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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은, 미술관

[전시추천] 김종영미술관, 삶의 다섯 가지 질문을 묻는 김승영 조각가

by 이류의하루 2024. 12. 31.

 

삶의 다섯 가지 질문

김승영

 

이천사람이라면 김승영 조각가의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라는 작품의 이름은 몰라도 설봉공원 어디쯤에 어떤 조형적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고 설명하면 대부분 '아 나무가 가운데 있고 벽돌로 둘러쌓은'하고 말하면서 봤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지인 중 한 사람은 그 작품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이천에 설치된 조각작품 중 가장 좋다고 평하는 사람도 내 주변에는 있다. 우연한 기회에 김승영 조각가의 전시회가 서울 평창동에 있는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정보를 얻었다. 2024년 11월 중순부터 시작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금요일 혼자 미술관으로 향했다.

 

김종영미술관은 이번이 두 번째 관람이다. 김종영 작가의 <자각상>이란 목재로 조각한 작품이 궁금했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한참을 그 공간에서 머물렀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크기에 단순하게 얼굴을 조각했음에도 나뭇결을 살려 조각한 얼굴에서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생각을 담아서 그런지 발걸음을 쉽게 뗄 수가 없었다. 그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자각상> 앞에서 한참을 서서, 앉아서 보고, 보았다. 본다기보다는 나와 공감을 자아내는 무언의 대화를 오랫동안 했다.

 

하지만 이날 나의 주 관람 대상은 김승영 조각가의 검은 의자였다. <두 개의 의자>가 어떤 의미인지 매우 궁금했다. 모래와 같은 길이 있고, 그 끝에 의자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두 의자는 반듯하게 평행으로 서 있는 형태도 아니다. 한 의자가 다른 의자 쪽으로 기울었다. 의자 역시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 검게 타다 만 듯했다. 이 상태로 어느 누구도 앉을 수는 없는 쓸모가 다한 상태였다. 타다만 의자 두 개가 기울어진 상태로 놓여있으니 그 의미를 추론하기에는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나는 직관적으로 화재 사고로 타다 남은 의자를 기억하기 위하여 작가가 선택을 했나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미술관에서 준 자료는 미리 읽어보지 않았다. 오랫동안 의자 주의를 돌며 보고 또 보았다. 앞에서 뒤에서 측면에서 봐도 타다 남은 형태지만 의자로서는 온전했다. 다만 옆으로만 약간 기울었을 뿐이다. 작가가 경험한 사고가 오랫동안 트라우마가 남아있나 생각하며 내려왔는데 때마침 김승영작가가 누군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고, 마침내 통화가 끝나 인사했다. 이천에서 온 누구이며 일전에 누구랑 같이 오려다 시간이 되지 않아 오늘 혼자 왔다고 했다. 덕분에 그분은 멀리서 왔다면서 귀한 도록을 한 권을 내게 주셨다. 그러면서 작품을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셨다. 나는 특히 관심 있는 작품이  <두 개의 의자>라고 말했다.

 

김승영 작가의 말은 정확히 기억을 할 수 없지만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두 개의 의자는 돌아가신 부모님 유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생전에 사용하던 물품들은 사용자가 사망하면 소각을 한다. 부모님이 앉아 생활하던 의자로 유품이라 소각했던 의자란다. 의자로 향하는 길을 만든 모레는 약간은 검은색을 띠는데 그 이유는 유품을 태운 재를 갈아 혼합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서로 의지하면서 사셨다. 매일 두 분이 산책도 하셨다. 그런데 가만히 뒤에서 또는 옆에서 두 분을 보니, 산책을 하거나 무슨 일을 하거나 어머님께서는 아버님께 의지하는 모습이 보이더라. 부부싸움뒤에서도 그런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작품으로 만든 모양새다.

 

부모를 기억하고, 죽음을 생각하고, 그럼에도 그 길을 회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작가의 마음을 나만은 그렇게 읽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난 그 자리에서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물론 나의 부모님도 오래전에 모두 돌아가셨다. 아마 우리 부모님도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저 <두 개의 의자>는 나의 부모님의 자화상 일뿐더러 우리 모두의 자화상처럼 나는 느껴졌다. 그러니 그 자리를 뜨기가 힘들었다.

 

올 한 해 참 많은 미술관을 찾아갔다.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한번 미술관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다녀온듯하다. 오죽하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틈을 내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두려움 속에서 다녀왔다. 순례 중 대도시에서도 미술관이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 관람했다. 순례를 떠나기 전 파리에서 머무는 동안에서 부르텔, 로댕, 오르세미술관 세 곳을 방문했다. 특히 순례를 마치고 마드리드에서 머물고 있는 동안에는 프라도미술관, 국립소피아왕비미술관, 티센보르네시아미술관 3곳을 하루씩 일정을 잡아 3일 동안 빠짐없이 관람했다.

 

그 속에서 미술사에 나오는 작품 등을 많이 만났다. 물론 2024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오늘도 인근에 있는 양평군립미술관을 다녀왔다. 국내외에서 올해처럼 많이 본해는 없다. 그럼에도 그중에서 기억나는 작품을 말하라면 많이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말하라면,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말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김승영작가의 <두 개의 의자>를 고르고 싶다. 그 작품은 결국 우리의 부보님의 자화상이자 육십 중반을 넘는 나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전시회가 끝나는 2025.1.5. 이전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다.(2024.12.27. 보다)

 

 

제16회 김종영미술상 수상 기념전 / 삶의 다섯 가지 질문. 김승영

 

기간 / 2025.1.5.(일)까지

장소 / 김종영미술관(평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