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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와 성당을 찾아갔네

[성지순례][디딤길] 산북성당에서 여주성당까지 걷다.(2023.11.9)

by 이류음주가무 2023. 12. 21.

산북성당에서 여주성당까지 디딤길 제7-2코스 32.6km를 7시간 50분 동안 걸었다. 가장 길었고 또 오래 걸었다.

 

오늘은 디딤길 중 가장 긴 산북성당에서 여주성당까지 걷는 날이다. 아침 일찍 출발했다. 경강선 곤지암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산북으로 향했다. 버스가 가는 길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길이고, 산을 넘는 구불한 도로라 차는 몹시 흔들렸지만 연두와 나의 각오는 흔들리지 않았다. 

 

산북성당은 작지만 아름답다. 

 

산북성당에서 8시 10분경 출발했다. 면소재지를 지나 하천을  따라 걷는다. 하늘은 다소 흐렸고,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곧 몸은 따듯해지기 시작했다. 산북을 지나는 하천 주변은 다소 산만했다. 공사진행 중이어서 소음이 났고,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있다. 걷다 보니 도시지역을 제외한 시골지역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산으로 돌러 쌓인 지역에 도로가 나 있고 하천이 흐르다 보니 주변에 전원주택이 많다. 자동차로만 지나쳤던 마을이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살기가 참 좋은 마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북에서 흐르는 하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세월리를 지나 남한강으로 진입했다. 이제 하늘은 맑고 구름도 높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달리는 사람 등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주의 가을 하늘처럼 맑고 여유롭다. 

 

이포보를 지나 천서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유명한 흥원막국수집이다. 땀을 흘렸으니 맥주 한 잔 빠지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가득하다. 

 

점심 후 다시 남한강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은 대부분 직선이지만 주변 풍경을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산수유열매가 붉게 달려있어 몇 개 따서 입에도 물어봤다. 은행잎이 곱게 물들어 떨어진 곳에서 연두를 모델로 사진도 찍었다. 

 

여주보를 지나 세종대왕릉 뒤편에는 마른 수국이 즐비하다. 사진을 찍으면 근사하게 나올 장소인데 내가 왜 몰랐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중간중간 연두가 발에 고통을 호소한다. 걱정이다.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는 일이 목표다. 이대로 순례길을 걷는다면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작은 우려도 일어난다. 트레킹화가 결함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대보다 너무 많이 걸어서 발생했는지 지켜봐야겠다. 어쨌든 다음에는 일주일 동안 매일 20km를 걷는 연습을 해야겠다.

 

여주성당에 도착해 스탬프를 찍고 순교자터로 향했다. 잠시 묵상하고 버스를 타고 경강선 종점인 여주역에서 전찰을 탔다. 전철은 내 고향을 지나 부발에 도착했다. 

 

세월리에서 여주 시내까지 걷는 길은 참 좋았다. 다음에는 달려보고 싶다. 여기 달리는 목표를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