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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아버지, 어머니 오늘 따라......

by 이류음주가무 2014. 5. 8.

비 온 뒤 들판이다.

 

논두렁 따라 젊은 농부가 소를 몰고 가던 시절이 있었다.

힘들고 늘 분주했다.

 

젊은 새댁은 광주리에 가득 담은 새참을 똬리에 올려놓고

한 손에 가득한 막걸리를 흘러내리지 않을까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동산을 겨우 넘을 때, 칭얼대며 뒤따르던 개구장이는 어미 광목치마를 잡아끌며

같이 가자고 징징댔다.

우는 아이 달래려고 업고도 갔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었고 수확했다. 

눈 비가 내렸고, 따듯한 바람 거센바람 불기는 반복됐다.

새는 날마다 집에서 산에서 들어서 울었다.

때로는 나지막히 슬프게, 간혹은 기쁘게 노래 불렀다. 

 

젊은 새댁과 젊은 농부의 허리는 굽었고, 머리는 파뿌리처럼 하야졌다.

손등과 발바닥도 한여름 바짝 마른 저수지 바닥처럼 깊게 금이 갔다.

 

이내 저 들판은 고요했고, 무채색의 기계소리만 요란했다.

 

잔잔한 들판을 보면서 오늘따라 그 젊은 농부가 그립고,

분주히 새참을 날랐던 젊은 새댁이 정말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