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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시골집, 올해에도 제비집이 생길까

by 이류음주가무 2011. 2. 14.

이곳이 내가 태어난 집입니다. 여기서 20년을 살았죠
고등학교 졸업하고 1년 동안 농사까지 지었으니까요


몇 차례 보수를 해 지금 모습인데요.
아직도 여기 저기를 보면 그 옛날 흔적이 남아 있네요.


전기는 1975년 아버지께서 리장을 보시면서 처음 들어왔죠. 우리 집이 제일 먼저요. 일종의 특혜랄까요.
문패도 그대로 있는데요. 돌아가셨어도 늘 계신듯 해서요. 저 집이 있는 한 주욱 걸어 놓을 작정입니다. 
그 당시에는 버스도 없어서 다른 동네까지 가야만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앞 마당이 종점이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랄까요.


참 그거 아세요. 저희 동네가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과 하지원이 혼인신고를 하면서
거주지를 적은 곳이 바로 저희 동네인데요. 바로 여주군 능서면 용은리....  
시골 노인들은 그런 거 전혀 관심없더라구요.

지금부터 우리 집 입장하겠습니다.   


옛날 아버님께서 농사를 일년동안 지으면서 움직인 거리, 하루 일한 시간, 소요된 비용, 소득, 또 막거리를
얼마나 드셨냐 등등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록했는데요. 그 조사대상이었습니다. 10년전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문패와 함께 남아있네요

  
대문을 들어서면 제비집이 몇 개가 보이죠. 다른 집과는 달리 제비집이 유난히 많았거든요.
길가, 전기줄 아래, 그리고 논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가봐요.  다 좋은 데 그 제비똥이 좀 거시기 했죠.


울 집 화단인데요. 지금 겨울이라 황량합니다만. 울 엄마가 워낙 꽃을 좋아하셔서
여름 가을이면 채송화, 봉숭아, 과꽃, 백일홍, 해바라기 등등 대단하죠.
빨래 찝게는 겨울이라 제 구실을 못하고 있네요...

  
소우리 였는데요. 소 한마리가 살던 곳이죠. 여물통이 있고, 소죽을 퍼다 주고,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모습 눈에 선하네요. 또 소똥도 치워야 했고요. 
지금은 울 엄마 전용 전동차 주차장입니다. 각종 연장도 자리잡고 있죠.

  
장독대인데요. 그야말로 울 엄마의 손 맛이 올 곳이 배어있는 곳이죠.
여기 저기 금이 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장맛은 아직도 최곱니다.

   
울 큰 형이 새로 설치해 놓은 솥인데요. 주로 어죽을 해 먹는 곳입니다. 여주 강가에서 민물고기를 사다가,
아니면 동네 앞 양화천에서 피라미를 잡아다가 푹... 아시죠. 그 어죽....


감나무.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이웃집 아줌마께서 주셔서 잘 먹고 있는데요. 해걸이도 잘 하고, 추운 겨울이면 얼어 죽었다가 다시 싹터 자라길 반복하는데 올해는 먹기가 글렀겠죠.
까치나 참새 밥 한 두개는 늘 걸려있었는데요.


우리집에서 가장 신성한 곳. 추수가 끝나고 떡을 해 먹을 때는 항상 정중히 한접시 먼져 놓고 빌죠. 
지금도 이곳은 함부로 대할 수 없고요 .지날 때마다 우리집 무사안녕을 빌곤 한답니다. 


처마로 눈 녹아 물이 떨어지면 그러다가 얼어버린 고드름. 사실 저 처마 지붕 아래 그러니까 초가지붕 시절엔 참새가 살던 곳인데요. 한 밤에 후랫시, 그당신에는 덴찌라고 그랬던거 같은데요. 친구 들 무등을 탄 다음 손을 집어 넣어 잡았었죠. 그러다가 그 속에 뱀이 있으면 기절 초풍...  으그그그그그

 
두꺼비 집인가요. 스위치를 내리고 여기저기 전선을 늘리던 생각이 나네요. 호롱불에 비교하면, 촛불과 비교하면 그렇게 환할 수가 없었는데. 훗훗. 그래도 참 무서웠죠 감전될까봐요. 사실 지금도 겁나긴 마찬가지죠. 


땅 속에 묻어 둔 김칫독. 겨울에 이 김치면 다른 반찬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그 때는 짚으로 덮개를 쒸웠놓았지만 지금은 그냥 스치로폼으로....


뒤란의 나무들, 개간할 죽당리 산에서 벌목한 장작들.
사랑방 화로에 고구마 구어먹을 때나 어죽을 끓일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는 연료죠. 
 
 
이웃집 담장과 뒷간인데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요.
불 때고 난 후 재 등을 담아서 넣던 곳이기도 하고요. 역시 세월 그리고 바람과 빗물에 쓸려 내려 지금은 저리됐네요. 어쩌겠어요. 함께 따듯한 온기를 나눌 사람이 없는 걸요.  


이제는 거의 쓸모가 없는 도구들. 그래도 한 구석에서 언제든지 불러 달라며 기다리고 있지만
제가 퇴직할 때까지 그 곳에 있을지 나도 모르고 쟤네들도 모를껄요.   


봉당에 있는 방석, 스티로폼인데요. 밭일 할 때 주로 쓰였던 거죠. 이젠 방석 대용입니다.
앉아 있으면 은근히 따듯해 오는데요. 한 겨울 따듯한 햇볓을 쐐기에는 최곱니다.


역시 밖에서 앉아 있기는 이것만한 게 없지요. 아무렇게나 걷어차거나 던져도 되고요. 세탁할 필요는 전혀 없고요,. 제 수명 다하면 걍 태워버리면 끝인데.... 냄새로 인한 환경 걱정까지는. 헤헤헤    
 

눈이 오면 쓸고, 밀고, 치워야 하니까. 올 겨울 제법 사용했죠. 넉가래라고 그랬는데요. 너무 무거워서요.
어려선 사용하기가 불편했는데 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녀석은 가볍고요.
빗자루. 싸리나무를 베어다 하거나 심어서 사용했는데 이 역시..
쓸어보면 시끄럽고 잘 쓸리지도 않고 예날 그 빗자루가 더 좋았다는 느낌이   
오늘은 그 빗자루가 갑자기 그립넹....ㅠㅠㅠㅠ


각종 우편물. 옛날엔 반가움(편지)과 아타까움(부고)을 전해줬지만 지금은 각종 고지서와 홍보물 그리고...
자동이체를 해 놓았더니 늘 그렇게 저 자리에서 굴러다니는데요.
그러면 등기 우편물 이외에는 그냥 불속에서  


대문에 있는 평상, 제가 오나, 제 여동생이 오나 울 엄마가 늘 앉아 있는 곳.
동네 한복판이다보니 오가는 사람 쉼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요즘은 추우니까 겨우내내 경노당으로 가시는데요

한달에 만원을 내야 하는데 회비로요. 이도 어려워 못 오는 어르신도 있다네요. ㅠㅠ


울 엄마 늘 이렇게 기다리셔야 하는데요. 언제나 그렇게요. 건강하게요. 저 만의 욕심인가요.  
요즘 친구분들이 줄어 들어 걱정이래요. 자주 찾아뵈어야지요.

글구 경로당 지나면서 귤 한 박스도 좋고요.
요즘엔 면 소재지 중국집에 자장면 시켜 드리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아직도 이웃 간의 정은 메마르지 않았지만요.   
여유가 있던 없던 간에 관심 가져 주세요.

고향의 엄마 아부지가 늘 건강하게 행복했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