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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여기가 좋아

[울릉도여행] 내수전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죽도와 관음도(1일차)

by 이류음주가무 2020. 6. 22.

울릉도 1일 차/2020.6.13.(토요일) 

 

2년 전에도 다녀왔다.

 

그때는 저동에 있는 한 민박집에서 5명이 4일을 보냈다. 다시 예약하려고 연락했으나 하루 머무는데 30만 원을 요구해 포기했다. 대신 이번 여행 숙소로 사동항 인근에 있는 '바닷가하얀펜션'(2일)과 한적하고 조용한 나리분지에 있는 '채움민박'(울릉군 북면 나리 1길 81, 054-791-6082) 등 두 군데로 예약했다.

여행은 아이나 어른이나 언제나 설렌다. 그만큼 기대된다는 말이다. 이번 여행도 친구 5명이 출발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족구 하는 '58년생 개발족구팀' 10명 중 절반이 함께 참가했다. 즐거운 수다와 맛있는 음식이 기대됐다. 물론 여행 출발 직전 친구 1명(영학)이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는데 못내 아쉬웠다. 

여행 당일 4시에 기상, 이천도자예술촌(예스파크 제3주차장)에 모여 5시에 묵호항으로 출발했다.

 

중간에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하려다가 휴게소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아 묵호항까지 직진했다. 2년 전에는 강릉에서 출발했다. 여행객이 줄어 운항을 일시 중단해 묵호항으로 가야 했다. 묵호항과 포항이 울릉도로 가는 출발항이다. 7시 반쯤 묵호항에 도착했다. 주차 후 인근 뷔페식당에서 간단히 요기했다. 된장국이 맛있어 한 그릇을 더 먹었다. 묵호항은 비릿했고, 푸른 하늘은 흰 구름이 길게 자리했다. 여행하기 딱 좋은 온도이고, 또 계절이다. 

 

여객터미널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을 측정했다. '묵호여객선터미널' 안은 인산인해였다. 터미널 안은 '코로나 19'가 '어디 창궐하느냐' 하며 비웃듯 울릉도로 향한 여행객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팔도의 언어와 웃음 소리가 터미널 안을 뒤덮였다. 8시 반쯤 신분증을 제시하고 확인하면서 여객선(씨스타)에 승선했다. 울릉도 행 여객선(편도 1인당 6만 원)은 9시 정각에 출발했다. 혹시나 해서 출발 30분 전 멀미약 한 병도 미리 마셨다. 

바다는 놀라울 정도로 잔잔했고, 여객선은 빠르게 섬으로 질주했다.

 

우려했던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 가져온 도수가 아주 높은 약술도 배 안에서 한 잔 마셨다. 먹고 마시고 수다 떨고 또 조는 사이, 여객선은 울릉도 사동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2시간 40분이 소요됐다. 하선 후 렌터카 키를 받고 차를 세심히 살핀 다음, 숙소에 바로 짐을 맡기지 않고 곧바로 저동항으로 향했다. 일행은 여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점심이 우선 급했다. 먼저 먹어야 했다.

 

저동항은 맑았다. 등대 너머로 해무가 낮게 갈리는 모습은 무슨 일이 일어날 전조 같은 풍경이었다. 궁금했고 또 기대됐다. 점심을 위해 2년 전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정애식당(054-791-7488)'을 찾았다.

 

늦은 점심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행 모두가 앉을 자리는 없었다. 옆에 있는 '동백식당(울릉읍 도동리 310-1, 054-791-6388)'으로 이동했다. 울릉도 첫 메뉴는 '따개비칼국수'다. 울릉도에 오면 특별히 맛볼 수 있고 또 반듯이 맛보아야 하는 칼국수다. 지역 식당에 따라 1만 원에서 1만 5천 원까지 한다. 국수 한 그릇 치고는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울릉도 여행이라면 한 그릇 정도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칼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가격과 맛 모두 만족한다. 2년 전에는 '정애식당'이었고, 이번에는 '동백식당'에서 주린 배를 가득 채웠다. 맛있었다. 

