을 바친 후 스탬프를 찍고 걷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오늘은 침묵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연두는 말없이 걷는 나에게 계속 화가 났느냐고 묻는다. 연두의 물음은 계속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그래도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몇 차례 의견이 상충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가능한 한 말을 아끼려고 노력했다. 화가 나서 그런 건 아닌데 자꾸 연두는 그 소리를 반복했다. 

 

길은 대부분 평지였다. 하천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침묵을 유지하면서 여섯 시간이나 걸려 송탄에 도착했다. 카카오택시를 부르는 5분 안에 도착했다. 택시는 미리내성지를 향해 과속으로 질주했다. 시골길이라 방지턱이 상당했다. 연두는 속이 울렁거렸나 보다. 

 

미리내성지에 도착해서 차에 짐을 넣은 후 집으로 향했다. 출발하는데 근처에 멋진 카페가 있다고 했다. 차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테이크 아웃하기엔 아까운 장소라며 그냥 가자한다. 그 말이 또 섭섭했다. 이내 말이 없었다. 용인을 지나는데 도로는 밀리고 갈증은 심했다. 네비까지 지름길이 아닌 다른 길로 안내하는 듯했다. 잘 걸었는데 오늘은 상황이 계속 어긋났다.

 

그래도 순례는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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