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가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여주 텃밭에 심어 놓은 감자, 파, 고추, 토마토, 그리고 고구마와 옥수수
풀뽑기부터 가지치기 그리고 지지대 설치 등 아내와 함께 땀을 흘리며 손을 놀렸습니다.
비가 오면 잠시 빈 집으로 그치면 다시 텃밭으로.
동네 한 복판에 자리잡은 텃밭이라 지나가는 어르신마다 훈수가 이어집니다.
감자는 순을 하나만 두고 뽑아버려. 그래야 알이 토실토실 커 그게 더 실속있어
감자순을 뽑지말고 그냥 가위로 잘라도 돼
토마토 한 폭에 지지대 하나씩 세워, 줄기는 하나만 두고 나머지느 처버려
옥수수 순도 따주고
고추도 순은 따줘, 3-4개마다 지지대는 하나 씩 세우고
진딧물약 부려야겠다.
어머! 고라니가 고추순을 갈가 먹었네. 그놈의 고라니 왜 면사무소에서 잡지도 못하게 하지.....
밭두럭에 농약뿌려 언제와서 풀베고 그럴거야.
관심도 참 많습니다.
시골이니 당연하지요.
앞마당에 자란 초롱꽃은 활짝 피었습니다.
뒤란 장독대 옆에도 정말 하얗고 깨끗하게 피었습니다.
연산홍은 돌보는 이가 없어서 그런지 몇 송이 피다 말았지만
초롱꽃은 빈집을 환하게 밝혀주듯 곱게 피었습니다.
어머니 젊었을 때 흰 광목 저고리의 옷고름처럼 말입니다.
초롱꽃.....
종모양을 흡사 닮았습니다.
종지기에 대한 슬픈 사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어머니가 안 계신 빈집, 초롱꽃만 활찍 핀 봄 날
비가 오고 뻐꾸기가 건너 산에서 울고 모란이 지던 마당 앞
또 그렇게 한 시절 추억은 쌓여만 갑니다.
2014. 5. 25. 여주 능서면 용은2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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