특산주인 호박막걸리도 한 잔을 곁들여 먹고 나니 얼굴은 약간 상기됐고, 배는 불렀다. 한편 졸리기도 했다. 어디로 향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내가 추천한 곳이 '내수전일출전망대'다. '내수전일출전망대'는 해발 440m에 설치됐지만 정상 부근까지 시내버스 등 차량이 다닌다. 15분 정도 걸으면 정상에도 오를 수 있다. 일행은 주차 후 전망대로 향했다.

무엇에 홀린 풍경이다.

 

국내가 아닌 듯 했다. 해외 어느 유명한 바닷가에 왔있는 상황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죽도'를 감싸는 해무는 약간 무섭기도 하고, 엄청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잔잔한 바다를 뒤덮인 해무는 '죽도'로 또 '관음도'로 이어졌다. 하늘은 코발트 빛으로 빛났고, 구름은 몇 점밖에 없었다. '관음도' 주변에 흰 구름이 마치 화관처럼 올라있는 모습은 자연의 경외심까지 느낄 정도로 로맨틱하고 환상적이다. 나의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셧터 소리를 냈고, 내 입에서는 계속 찬사의 신음소리를 노래했다. 또다시 이런 장면을 목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눈으로 가슴으로 렌즈로 담고 또 담았다.

 

일행을 따라 동백나무와 마가목 사이로 15분 정도 오르니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본 '죽도'와 '관음도' 역시 신선계의 느낌이 이러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고 아름다웠다. 

 

울릉도가 이렇게 멋질까, 이렇게 아름다울까, 어떠한 언어로도 모습을 형언하고 찬양할 수 없을 정도다. 바람은 시원했고, 공기는 청량했다. 우리 모두는 즐거웠고, 사진을 찍으며 여행의 묘미를 첫 순간부터 만끽한 순간이었다. 정말 전망대를 떠나기가 싫었다. 계속 머물며 해무의 변화무상한 연출을 즐기고 또 감상하고 싶었다. 나 혼자 여행했다면 아마 해가 질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온전히 구경하고, 또 사진 찍고 있었으리라.

석포길(내수전-석포길, 3.8km)로 향했다. 

 

일주도로가 완성되기 전까지 북면 주민이 울릉읍으로 넘어오던 길이었다.

 

날이 덥고 첫날부터 강행군이라 잠시 걸을까 말까 머뭇거렸지만 원시림 같은 숲 속, 좁은 숲길이 너무 좋았다. 나무 사이로 간간히 죽도와 관음도가 보였고, 섬말나리가 길가에 피어있었다. 새는 노래했고, 바람은 그 음에 장단을 넣었다. 쉼터에서 차 한 잔도 마셨다. 여전히 '죽도'와 '관음도'는 신선이 노니는 천상계의 섬처럼 해무와 구름이 어른어른 거렸다. 오늘 같은 날을, 풍경을 어찌 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18:30-) 역시 저동항에서 채웠다.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 준비해 준 문어숙회와 모둠회다. 한 접시 세 마리에 만원 하는 오징어 회도 나왔다. 오징어 회가 더 맛이 났다. 그렇게 맛 있는 오징어회는 나는 처음인 듯했다. 서로 즐거운 대화가 오갔지만 술은 몇 잔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만족시켰다. 나 역시 건강 때문에 맥주 한 병만 마셨다. 

 

식사를 마친 후 저동항 주변 해안가를 산책(20:00-)했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다. 해안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의 몸놀림이 흥미롭다. '행남등대'가 있는 절벽 역시 아름답다.

 

 

밤은 서서히 깊어갔고, 사방은 조용해졌다.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바닷가하얀펜션'(울릉읍 울릉 순환도로 576, 054-791-1352)이다. 조금은 낡았지만 바닷가에 접해 있고, 사동항이 근처다. 특히 우리가 걱정했던 숙박비(5인, 방 2, 10만 원, 취사시설 무)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펜션은 순환도로와 접해 있었다.

 

밤이 깊어가자 차 소리는 드문 드문 오갔다. 다만 파도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몽돌과 부닥쳤다. 그래도 밤이었고 피곤해서인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다음 날을 기다렸고, 어김없이 새 날은 왔다.(계속)

 

2020.6.13. 토요일.............