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김병오 작가의 <탐닉의 정원(Lost in Garden)>을 관람했다. 물론 그날 일정은 정말 바쁘게 계획했다. 아라리오갤러리를 시작으로 종로구립고희동미술관, 뮤지엄헤드, 학고재, 국제갤러리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삼청관까지 한 카페에서 치아버터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먹으면서 쉴 틈 없이 돌았다. 저녁에 이천에서 약속이 잡혀있어 서둘렀다.
올해의 버키리스트 중 하나가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전시회의 규모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으며, 또한 유명한 전시회일 수도 있으며, 내가 사는 이천이나 여주의 작은 갤러리에서 열리는 소규모 전시회일 수도 있다. 야외 조각공원이라도 찾아가 관람한다는 약속이다.
올해 1월 9일에는 용산 아모레퍼시픽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의 전시 <Spaces>와 국립중앙미술관에서 열리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도 관람했다. 물론 이 두 전시회는 지난해 말 혼자 다녀왔고, 1월 9일에는 동아리회원들과 관람했다. 두 번을 관람한 셈이지만 두 전시회 모두 지금도 또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사실 이번주 금요일 일정도 지난주 혼자 다녀온 일정 그대로 동아리회원들과 또 관람하러 간다. 내가 안내하는 역할을 자청한 케이스다. 물론 같은 전시회를 주변 본다고 해서 지루하거나 괜히 갔지 싶어 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아직도 예술이 무엇인지 알듯 모를 듯하니 일단 많이 관람하자는 주장이다. 그래야 안목도 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김병호(b. 1974) 작가는 금속을 주 재료로 삼아 심미적 조형이 돋보이는 조각 및 설치 작품을 제작한다. 섬세하게 계획된 설계 도면에 기반하여 철저히 분업화된 생산 시스템 속에서 진행되는 작업 과정은 현대 사회의 일면을 투영한다. 동시대 사회 구조에 깃든 현대인으로서, 그는 기계적인 정교함과 현혹적으로 아름다운 예술행위를 결합하며 새로운 조각의 형태를 구현하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예술 작품이란 규범, 규칙과 체계 등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제품과 유사성을 지니는 대상이다. 김병호의 작품세계는 합리주의에 기반하여 구축된 문명사회 속 인간의 삶과 심리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도록 한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가공하여 조성한 ‘정원’에 자신의 조형 원리를 빗대는 작가는 금속 모듈들을 조형의 기초 단위처럼 활용하여 삼차원 공간 안에서 구성의 미학을 탐구한다. 추상적 형태와 다양한 질감의 표면으로 마감된 금속 조각들이 서로를 투영하며 공간 내에서 고유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낸다."
"갤러리 지하 1층에 가로 놓인 <수평 정원>(2018)은 천장부로부터 늘어뜨린 가는 줄에 거대한 몸을 맡긴 채 공중에 뜬다. 바닥면에 드리운 다채로운 그림자에 의하여, 조각은 몸체 바깥의 공간을 향하여 나아간다."
"1층에는 두 개의 형태로 구성된 회전형 기계 형태의 작품 <두 개의 충돌>(2024)이 전시된다. 거울 같은 은빛과 흑연 같은 먹빛의 표면을 지닌 두 모듈이 각자의 회전축을 중심 삼아 상반된 방향으로 회전한다. 방사형의 은빛 조각 <57개의 수직 정원>(2024)은 이른바 ‘문명의 혹’으로 불리는 둥근 금속 타원구가 직선형 구조 위에 빼곡히 맺힌 찬란한 형상을 선보인다."
"3층에서는 평면적 조형성에 주목한 <정원의 단면>(2024)과 <아홉 번의 관찰>(2024), 그리고 선적 요소에 주목한 <323개의 가시>(2024)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갤러리 제공 자료 -
처음 지하 1층에 들어갔을때 탄성이 절로 났다.
일정한 규격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을 매혹적이고 균형 잡히게 연결한 듯해서다. 만약에 하나하나의 오브제로 전시됐다면 브랑쿠시의 새가 떠올렸을 테다. 형태가 혹을 닮았고, 봄의 전령인 산수유꽃 노란 봉오리를 닮은 느낌도 들었다.
작가에게 있어 예술작품은 규범, 규칙과 체계 등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제품과 유사성을 지녔다고 하는데 사실 이 주장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말은 작가는 예술작품을 이성과 규칙에 따라 만들고, 관람자에게도 거기에 관람기준을 삼으란 얘기로 나는 들리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은 진부한 상황이다. 다만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 너머의 새로운 경향이 도래하고 있는 동시대이다 보니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작품의 기준도 그럴수 있겠다는 판단은 든다.
갤러리 안에서 조명을 받은 <수평정원>을 관람한다면 관람자에게 작품의 의미를 다양하게 추론할 수 있겠다. 누구나 자기 안에 간직하고 싶다는 비밀스러운 정원이 있다는 작가가 있는 반면, 김병오 작가의 작품처럼 내 안에도 정말 내가 사는 세상의 정원이 있었을까 고민하는 작품같다. 내가 잃어버린 나의 정원을 찾아가도록, 그 과정에서 나를 치유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을 발견할 있도록 사유하고 견인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궁금하면서도 또 모르겠다.
- 전시는 2025.2.8.일까지 서울 아라리오갤러리(무료 입장)에서 열린다.
- 김병호 작가의 전시는 무료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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