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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와 성당, 나를 찾아서

[성지순례][디딤길] 요당리성지에서 남양성모성지까지 걷다(2023.12.19)

by 이류의하루 2023. 12. 23.

오늘은 <요당리성지>에서 <남양성모성지>까지 디딤길 제14코스 25.1km를 5시간 50분 동안 걸었다.

 

지난해 <아미동성당 본당설정 25주년> 기념으로 우리 부부는 천주교수원교구 도보순례길인 디딤길을 걷기로 약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 걷는 순례코스를 제외한 모든 길을 함께 걸었다. 디딤길 도보순례 마지막 코스로 제14코스인 요당리성지에서 남양성모성지까지 걷는 날이다.

 

당초 21일 걷기로 약속했다. 그날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밀려온다는 기상청 예보를 어제 들었다. 예보를 듣고 내일(12.19.) 걷자고 변경했고, 오늘 아침 서둘러 요당리성지로 출발했다.

 

요당리성지까지는 약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서둘렀다.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바쁘더라도 덕평휴게소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했다.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 차를 몰면서 한 모금씩 마시며 요당리성지로 달렸다. 오산 인근을 지나니 고속도로는 병목현상이 나타나 조금 막혔지만 도로 상황은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아홉 시 넘어 요당리성지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어제 눈이 내린 뒤라 성지는 조용했고, 흰 눈이 반짝거려 성지가 눈이 부셨다. 때마침 구름 위로 해가 밝게 비추고 있었다. 눈이 하얗게 덮인 요당리 성지는 아름답고 성스러웠다. 본당 앞에 서서 주모송을 바친 후 출발했다.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저온에 대비하여 단단히 준비했기 때문에 걷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걷다 보니 날씨는 계속 푸근해졌다. 화성 지역은 어딜 가나 공장이나 창고가 지천이다. 화물차도 많이 지나다닌다. 계획적으로 개발하고 건축한 공장이나 창고가 아니라 산만하다. 

 

두 시간 넘게 걸었다. 12시를 넘겨 향남읍에 도착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만둣국을 하는 식당이 보였다. 밖에서 보기엔 사람들이 없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님은 가득하다. 우리는 떡만둣국과 칼국수를 주문했다. 반찬은 싱싱하고 간이 적당해 맛있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식사를 마치 뒤 인근 <달보드레 카페>에서 냉커피 한 잔 주문했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카페 안을 살피니 한 의자에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있다. 고양이 몸체가 크고, 고고하며 품격이 있어 보였다. 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매력적인 고양이는 사소한 반응도 없이 당당하면서도 잠잠하다.

 

차 한잔을 받아 들고 나왔다. 천천히 도로변을 걸으며 커피를 마셨다. 농로를, 하천 둑길을, 산길을 따라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었다. 날씨는 걷기에 더없이 푸근해졌고 좋아졌다. 걷다 보면 일부 구간은 정말 위험한 도로가 있었다. 한 뼘의 인도조차 조차 없는 도로였다. 조금 우회를 하면서 걷는다면 될 듯싶다. 

 

화성 시내로 들어섰다. 그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많은 눈은 아니었다. 마치 우리 부부의 완주를 축하해 주는 듯 내렸다. 남양성모성지에 도착하니 세 시가 조금 넘었다. 연두랑 힘차게 하아파이브를 한 후 기도했다. '오늘도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였고, 순례 기간 중 내내 감사했습니다'라고 말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수원교구도보성지순례길 도보순례가 끝났다. 당초 계산한 거리는 약 422km였다. 우리가 기록한 기록을 보니 419km다. 더 걸었다고 할 수도 있고 덜 걸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 가능한 한 지정된 길을 걸었다. 

 

남양성모성지를 나오면서 스티커를 부착한 후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요당리성지까지는 삼십 분 정도 소요됐다. 택시비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집으로 오늘 길에 이천 시내에서 아귀찜을 포장 주문했다. 집에 도착해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우리의 완주를 다연이와 함께 자축했다. 오늘도 참 좋았다.                         

     

 

2023.12.19 .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